[테크인사이드 #11] 4년간 내공쌓은 빅데이터계의 고수 기업, 엔에프랩스 나세준 대표 인터뷰
2014년 10월 13일

어쩌면 자연의 이치일지도 모르는 카오스(chaos,혼돈) 상태를 어떻게 해서든 수치적으로 인지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은 끊인 적이 없었다. 숫자도, 글도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스마트 폰이라는 수호신 혹은 악령이 우리 삶에 깃든 이후로, 걸음걸음마다 우리는 정체성의 흔적을 데이터로 남기고 있다. 이 때문에 PC 시대를 거쳐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데이터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탄생한 ‘데이터 카오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것이 빅데이터 시장이다. 흩어져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특별한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 그것이 빅데이터 기술이 하는 일이다.

IDC의 보고서에 의하면 빅데이터 시장의 성장률은, IT 시장 성장률의 6배에 달한다. 2018년에는 그 시장 규모가 41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다소 더디긴 하지만, 다양한 빅데이터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오늘은 2011년부터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빅데이터 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오고 있는 엔에프랩 나세준 대표를 만나, 국내 빅데이터 시장의 현황과 그들의 기술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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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로벌2014 탑텐 기업으로 선정되어, 서비스 소개를 하고 있는 엔에프랩 나세준 대표

-엔에프랩의 주요 사업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소개 펠로톤(Peloton)은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하는 기존의 빅데이터 분석을 쉽게 처리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빅데이터의 관리, 모니터링, 실시간 분석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기능을 익힐 필요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문제의식 ‘데이터의 크기가 1년마다 2배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통계 분석은 여전히 느리고, 복잡하다. ’ 저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아카마이(Akamai)에서 일하면서 이런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카마이의 CTO와 이야기 하면서, 오히려 데이터 전송은 간단하지만, 통계의 경우 데이터를 다 모아서 보여줘야 하니까 힘들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물며 실시간 통계 자료를 보여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죠. 아무리 빨리 반영해도 20분은 걸렸는데,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아직도 그런 수준이라고 해요. 엔지니어만 몇 천 명이 있는 큰 회사조차도, 심플한 통계 자료 뽑는 것을 힘들어하는 걸 지켜보았고, 이 곳에 큰 시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솔루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지만, 결국 회사가 원하는 것은 딱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로 현재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실시간 대시보드를 통해 모니터링 하는 것, 두 번째로는 데이터로부터 구체적인 고투마켓(Go to market) 전략을 뽑아내 주는 데이터 디스커버리입니다. 이 두 가지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보여주는 제품이 펠로톤입니다. 저희가 고객을 만나면, 딱 두 가지만 물어봐요.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 거기서 무엇을 보고 싶으냐. 그 두 정보만 있으면 몇 일 안에 분석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 펠로톤의 핵심 기술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요.

특정 기술과 개발 언어에 종속되지 않은 유연한 아키텍쳐 빅데이터 플랫폼의 경우 오픈 소스인 하둡(Hadoop)을 이용한 배치 분석부터, 로그 파일과 같은 머신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는 스플렁크(Splunk) 형태, 데이터를 보기 편하게 시각화만 해 주는 태블로(Tablau)같은 모델까지 아주 다양하게 세분될 수 있습니다. 펠로톤은 과연 이 중 어떤 포지셔닝을 설정하고 시장에 들어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엔에프랩은 결국 ‘데이터를 가장 빨리 통합하고, 가장 보기 좋게 보여주는 솔루션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죠. 어떤 기술을 엔진으로 사용하는지는 고객들과 이야기해보면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예요.

그래서 펠로톤의 경우 하둡을 주로 사용하긴 하지만, 그것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기술, 개발 언어와 빠르게 데이터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하둡 이외의 다른 오픈 소스 기술도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고요. 기술 쪽에서는 보통 ‘어스 올 낫띵(Us or Nothing)’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IBM은 IBM의 솔루션만 사용하는 식이죠. 하지만 펠로톤은 어떤 형태의 데이터를 가져와도 저희가 직접 데이터를 통합해주고, 대시보드를 통해 빠르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보통 1,2주일 걸리는 작업을 저희는 몇 일 안에 끝내고 있어요.

