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책상 앞에서 버티는 시간이 승부를 가릅니다” – 제이디랩 양주동 대표 인터뷰
2014년 07월 29일

공대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몇 날 며칠 기숙사에 쳐박혀 있더니, 결국 과제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나타났다는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 제이디랩(JDLab)의 양주동 대표 역시 기존에 존재하는 웹 디자인 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자신이 원하는 웹 디자인 툴을 만들어버린 비범한 인물이다. 그렇게 그는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제이디랩은 비론치 2013(beLAUNCH 2013)의 최고 스타트업으로 뽑힌 경력이 있으며 아이유에디터(IUEditor)라는 웹 에디터를 제작하고 있다. 아이유에디터는 파이톤(Python)과 루비(Ruby)를 지원하는 개발 툴로, 최근에는 캡스톤 파트너스의 홈페이지 (http://capstone.iueditor.org)가 아이유에디터로 제작되었다.

양주동 대표는 IT 벤처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신랄하고 통찰력있는 글솜씨 덕에 그는 한 때 비석세스에서 인기있는 필진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한 스타트업의 CEO로서 가진 스타트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들어보기 위해 직접 그를 만났다.

dfsdf▲제이디랩(JDLab) 양주동 대표

- 어떤 계기로 창업을 시작하셨나요?

회사에서 잘려서 먹고 살려고 시작했어요. 입사시즌도 아니고, 할 게 없더라고요. 돈이라도 벌어야겠다, 그래서 창업을 했습니다. 사실 대기업도 다녀보고, 벤처회사, 중견 회사 여러 군데 다녀보았지만 대기업 같은 곳은 제 몸에 맞지 않고, 그런데다가 작은 벤처회사, 그때는 스타트업이라고 안 하고 벤처회사라고 했어요. 그런 회사를 여러 군데 다니다가 보니까 감이 오더라고요. 아, 내가 해도 되겠구나. 그래서 했어요.

- 어떤 부분에서 대기업 문화와 맞지 않으셨나요?

딱히 대기업이라고는 할 순 없어요. 다녀본 회사들 가운데는 5명짜리 소규모 회사도 그런 문제점 가진 회사가 있었거든요. 규제가 규제를 만드는 것들, 사고를 막으려고 일을 못 하게 막는 것들, 예를 들면 기업에서 지나치게 빡빡한 보안문화라던가, 쓸데없는 PPT 작성, 예쁘게 보이려고 만드는 서류작성, 출퇴근 기록, 필요도 없는 계약서 등등. 아 일 좀 하려는데 계속 회사에서 방해하잖아. 그래서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껍질을 다 제거하고, 실행력에만 집중하면 꽤 괜찮은 아웃풋을 내겠다고 생각했어요.

- 첫 사업 아이템이 궁금하네요. 

가장 처음 했던 것은 2010년에 만든 다이어트 앱이었어요. 딱히 시장조사를 한 건 없고, 그냥 2호선 지하철 안에서 아이폰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폰 좀 빌려달라고 한 다음에 폰에 무슨 앱이 깔렸는지 사진을 왕창 찍었어요. 그런데 그때에 남성이나 여성이나 거의 게임앱만 깔렸었어요. 거기서 그런 숫자를 보고서로 접하면 그래서 게임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런데 직접 물어보면 여성의 경우엔 폰으로 할 게 없어서 게임만 한다고 하더라고. 여성이 그러면 무엇을 하느냐를 봤을 때 다이어트라는 키워드를 발견했고, 그래서 만들었어요. 오브젝트씨 처음 책 산 때부터 딱 한 달 걸려서 출시했고 유료, 무료 한 번씩 1위 다 해봤으니 그때 수익은 나쁘지 않았네요.

- 수입이 괜찮았던 다이어트 앱을 뒤로하고, 웹 에디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웹 개발을 할 일이 있어서 웹 개발 툴도 여러개 사서 사용했는데, 뭔가 다 맘에 안 드는 거에요. 내가 만들어 쓰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서 웹 개발 툴을 만들기 시작했죠.

