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금융맨이 차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신혜성 대표 인터뷰
2014년 04월 09일

'티끌 모아 태산', 크라우드 펀딩은 신생 스타트업이나 1인 창작자가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적은 금액의 투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26년', 올해 대기업 노동자 문제로 화제가 되었던 '또 하나의 약속'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극장에 걸렸다. 지난 3월에는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인 '화장'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이와 같은 문화 콘텐츠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들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킥스타터·인디고고 등이 대중화되면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새로운 쇼핑 채널'로서 소비자의 삶에 녹아들어 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기부'와 유사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지겨워'하거나, '아예 모르거나'. 이처럼 양극화된 국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선 '와디즈(Wadiz)' 신혜성 대표를 만났다.

사진2▲인터뷰를 진행 중인 와디즈 신혜성 대표

1등 금융맨, '굿 컴퍼니'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회사를 차리다

'저는 대단히 좋은 직원이었어요.'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와디즈 신혜성 대표 덕분에 인터뷰 자리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창업 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KDB산업은행 기업금융 담당 과장으로 증권과 금융 업무를 두루 섭렵한 1등 금융맨 신혜성 대표는 왜 세상으로 뛰어 나와 크라우드 펀딩 회사를 차리게 되었을까. 그는 대뜸 '굿 컴퍼니'라는 단어를 내놓았다.

-'굿 컴퍼니'를 위해 와디즈를 창업하셨다고요.
"굿 컴퍼니를 만드는 것, 그리고 굿 컴퍼니에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와디즈'를 세웠어요. 2010년에소셜 네트워크 혁명을 접하며,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좋은 기업에 직접 자금을 조달해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죠. 은행에서 좋은 기업은 돈 잘 갚는 곳이에요. 증권업에서는 두세 배 수익을 내주는 기업이죠. '좋은 기업', '투자할만한 기업'에 대한 정의가 기관마다 다른 것이 늘 의문이었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진짜 '굿 컴퍼니'에 돈이 가도록 해줘야겠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갖게 됐죠."

-사회적 역할은 충분히 하고 계신 것 같고, 그렇다면 와디즈도 진정한 '굿 컴퍼니'로서 존재하고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이란 기본을 잘 지키는 곳이에요. 직원에게 좋은 복지 혜택을 준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 규정을 어기고 있다면 좋은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 같이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막상 지키기는 어려운 것들부터 시작하는 거죠."

-직원들에게 와디즈는 좋은 회사인가요?
"저희 사이트에 가보면 6개의 스피릿과 40여 개의 조항이 있어요. 특별한 조항들이 몇 개 있는데, 예를 들면 저희는 직원 연봉을 측정할 때 부양가족 비용을 따로 고려해요. 이외에도 한 달에 한 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묻지마 지각권', '묻지마 조퇴권' 같은 것도 지금을 하죠. 펀딩이 10개 성공할 때마다 '문화데이'도 가져요. 하지만 여기서도 지켜야 할 기본은 있어요. 타 스타트업들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경우가 많지만, 저희는 몸이 온전할 때 그 사람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규칙은 있는 편이에요. 이 때문에 야근을 강요하지 않고요. 정해진 시간에 제대로 일하자는 주의죠. 와디즈는 일정한 룰 안에서의 자율성이 보장된 회사입니다."

목표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넘어선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 조성'

언제나 한 산업의 판도를 뒤엎고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낸 이들이 심혈을 기울인 일은 '생태계 조성'이었다. '와디즈' 역시 '크라우드 산업 연구소'와 '소셜 금융 특허'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 '크라우드산업연구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크라우드 펀딩을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이 '크라우드산업연구소'예요. 부속 기관인데 지금은 돈도 더 잘 법니다.(웃음) 이 곳에서는 스터디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트렌드나 깊이 있는 연구 기사를 내고 있어요. 이 때문에 대기업, 공공기관이 크라우드 펀딩에 관련된 일을 진행할 때 자문을 구하는 대표적인 채널이 됐죠. 작년에는 국내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 산업 보고서도 발간했습니다. 이외에도 한 달에 한 번 한양대학교의 후원으로 40명 정도를 모아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일명 '크라우드펀딩스쿨'인데, 모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와서 들으라고 하죠."

