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개발하는 회사 vs. 고객을 개발하는 회사.
2013년 06월 03일

Editor’s note : 정성영 이사는 "일상의 미디어에 기술을 통한 혁신"이라는 비전으로 Adby.Me 그리고 Coo.ki 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Zoyi라는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이자 전략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회사 내부에서 자체 해커톤을 진행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 실험과 실현에 앞장서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스타트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하 내용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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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제품 개발에 실패해서 망하는게 아니라, 고객을 얻는데 실패해서 망한다.

Most startups fail due not to the failure of product development but due to the lack of customers.

-STEVE BLANK

첫 번째 이야기 : YC 티셔츠

얼마전에 만난 Y-Combinator 출신의 홍콩 기업가, T모군을 통해서 들은 재미난 이야기는 바로 YC 출신들이 얻게 된다는 두 장의 티셔츠에 대한 이야기. (Y콤비네이터는 천재 프로그래머 및 앤젤 투자가 폴 그래이엄이 공동창업한 미국 최대의 벤처창업훈련소이자, 인큐베이터이다)

  • 42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길러낸 폴 그래이엄은 Y콤비네이터 출신의 테크창업가들이 “일단 만들면 팔리겠지.” 라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을 한뒤, 고객을 얻지 못해 소중한 기회와 시간을 날리고 회사를 말아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항상 입에 달고 살던 “제발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라는 표어를 만트라로 설정하고 새롭게 입소하는 모든 스타트업 멤버들이 입게될 티셔츠에 새겨서 선물한다고. (관련 기사)
  • 더 인상깊었던건, YC출신의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거나, 매출을 충분히 키우는 등) 훈련소를 졸업하게되면, 또 한장의 티셔츠를 선물하는데 그 티셔츠에는 “우린 사람들이 원하는걸 만들었어요!”라는 글귀가 적혀있다고. 흐흐.

두 번째 이야기 : 드롭박스 이야기

사실, 드롭박스 이야기는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길게 다루지 않고 짧게 요약만. 혹시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자료를 보시면 도움이 된다. <창업자 드류 휴스톤의 상세한 발표 슬라이드 보기>

드롭박스 스토리 3줄 요약

  • 제품 비전 소개글 그리고 티져 페이지 하나로 75,000 사용자를 유치. < 린스타트업이 말하는 MVP(최소존속제품)의 적절한 예.
  •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을 빌드업하면서 YC 등에서 많은 투자를 받음. 하지만 이 돈을 ROI 안나오는 마케팅에 (애드워즈같은) 거의 다 날려먹음.
  • 이 짓을 1년 넘게 하면서 돈을 다 태우다가, 깨달음을 얻어 고객과의 실제 접촉점을 찾게되고 그 뒤로 바이럴룹 등을 개선하여 대박 성공. < 고객개발의 적절한 예.

사실 드롭박스 사례에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부분은 MVP도 있지만, 바로 그 뒤로 고객개발을 어떻게 Diffusion (확산) 마케팅으로 이어갔느냐에 대한 교훈이라 생각된다. 좋은 제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의 16이라 하는 캐즘의 티핑포인트를 넘기지 못하고 “왜 우리제품은 쓰는 사람만 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헤메다가 수명을 다하는 스타트업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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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업그레이드 정도가 아닌) 완전 혁신적인 제품을 팔아야 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기술의 수용 주기’는 생소하지 않은 이론이다:

ㅇ 혁신수용자 (Innovators) 2.5% :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무조건 받아들이는 계층. 신기술에 문제가 있거나 불편하더라도 사용하는데 아무런 불평도 제기하지 않는다.
ㅇ 선각수용자 (Early-adopters) 13.5% : 신기술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그것이 가져다 줄 경제적 이익과 전략적 가치를 높이 사는 계층
ㅇ 전기다수수용자 (Early-majority) 34% : 실용적 구매 계층으로서 기본적으로 첨단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모험을 하고자 하지 않으며, 신기술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는 계층.
ㅇ 후기다수수용자 (Late-majority) 34% : 첨단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신기술이 업계의 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를 도입하려 하지 않는다.
ㅇ 지각수용자 (Laggards) 16% : 변화자체를 거부하고 혁신자체를 무시하는 지각 수용자.

다 아는 얘기다. 다 아는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캐즘을 넘기가 이리도 힘든걸까? 왜 주류 진입을 못하는 걸까?