-  국내에는 테크 스타트업보다 서비스 스타트업이 많은 편인데요. 테크 스타트업의 특징이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테크 스타트업이란 말부터 전 이상하다고 봐요. 비슷한데 뭔가 꼭 꼬집어낼 수 있는 특징이 희미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전 저만의 분류체계가 있는데, 회사의 외측이나, 전략적 측면에서는 일단 문화기반의 비즈니스와 비문화 기반의 비즈니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귤이 황하를 건너서 탱자가 되었다, 그러면 문화 기반이에요. 귤이 태평양을 건넜는데 그대로 귤이더라, 이러면 비문화 기반 비즈니스라고 전 분류해요. 자, 이것을 큰 분류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 분류 기준이 회사의 최대 마켓 사이즈로 어느 정도의 포인트를 삼느냐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문화에 기반한 비즈니스는 국경을 넘기 꽤 힘들죠. 매우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할 겁니다. 예를들어, 옐프(YELP)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장면은 잘 상상이 안 가요. 보통 우리가 서비스 비즈니스라고 하는 건 문화 비즈니스에 속해요.

비 문화 비즈니스 같은 경우엔 세계 어디서나 글로벌 진출을 타겟으로 삼을 수 있는 비즈니스에요. 공격하기 쉬운 만큼, 이 나라에선 내 것이라고 확실한 방어선을 치기도 힘들겠죠.  여기서도 KPI중심의 비즈니스와 비 KPI중심의 비즈니스로 전 나누어요. KPI중심 비즈니스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한국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종목이죠. 하드웨어 스펙 경쟁, 화소 수 경쟁, 배터리 용량 얼마 증가, 이런 것들 있잖아요. 숫자만 맞추면 되는 거에요. 뭔가 샘플을 만들었더니 숫자가 괜찮게 나왔다면 벤처투자가,은행 등 여기저기서 돈을 대어서 대량생산을 하고 팔아치우는 비즈니스, 이런 거 생각만 해도 굉장히 안정적이잖아요. 이런 게 어찌 보면 좋은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중국에 열심히 따라잡히고 있죠. 어떤 부분은 이미 따라 잡혔고.

비문화인데도 KPI가 중심이 되지 않는다면, 이 분야는 숙련된 인력과 경륜을 중심으로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봐요. 인사이트와 노하우가 중심이 되어서 진행이 되는거죠. 예를 들면 유통과 같은 산업. 웹 에디터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오피스 제품군도 마찬가지고. 지표들이 눈에 잘 안 보이니까요. 지표에 매달려서도 안 되고. MS워드를 쓰다가 저장속도가 두 배 빨라졌다고 그게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죠.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테크냐, 서비스냐 라고 나누는 패러다임보다는 훨씬 기업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그에 따른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틀, 전략을 결정짓는 틀을 판단하는 데에 유리하다고 봐요. 기업의 내부 성격은 또 다른 이야기고. 여기에서는 테크냐 서비스냐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테크와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는 분류 기준에 따라서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테크 스타트업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회사가 깔끔한 것은 확실히 있어요. 좀 더 장기간의 시각으로 봐야 하니까. 당장 수익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고 버틸 힘이 있다는 것 같은 장점이 있어요. 어찌 보면 나쁜 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태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깔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컴퓨터만 보고 있다 보니, 일하는 데 편하기 때문이에요. 스트레스는 일에서 안오거든요. 사람에게서 오지.

- 테크, 서비스 스타트업 중에 더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인데,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성공 확률이 높아요. 사실 어떤 분들은 테크 스타트업은 눈에 보이는 엣지가 있으니까 성공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시기도 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이래요. 테크 스타트업을 할만한 사람들, 어찌보면 명문대 석사, 박사생들, 대표적으로 뭐 스탠포드 박사 졸업생 친구들이 서비스 스타트업을 해서 실패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사실 교육이라던가, 기업가로서의 능력이 좋고, 더 잘 준비된 친구들이 테크스타트업 진영에 더 많이 포함되어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이 친구들이 서비스 분야를 하더라도 굉장히 뛰어나진 않을까, 이런 생각이에요.

어찌 보면 성공 확률은 사업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으며 서비스가 얼마나 탄탄하게 만들어졌는지가 좌우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하지만 서비스가 탄탄하게 만들어졌어도 대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사람이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하나의 선택이죠. 막 성장하는 분야에 딱하니 자리 잡아서 그 마켓과 같이 성장하는 것도 굉장히 훌륭하죠. 저 같은 경우는 대기업이 하고 있는 분야에 뛰어들어서 대기업을 이겨버리는 게 속이 편하다는 느낌이에요. 마켓이 이미 대기업이 확보해놓았고, 여기저기 테스트 해봤으니까 아무래도 정보 수집도 수월하고요.