- 책도 출판하신다고요.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식과 실질적인 방법론이 담긴 책이 출간됩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책 제작 비용을 모으고, 콘텐츠도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제작됐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크라우드 펀딩을 담기 위해 노력했죠."

크라우드펀딩서적▲ 4월 9일 출간된 「세상을 바꾸는 작은 돈의 힘, 크라우드 펀딩」

- '소셜 금융 특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금융기관에서는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가 바뀌죠. 크라우드 펀딩이 어느 한 권위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집단 지성’에 의해 비즈니스나 프로덕트의 가치가 결정되는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것이 ‘소셜 금융 특허’예요. 저희는 소셜네트워크 파워가 소셜금융에서는 신용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해 주거나 공유를 많이 해 주면 플랫폼 이용 수수료가 낮아지는 정책이죠. 모금자 본인 역시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프로젝트 홍보에 나서게 되고, 이 때문에 펀딩 성공률도 높아집니다. 물론 고정 수수료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와디즈

누가 와도 성공할 수 있는, '모금자 중심'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현재 '와디즈' 의 펀딩 성공률은 70% 정도다. 글로벌 평균율이 40%, 국내가 20~30%인 것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편이다. 평균 모금 금액은 500만 원 정도, 참여 인원수는 260명 정도로 해외 유명 플랫폼들과 비교해보았을 때도 절대 뒤지지 않는 수치다. 신혜성 대표는 나름의 의미 있는 평균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QMSMTHAKVMVN▲와디즈에서 진행되고 있는 네팔에 학교 짓기 프로젝트 '드림스 드림' 소개 사진

-높은 펀딩 성공률의 비결은 뭔가요.
"저희는 우리의 1차 고객을 대중이 아니라 모금자들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대중은 이 모금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확실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투자에 참여하게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서비스 개선의 제 1 목적은 모금자의 편의성 확대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비행기 조종석에 앉는다는 생각으로, 펀딩 시작일부터 매 단계마다 세세한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맞춰서 진행하다 보면 웬만하면 성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죠. 유명한 사람들은 자기 이름만 내걸어도 큰돈이 모일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기가 힘들죠. 저희는 누가 와서 프로젝트를 시작해도 자금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 100인의 배심원단, 77인의 커뮤니케이터와 같은 특별한 제도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 두 제도가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와디즈만의 비결입니다. 100인의 배심원단은 하루 먼저 프로젝트를 보시고, 성공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에요. A4 두 장 정도의 장문 피드백을 주신 분도 있었어요. (웃음) 이 분들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모집했는데, 선발하고 보니 지역, 관심사, 지역군 등이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얼마 전 핵심 고객 워크샵을 위해 15분 정도를 모집했는데 3분 만에 마감이 됐을 만큼 적극적인 유저들이에요. 77인의 커뮤니케이터는 와디즈를 홍보해주시는 대학생 서포터즈단 입니다."

- 크라우드 펀딩 성공을 가로막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월드뱅크 리포트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을 실패로 이끄는 첫 번째 요소가 '얼굴 보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체면 의식이 강해서 다른 사람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 미숙하죠. 펀딩 성공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모금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IMG_2018▲와디즈 팀원들

-와디즈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모델을 론칭할 예정입니다. 현재의 수익 기반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을 모은 후 현물로 보상하는 리워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은 모금 성공 후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스타트업들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죠. 이번 4월 크라우드 펀딩 관련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저희도 서비스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기 위한 첫 단계로 지난 7일, 와디즈는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단체인 (사)글로벌창업네트워크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글로벌창업네트워크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면 와디즈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 조달과 홍보를 도울 계획이다. 특별히 와디즈는 영문 서비스도 함께 운용하고 있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신혜성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최선을 다하겠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을 거라는 말을 남겼다. 그에 의하면 '걱정하는 최선은 욕심'이다.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 구축'이라는 어렵지만 의미 있는 과제를 완성해나갈 와디즈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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