  1. 수용자층을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긋는다 – 캐즘 모델과 디퓨젼 마케팅의 핵심은 기존 Spray & Pray 방식의 매스마케팅 효과를 거부하는 것이다. 많이 알려질 수록, 그저 많은 사용자가 가입할 수록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을 버려야한다. 특히 제품이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거나, 시장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인데 이런 방식으로 전략을 짠다는 것은 돈을 뿌리면서 안티를 만드는 꼴이다.
  2. 갖고 있는 힘을 이용하지 않는다 – 서비스의 기획 의도를 일찍부터 파악하고 팬을 자청하는 이노베이터, 그리고 얼리어답터들의 영향력과 열정을 활용하지 않는다. 예) 바이럴 루프 설계가 안된 제품.
  3. 못 버틴다 – 새로운 혁신은 전파되는 것이 느리다. 특히 충분한 이노베이터 층과 얼리어답터층이 없을 경우 그 속도는 더 느리다. 이 기간을 스타트업이 버티지 못하고 말라 죽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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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드롭박스는 어떻게 했나?

  •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Early Market 을 집중적으로 투자함: 관문을 통해, 오히려 지금 단계에서 노출이 될 경우 안좋은 인상만 받아갈 유저들을 사전에 차단했다. 즉, 티저 페이지를 통해, 핵심 컨셉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들을 우선적으로 걸러내고 이를 커뮤니티로 흡수하여 그 열정을 흡수했다는 부분은 높이 살 수 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완성도 역시 높여갔다)
  •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고객 개발을 통해 고객과의 접촉점을 찾음. (잘 사용하고 있는 다른 사용자의 입소문) 진행 중이던 검색, 배너, 제휴를 정리하고 바이럴 루프를 설계함. (추천인 가입시 용량 제공)

마지막 세번 째 이야기 : A2B 코리아

여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한 스타트업이 있다. 드롭박스와는 전혀 다르지만 고객개발의 효과를 톡톡히 본.

  • 한 번도 사업이란걸 해본적이 없는 창업자.
  • 시장이 아직 입증되었다 할 수 없는 생소한 아이템.
  • 그리고 겨우 두 달어치의 번레이트를 버틸 수 있는, 소액 자본금.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서 이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몇 %나 될까?

하지만 창업 첫 달에 약 4천여만원의 매출을 찍고, 3개월만에 2차, 3차, 4차 예약판매까지 조기종료되는 결과를 소리소문 없이 뽑아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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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고객개발워크샵을 돕게되어 그 내부 사정을 알게된 A2B 코리아 라는 회사는, 유럽의 전기자전거를 수입해서 판매/핸들하는 4명 밖에 안되는 회사다.

사업 시작시점부터, 과연 누가 2-300만원대의 자전거를 살까?라는 질문의 벽에 부딛쳤던 이 회사는, 무분별한 마케팅에 돈을 쓰고 있었다. 고객개발에 있어, 고객발견의 한계를 느꼈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1. 퍼소나 워크샵을 통해, 이 제품을 돈 주고 살법한 고객 퍼소나를 여러개 뽑았다. (성별, 연령, 거주지, 연봉, 취미, 좋아하는 브랜드 등)
  2. 페이스북 타게팅 배너광고를 통해, 어떤 고객층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지 CTR (클릭율)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AB테스트를 진행했다.
  3.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도달횟수가 2회가 넘어가는데 클릭율이 1%도 안나오는 실험군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실험군으로 넘어갔다. 이러던 와중, 잭팟이 터졌다. 한 구간에서 10배가 넘는 클릭율을 보인것. (여행을 좋아하는 애플과 외제차 팬인 고액 연봉의 전문직 종사 30대 싱글남자는 전기자전거에 큰 관심을 보였다)
  4. 이 구간에서 이노베이터&얼리어답터그룹을 찾기 위해 바로 타게팅 캠페인을 벌였다. 페이스북 쿠폰 광고를 통해 시승권을 무료렌탈상품권으로 바꿔서 집행한 것. 이 쿠폰 행사를 통해 찾아와서 시승을 해본 사용자들의 구매율은 60%를 넘었으며, 구매자를 통해 2차 구매자가 생기는 등 바이럴 루프 또한 구축 중에 있다.

빠른 가설 생성과 타게팅 AB테스트를 통해, A2B코리아는 고객발견에 대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고 핵심고객층에 대한 이해와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며,

고객개발(Customer Development) 분야의 구루이자, 스탠포드, 버클리, 컬럼비아 등에서 고객개발을 가르치고 있는 스티브 블랭크의 저서, Startup Owner’s Manual 에서 그는 스타트업을 이렇게 정의한 바가 있다.

스타트업이란 대기업의 미니버전 같은게 아니다. 스타트업이란: 확장(Scalable) 가능한, 반복(Repeatable) 가능한, 수익성이(Profitable)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목표를 가진 임시 조직이다.

Startup is a temporary organization designed to search for a repeatable and scalable business model. -Steve Blank

요즘 시대에 스타트업에게 요구되는 것은 고객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실험을 설계하고, 집행하며 이를 통해 배우는 학습력과 적응력이다.

빠른 실험, 이른 실험, 값싼 실험, 잦은 실험을 조직에 녹여내린 팀만이 성공 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고객개발 사례 및 모든 데이터 오픈에 동의해주신 A2B 코리아 윤영선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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