-현재 펠로톤 플랫폼은 주로 어떤 분야에 적용이 될 수 있나요.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 말씀 드렸듯, 앤에프랩의 목적은 빅데이터를 빠르게 통합·분석하고 보기 좋게 보여주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커머스, 게임, 광고 마케팅 회사, 투자사 등 큰 데이터를 관리해야하는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 적용될 수 있죠. 최근 빅데이터 플랫폼들이 ‘게임 전문’, ‘이커머스 전문’과 같이 버티컬하게 고급 분석을 내놓고 있어요. 향후 앤에프랩도 버티컬한 영역으로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현재는 유연하고 빠른 빅데이터 플랫폼 단계에서 집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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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엔에프랩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파트너사들

-현재 펠로톤의 경쟁 상대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나요.

‘내가 직접 하겠다!’, 대기업의 인하우스 서비스 작년까지만 해도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대한 인지도가 굉장히 낮았는데 지금은 시장이 변했어요. 제일 위협적인 것은 대기업이 내부 인력을 동원해 인하우스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국내 대표 대기업의 경우 개발자만 해도 몇 만 명이예요. 저희가 주로 사용하는 하둡같은 경우도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기술 진입 장벽이 높지 않죠. 대기업 마케팅 부서의 경우에는 저희 솔루션을 굉장히 필요로 해서 연락이 자주 와요. 그런데, 내부 개발팀에서는 ‘왜 우리 걸 사용하지 않느냐’고 따지니까 충돌이 있죠. 1년 후에 마케팅 팀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오픈 소스 기술을 기반으로 테크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대기업의 경우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직접 하겠다’는 마인드가 많아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이 안되니까, 결국은 답답한 마음에 저희 같은 전문 기업들을 찾아오죠. 하지만 한국도 조금씩 인하우스를 고집하는 분위기는 줄어들고 있다는 변화를 느끼고 있어서 행복해요.

-실제 빅데이터 자체가 국내에도 2007년부터 들어왔는데, 미국에 비해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진 못했어요.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현지화와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부족 클라우드가 국내에서 잘 안된 것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아요. 클라우드나 빅데이터나 미국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경우가 많았죠. 국가 시장에 현지화해 솔루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클라우드에 비해 빅데이터는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요. 단순히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기술이 아니라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 도출’이라는 전략적 부분에서의 효과를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다면 성장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봅니다.

또 국내에 기업 대상의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부재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사실상 B2C 소프트웨어는 품질이 그렇게 좋고 정교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기업 대상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굉장히 안정화되어야 하기에 퀄리티가 중요하고, 만들기가 까다롭죠. 하지만 이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곳이 없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도 금방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좀 더 이쪽 분야에 돈을 투자하고, 기업들을 육성해서 스타트업들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힘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한국에서 테크 스타트업으로서 생존하며 느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정부·대기업에게의 바람 실리콘밸리가 유명한 이유는 결국 엑시트(Exit)가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죠. 엑시트하는 기업이 많아야, 새로운 투자가 이어지는 사이클이 생겨납니다. 정부 측에서 최근 투자에는 굉장히 적극적이어서 자금은 많이 돌고 있는데, 실제 엑시트되는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지를 않습니다. 사실 그건 정부가 도와줄 일이 아니고 시장에서 도와줘야 하는 일이지요. 제가 보기에 아직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를 주로 하고 국내에서는 스타트업들이 하는 서비스들을 자기들이 직접 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와 관련해서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노력해준다면, 우리 나라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테크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들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굉장히 가벼운 소프트웨어들을 만드는 기업이 많은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듯,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경우 만들기는 힘들지만, 좋은 품질로 일단 만들고 기업 고객을 만들고 나면 굉장히 안정적으로 오래가는 비즈니스입니다. 앤에프랩의 경우에도 한국에서 별다른 마케팅이나 영업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고요. 젊은 창업가들이 그저 재밌고 유행에 민감한, 당장 내일의 대박을 꿈꾸는 아이템을 찾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좀 더 진지하고 무거운 소프트웨어 시장에 도전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ditor’s Note: 국내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비석세스에서는, 선배 기술 창업가이자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의 기획과 도움으로 국내 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테크인사이드(techinside)’ 코너를 선보입니다. 다음 [테크인사이드]는 원클릭 무료통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릿지모바일’을 소개해드립니다.

- 인터뷰 진행 : 한재선 퓨처플레이 CTO
- 기사 작성: 정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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