사실 대기업은 크기가 크다는 이유로 고객을 밀접하게 관찰하기가 힘들어요. 보고 체계가 길어요. 고객을 눈으로 안보고, 보고서를 통해 보거든요. 게다가 엄청나게 느려요. 그래서 얇고 날카로운 포인트를 깊게 파고들어 가는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아요. 이 기능도 있어야 되고, 저 기능도 있어야 하니까. 한 기능을 위해서 나머지 모두를 제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어요. 숟가락 얹은 사람이 많아서.

하지만 작은 회사는 그게 가능하죠. 게다가 고객을 좀 더 가까이 두고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수정할 수 있어요. 그게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스타트업의 최대 강점이죠. 민첩하고 좋은 사람들 몇 명이 모여서 스타트업을 하면 대기업에게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사람들로 팀이 구성되어있느냐가 중요하다, 즉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혹시 대표님만의 채용 철학이나 스타트업 운영 철학이 있나요?

채용을 할 때마다 느낀 것은 채용이 투자만큼이나 신중해야 된다는 거에요. 스타트업은 솔직히 ‘웬만해서는' 안 되잖아요. 채용도 마찬가지예요. ‘이 정도 사람이면 될까? 란 사람 가지고 안돼요.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라는 느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죠. 대기업은 사람을 키워서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죠. 그래서 사람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기량이 만개하기를 기다릴 수 있어요. 삼성 인사팀에서 나온 책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적이거든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긴 기간 동안 인재를 키울만한 여력이 없어요. 뽑고, 맡겨보고, 아웃풋 안나온다 그러면 최대한 빨리 퇴직시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이 채용에서 대기업보다 훨씬 깐깐하게 봐야 해요. 삼성전자에서 사람 몇 명 잘못 뽑았다고 안 망해요. 스타트업은 아니죠. 제 경험상, 잘못 뽑은 한 명의 사람은 제대로 뽑은 다섯 사람을 망치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처우 같은 것도 전 대기업에 못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어차피 스타트업이 대부분 망하는 이유의 한 부분의 인력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대기업보다 인력의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빨라야 할 뿐 더러,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있어야 되고. 그런데 여러 조건 중 하나만 어긋나면 힘들어지는 거죠. 그러면 대기업과의 인재 유치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게 아닐까. 대기업에 떨어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인재들을 돈이든 복지를 넣어서든 비전을 보여줘서든 어떤 감언이설을 해서라도 빼 오고 압도적 실행력을 확보해서 이겨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저희 제이디랩 같은 경우엔 채용할 때 논술 시험까지 봐요. 논술은 정말이지 다른 회사에도 추천하고 싶네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가장 잘 알려주거든요. 성향, 가치관, 논리력까지. 그리고 반대로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도 면접자에게 잘 알려줄 수 있고요.

- 또 다른 철학이 있다면요.

한 가지 더 생각하자면 일하는 시간이랄까, 일단 일하는 양 자체가 많아야 된다고 봐요. 질로써 양을 이기는 경우가 있긴 한데, 워낙에 극소수라서요.

사람들이 하나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하는 게 긴 시간 동안 어영부영 책상에 앉아서 퇴근도 안 하고 앉아있는 거보다 더 낫다고 하잖아요, 그건 대기업 기준이고. 스타트업은 안 그래요. 짧은 시간에 집중하는 사람도, 긴 시간동안 책상에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도 다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예요. 긴 시간 동안 집중하는 사람이 다 가져가 버려요. 근데 사실 질이란 건 거의 상당히 선천적이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은 천재 못 따라가요. 그냥 양을 엄청나게 늘려서 엇비슷하게나마 맞출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애플이 초창기에 90시간 일한다고 비난 받았는데, 제가 한 처음 창업해서 개발할 때는 우리 회사는 100시간, 110시간 일했어요. 주말 포함해서 컴퓨터 앞에서 밥에다가 카레 말아서 먹으면서 하면 그 정도 할 수 있어요. 겉으론 보이지 않는데, 그때에 성장곡선이 몸에 쌓인 것 같네요. 그렇게 하려면 멘탈도, 체력도 어느 정도는 갖추어야 하고요. 이젠 체력이 없어서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못해요. 근데 처음에 개발할 때는 그 정도 하면 처음에 확 실력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당장 눈에는 안 보여도. 사람이 성장하는 데에 무슨 대단한 멘토라던가 이런 것보다 그냥 책상 앞에서 버티는 시간이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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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추면 좋을 역량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일반화할 수는 없어요. 저마다 다 보는 눈이 다르니까요. 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째, 텍스트를 독해하는 능력, 둘째로 프로젝트를 셋업할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그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능력.

