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 고민없이 스타트업 없다 – 정지훈 교수 인터뷰
2012년 07월 05일

사회적가치 고민없이 스타트업 없다 - 정지훈 교수 인터뷰

 

네티즌들에게는 하이컨셉&하이터치 라는 제목의 블로그로 더 잘 알려진 관동의대 정지훈 교수. beSUCCESS가 주최한 스타트업 컨퍼런스, beLAUNCH2012의 창업가와 함께 세션 '성공적인 EXIT, 제 2단계로의 도약!'에 모더레이터로서 회수 전략(exit)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이끌어냈다. beLAUNCH가 성황리에 막을 내린지는 약 한달여가 지났지만 정지훈 교수의 또다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출처 http://twitter.com/#!/hiconcep

정 교수는 '융합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을 꺼내니, 정 교수는 겸손하게도 융합전파가나 융합전도가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이라 한다. 융합이라는 것 자체로 전문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융합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해석(interpretation)'과 '촉진(facilitation)'으로, 다른 분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회 문제를 파악해 내는 해석능력이 전자에 해당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위해 자원의 적재적소의 배치를 하는 디렉팅의 역할(야구 경기의 야구 감독처럼)이 후자라 할 수 있다. 또 그것이 사람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미디어의 역할도 해주는 것까지 정 교수가 말하는 융합이다. 故 스티브 잡스와 같은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예술, 인문학, 기술 등의 것들은 따로 다루어지고 매니저 수준에서 적극적으로 융합이 되던 것들이 아니었는데, 자신의 생각과 기술, 인문학, 예술적 이해, 사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인 디렉팅을 한 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비슷하게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나 팀 오라일리(Tim O'reilyly), 케빈 켈리(Kevin Kelly),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과 같은 많은 테크 미디어 저널리스트들도 그러하다.

 

하나만 하기에 인간의 포텐셜은 너무 크다

정 교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했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PC 잡지에 기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IT 기술을 항상 접해오다가, 의과대에 진학을 해서 본과 3학년 실습에 들어가며 평범한 의사로서 사는 주위 모습을 보니, 살아가는 방식, 생각의 폭, 인생의 지향 같은 것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바뀔 것이 염려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일종의 밀가루 반죽이라면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붕어빵이 되어 나올 것 같았어요. 이대로 가면 10만명 의사 중의 1명이 되어 먹고 사는데에는 안정적이겠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 잖아요. 전문가 시대라고 사람들이 깊이는 파던데, 이를 꿰어줄 실 같은 사람들이 없어서 제가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죠." 정교수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그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떤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결코 할 수 없었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제공된 환경에 개인이 가치를 더한 것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가치가 더 크다고 보았다. 그의 결심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답이다. 돈, 명성이나 행복, 공감 같은 정서적인 것들도 자신이 만든 사회적인 가치 크기에 따라 돌아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후 석사 학위는 사회과학인 보건정책관리학, 박사 학위는 의공학을 전공한다. 여러 전공을 공부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고 효과도 없는 일이지 않을까? 정 교수의 정답은 그 반대이다. "우리나라는 한 우물만 파라는 신화(?)가 있는 것 같아요. 여러개를 하면 망한다고 생각하죠. 저의 생각으론인간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게 태어났어요. 하나만 하기에 인간의 포텐셜은 너무 큽니다."

 

그가 바라보는 모바일 혁명

스타트업들도 '사회적으로 어떤 유용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정교수. 그가 생각하는 모바일 혁명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PC의 등장으로 바뀐 것은 그룹웨어, 데이터베이스 등의 도입으로 아날로그 문서 중심의 프로세스에 비해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이루었고,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로는 생산성 도구였던 PC가 기업을 벗어나 전세계를 엮었다. 지식의 발견과 지식의 확산이 중요한 것이며, 그런 것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성공을 한다. 하지만 PC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우리의 삶이 정말 바뀌었나하면 그렇지가 않다. 농업과 제조업은 그대로이다. 유통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게임이나 포털과 같은 디지털 자체가 상품인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사람이 PC 앞에 있을 때에만 가상 세계에 연결된다는 점이 한계이다. 하지만 모바일은 다르다. 가장 간단하게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하는 것에서부터 QR코드, 증강현실 등 현실과 가상계는 더욱 손쉽게 연결된다. 스마트폰 자체가 자신의 아바타인 것이다. 이것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고 서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면 그 기술은 아주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호기심만 잠깐 자극할 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것이 온오프라인의 융합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중요한 이유이다.

 

헬스케어 역시 사회적 접근이 중요

정 교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헬스케어의 모바일에서의 가능성은 어떨까? 대답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현 의료 시스템 상 급성 질환이 걸려 수술을 해야한다면 이런 시스템은 잘 작동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래 살게되고 꼭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 아픔, 정신적 고통 등이 많아지고 이의 치료를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 비용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가 생겨났다. 하지만 모바일이라는 작은 디바이스가 병원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병원의 정밀하고 발달된 기계를 통해 해결되는 문제가 훨씬 많다. 모바일이 병원에 안가도 되는 것인데 병으로 인정되는 것들, 생활과 관련된 것들, 당뇨, 고혈압, 비만, 재활, 건강행위 등에 대해서 사회적인 비용을 줄여준다면(병원을 가지 않고),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모바일의 필요가 생겨나는 것이다. 고려할 것은 이것이 생각보다 지역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만성 질병에 대한 비용이 크지 않은 편이다. 조금 의료에 대한 비용이 싸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홈헬스케어에 의존하게 될 확률은 적다. 반면 미국은 만성 질병에 대한 비용이 큰 곳이다. 시간적으로도, 거리적으로도 그렇다. 홈헬스케어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겨나고 이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의료 시설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가 큰 인도, 중국 오지, 아프리카와 같은 곳들도 홈 헬스케어의 가치가 크다. 이러한 헬스케어 분야의 지역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서비스를 하려한다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모델이라고 한국에 이를 가져왔을 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역으로도 그렇다. 어떤 사회적 필요가 있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지, 유니버설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기술'을 우선으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과거 질병률을 세계적으로 개선하게 된 것은 혁신적인 백신이 아니라 우물과 수로의 위생, 소독이 수인성 전염병의 전염을 막은 '프로세스의 개선'이 주요했듯이 사회적인 시스템을 보고 먼저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누구보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일관된 믿음을 가졌다.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지 않고서는 기업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이 또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하는 사업이라면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겠다. 특히 기술 우선의 접근에 대해서 우려한 정 교수의 말은 대부분 기술 베이스의 리더가 팀을 이끄는 테크 스타트업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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