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머리, 에디 큐
2013년 04월 12일

정신연령을 실제 나이로 나눈 수치에 100을 곱한 값을 지능지수라고 합니다. 흔히 아이큐(IQ ; Intelligence Quotient)라고 부르죠. 지능지수는 오랜 시간 인간의 지능을 수치로 잡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애플을 평가하는 지수라고 한다면 필자는 단연 '에디 큐(Eddy Cue)'를 꼽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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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머리, 에디 큐

애플을 이끌고 있는 실질적인 머리가 누구입니까? 팀 쿡? 그는 역시 제품 개발보다는 이끌어 내고 수용하는 역할이 어울립니다. 지금의 자리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조나단 아이브는 최고의 제품 디자이너입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디자인도 맡게 되었으니 그의 새로운 디자인 세계를 기대해봐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디자이너에 머물죠. 필 쉴러? 잡스에게서 키노트 기술을 착실히 배워왔습니다. 이제 본분인 마케팅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죠. 그렇다면 퇴출당한 포스털을 어떨까요? 그는 잡스를 흉내 낼 뿐이었습니다. 애플에는 더 우수한 머리가 필요하죠.

 

에디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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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이 CEO가 된 후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필자에게 묻는다면, '에디 큐를 인터넷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 자리에 앉힌 것'이라고 무조건 대답할 것입니다. 묻지 않더라도 지금의 애플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을 큐라고 언급하겠죠.

에디 큐는 24년간 애플에서 근무했습니다. 24살에 애플에 입사 한 그의 나이는 이제 48세입니다. 2003년에 아이튠즈 스토어의 책임을 졌고, 2008년에는 앱스토어와 모바일 미, 2012년에 와서 포스털이 퇴출당한 후 시리와 애플 맵까지 그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애플이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서비스 모두가 큐의 손을 거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의 손에 아이튠즈 스토어가 런칭 되었고, 망가진 모바일 미를 아이클라우드라는 성공 모델로 바뀌었으며, 앱스토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그는 아이브와 함께 1997년 잡스 복귀 후 살아남은 직원 중 한 명이며, 대부분 넥스트 출신인 경영진들과 달리 애플 온라인 스토어의 일반 직원부터 시작해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 온 애플 베테랑입니다. 큐의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서글서글한 인상은 마치 순둥이 같아 보이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애플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었습니다. 잡스가 아이튠즈을 위해 벌인 소니 뮤직이나 유니버설 등과의 단판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런칭했습니다. 그다음은?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성공적으로 런칭되었지만, 애플은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음반사들과 부딪혀야 했습니다. 이들을 모두 막아낸 것이 큐입니다. 큐의 철학은 한가지입니다. '애플.' 그는 서비스 부분을 담당하면서도 서비스가 애플을 움직이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애플의 주요 수익은 서비스가 아니라 하드웨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협력하는 것에 있어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가 디지털 음반을 지배할 당시 음반사들이 아이튠즈 뮤직에서 빠지게 되면 서비스 자체가 무너질 수 있었고, 음반사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유리한 입장이 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큐는 음반사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습니다. 음반사들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했다가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음반사의 것이 될 테고, 디지털 음반 시장의 초기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이팟의 판매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 겁니다. 물론 그 이유 때문으로만 음반사들의 요구를 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음반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아이튠즈에서 음반사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자살 행위이며, 다른 경쟁 음반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그의 판단력과 배짱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2009년이 되어서 애플과 음반사의 전쟁은 다시 벌어집니다. 상황이 바뀌었죠. 음반사들의 경쟁이 아니라 아마존과 애플의 경쟁이었습니다. 아마존은 성공적으로 디지털 음반 시장에 안착했으며, 애플과 경쟁했습니다. 음반사들은 애플보다 더 좋은 조건에 아마존과 계약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음반사들은 애플에 항의합니다. 계약 기간이나 음반 가격 등 내용은 이전과 별반 차이 없었지만, 태도는 달라졌죠. 큐는 영리했습니다. 그는 음반사들을 달래었고, 일단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음반사들의 요구를 일부 들어줍니다. 음악 컨텐츠를 기반으로 해야 하드웨어를 팔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음반 수익을 내놓더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고 나서 2011년에 '아이튠즈 매치'를 공개합니다. 아이클라우드를 담당하던 큐는 아이튠즈 매치를 아이클라우드에 포함 시켰는데, 아이튠즈 매치는 정식 음원이든 불법 음원이든 구독료를 내면 아이튠즈 음원을 재생시켜주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음반사들과의 계약에서 잃은 파이를 새로운 서비스로 메웠으며, 불법 음원으로 골치를 앓던 음반사들도 반길만한 카드를 꺼내 들어 불같이 달려들던 음반사들을 잠잠하게 만들었습니다. 전쟁을 종식 시킨 겁니다.