저희가 논술을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텍스트 독해능력 때문에 그래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의외로 없어요.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글을 읽고, 이 글이 나온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단순히 글을 글자와 그 글의 의미로 이해하면 이즘(ism)에 빠져요. 그럼 선입견이 생기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안 읽는 게 나아요. 모든 주장은 그 컨텍스트 안에서 진실이거든. 예전엔 정보가 경쟁력이었다고 봐요. 근데 이놈의 인터넷 덕분에 요즘엔 정보가 워낙에 넘쳐서 정보 수집 능력이 아니라 정보 이해 능력이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고 봐요. 통칭 말하는 인사이트에요. 같은 텍스트를 읽고도 훨씬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 프로젝트를 셋업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걸 어떤걸 의미하나요.

프로젝트 셋업이라고 함은 게릴라전을 펼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해도 돼요. 처음엔 뭐 가진 게 없잖아요. 근데 누군가는 분명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거든요. 운영의 아이디어랄까. 물품의 현지 조달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을 끌어들이고, 조직을 셋업하는 그런 일들이죠. 비전을 보여주고, 이끌어가는 능력.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는 말은 대규모 물량을 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손자병법에도 소규모 물량과 대규모 물량은 각기 다르게 운용해야 한다고도 했고. 돈이 100억, 200억이 있을 때에는 돈이 천만 원, 이천만원 있던 때와는 또 운용을 다르게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전 이렇게 크게 세 개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고. 다른 사람은 또 다르게 분류할 수 있겠지요.

무엇을 갖추는 게 좋냐는 질문에는 여러 사람이 다 다른 답을 할 거에요. 저 또한 그 답 중의 하나일 뿐이에요. 다만 절대 가져선 안되는 게 있다면 모두가 동의할 성향이 있어요. 허세에요. 사람뿐만이 아니라 제품도 회사도 허세가 낄 수 있어요. 자기 평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려 노력하는 것은 위험해요. 특히 요즘 스타트업 붐이 일면서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을 과대평가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에요. 그래서 홍보는 언제나 양날의 칼이에요. 제품이 있는데 홍보가 안 되면 노력하는구나 하는데, 제품이 없는데 홍보만 하는 회사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것 같아요. 사람도 마찬가지 인거고.

- 그럼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경험자로서 조언해준다면?

인터넷은 인생의 낭비에요. 이런 인터뷰 읽는 것도 시간 낭비에요.(웃음) 게다가 사실 제가 무슨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도 아니고. 제 코가 석자예요. 우리 회사나 1년 만이라도 버티면 다행이지.(웃음) 내가 생각하기에 일 년 뒤에 망해있을 확률이 60~70%는 되는데 뭐. 농담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해요. 비즈니스에 어떤 정석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해요. 다만 경영 서적들에서 참고할만한 부분은 있긴 해요. 조언을 들을 때는 ‘왜 이 사람이 이렇게 조언할까?’ 란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성공한 사람이 후배 사업가에게 조언할 때에는 자기의 성공담에 기반하게 되어요. 그런데 인간은 환경에 종속되어있거든요. 내가 이렇게 하니 되더라, 저렇게 하니 안되더라. 근데 그것도 하나의 확률이고, 같은 상황에서 반대로 해서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도 많고. 그래서 단편적 이야기들은 참고삼아서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내가 금융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을 때, 전설적 엔지니어출신 사업가에게서 듣는 조언이 큰 의미가 있을까요? 전 그래서 이왕 조언을 듣거나, 멘토에게서 무슨 말을 들을 때는 되도록 자신과 같은 비즈니스 패러다임, 같은 사업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에게서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만약에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했다면 조언을 해줄 게 많아지죠. 그런 사람을 보고 멘토라고 옆에서 부르면 그 사람은 자만하게 되고 결국 허세가 생겨요. 워런 버핏이 ‘당신의 판단의 51%만 맞아도 월스트리트에서 역사상 최고의 거부가 될 수 있다' 고 말했어요. 인간의 판단이란 게 그래요. 내가 이런저런 자료를 주르륵 모아서 계산하면 곧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51% 맞춘 사람이 없다는 거죠. 내가 다음 포커판에서 이길지 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아는 건 한 가지 있어요. 포커를 계속 치다보면 언젠간 스트레이트 플래쉬가 내 손에 쥐어진다는 것 정도.

사실 모든 일에 판단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몫이에요. 정답이 없다는 것 정도가 정답이 아닐까 해요. 아, 물론 아닐 수도 있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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