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두 번째 스타트업을 한다면: 음식업편
2013년 0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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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으로 6개월 정도 장기 출장을 갔었다. 원래 회사가 넉넉하게 식대를 잡아서 (저녁 한 끼에 10만 원 정도였다) 홍콩에서 꽤 잘 나가는 식당에서 마치 김밥천국에서 주문하는 것처럼 주문했다. 홍콩 외식업계에 김정일의 숨겨운 아들이 북한에 식당을 차리려고 매일 밤에 홍콩의 식당을 돌아다닌다는 확인 할 수 없는 소문도 들렸다. 이렇게 나의 음식에 대한 사랑은 넘치다 못해서 승진을 방해할 수준이었다 (실제로 나의 식대 때문에 아시아헤드가 나같이 비루한 것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말을 그녀의 비서를 통해서 들었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개인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의 새로운 주제가 음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관련된 startup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외식업 즉 식당에 관련된 startup과 실제 식사에 관련된 startup이다. 식당에 관련된 startup은 foodspoting 혹은 한국의 포잉과 같은 서비스들이다. 이 부분은 비교적 많은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 식사에 관련된 startup을 오늘은 소개하려고 한다.

오늘 소개하는 회사의 이름은 Hello Fresh. Hello Fresh는 매주 자신이 직접 요리하고 싶은 메뉴를 사이트에서 선택하면 그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 재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이다.

그럼 조금 더 자세하게 어떻게 서비스가 운영되는지 알아보자.

  1. 매주 새로운 요리법을 제공한다
  2. 그 요리법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소비자가 선택한다
  3. 필요한 음식재료를 대신 구매할 뿐만 아니라 요리에 필요한 양을 맞추어준다.
  4. 배송비 없이 배송한다.
  5. 소비자는 받은 재료로 요리한다.

그 밖에 다른 내용을 살펴보자면

• 일주일 정도는 신선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한다.
• 아주 기본적인 재료는 지급하지 않는다 (소금, 후추, 버터, 설탕 이런 것들)
•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요리법이 제공된다
• 베지테리언 메뉴도 있다

회사 비즈니스를 보자면 생각보다 훨씬 더 사업이 자리를 잡았다. 베를린 본사와 국외지사에 100명 직원이 일하고 있다 (필자도 유럽에 오래 있었지만, 유럽에서 해외지사라는 말은 좀 어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독일에서만 지금까지 약 백만 건의 주문을 배달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약 8백만 유로를 투자받았다. 그리고 백만 건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으면 분명히 buying power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소비자들이 이마트 가서 구매하는 것 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점은 메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달걀의 가격이 어떤 이유에서든 폭락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달걀이 주가 되는 메뉴를 제시한다면 이 부분에서도 더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이 사업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밥 한 번 잘 먹으려다 회사에서 신세를 망칠 정도로 음식을 사랑한다. 이 비즈니스는 필자가 선호하는 업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몇 가지 단점이 보인다. 일단 한국의 식습관이다. 한국은 양식과 달리 밥과 여러 개의 반찬으로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소위 말하는 하나의 접시 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였을 때 소비자는 뭔가 허전함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 설거지이다. 필자는 집에서 직접 한식과 양식을 해서 먹는데 먹고 난 이후에 설거지의 양은 꽤 차이가 있다. 한식이 더 설거지 할 것이 많다. 만약 먹고 나서 치우는 것이 의외로 많으면 소비자들에게 이 서비스가 주는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인 편리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점은 외식의 가격이다. 유럽에서도 물론 값싸게 먹을 곳이 있다. 하지만 한국만큼 값싸게 먹을 곳이 많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즉 대체재인 외식이 한국에서는 상당한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이 야근이다.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야근이 많은 나라이다 (하는 일의 양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 야근한 시간만큼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누가 피곤에 쩔어 있는데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싶겠는가?

이처럼 Hello Fresh도 다른 비즈니스처럼 장단점이 있다. 어쨌건 먹는다는 것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행위이다. 이런 부분을 공략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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