그의 업적에서 아이클라우드를 빼놓을 순 없을 텐데, 기존의 모바일 미는 컨셉은 괜찮은 서비스였지만 전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애플이 iOS를 주력으로 삼아 거기에 모바일 미를 심으려 했지만, 서비스들은 유료였으며 독립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접근성이 빠져 있었죠. 아이클라우드의 지휘봉을 잡은 큐는 아이클라우드를 iOS에 완전히 포함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해냈습니다. 아이클라우드 사용자는 2억 명에 달하며 그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유연합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이 아이클라우드라는 서비스로 하여금 자연스러워 지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만 그쳤던 모바일 미과는 접근 자체가 달랐습니다. 거기에 아이튠즈 매치로 음반사까지 잡아냈으니 성공에 부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뿐일까? 큐는 아이패드 미니 탄생의 실질적인 장본인입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에게 계속해서 7인치 태블릿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잡스도 어느 정도 수용했습니다. 이어 큐는 애플의 중추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큐가 2011년 1월에 팀 쿡, 스콧 포스털, 필 쉴러. 이 세 명에게 보낸 이메일은 유명합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7인치 태블릿이 필요하다며 기가옴의 'Why I Just Dumped the iPad (Hint: Size Matters)'라는 사설을 포함했습니다. 자신이 삼성의 갤럭시탭을 사용해보니 크기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 저렴한 아이패드가 필요하다는 가격에 대한 전략이 아니라 이메일이나 책, 페이스북 등을 즐기는데 7인치 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것과 수요가 있는 점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는 서비스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애플의 하드웨어 전략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단순히 많이 팔아 서비스 이용을 높인다는 발상이 아니라 서비스가 하드웨어 판매에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되었고, 매주 110만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로 자리합니다.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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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동안 에디 큐가 이뤄낸 것은 애플의 핵심뿐입니다. 이 핵심은 여전히 애플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큐는 협상의 달인이며, 애플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고, 허를 찌르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트렌드를 제시하는데 재능이 있으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려 합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잡스의 부족했던 부분을 지니고 있으며, 지나친 부분은 억누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잡스조차 큐의 능력을 믿고 그 핵심을 맡겨왔었죠. 유능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일입니다. 지난 3월, 뉴욕 타임즈는 애플이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여름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애플과 음반사 간의 스트리밍 가격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올해 공개될 것으로 보였던 스트리밍 서비스가 늦어지게 된 것입니다. 애플은 한 곡당 100회 재생에 $0.06를 제안했지만, 판도라의 $0.12의 반값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불합의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The Next Web에 따르면 이 계약을 거의 성사되었으며, 이번 주 체결할 것이라고 합니다. 판도라보다 반값이며 광고들도 포함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아이튠즈를 통해 곡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그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경쟁하게 될 스포티파이와 판도라 등 음악을 추가로 판매할 수 없는, 그리고 자체적인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도 없는 업체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야 알아서 자리를 잡아가겠죠. 주목할 점은 이 협상의 중심에 에디 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플은 아이튠즈 매치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긴 했지만, 스포티파이와 판도라와 같은 서비스들보다 눈에 띄지 않았으며, 사용자들도 빼앗겼습니다. 덕분에 아이튠즈의 성장세도 주춤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큐는 판도라보다 더 좋은 나은 조건에 계약을 따내고자 했으며, 거의 이뤄진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협상 건은 큐의 능력에 잡스의 그늘을 완전히 배제한 일입니다. 잡스가 없더라도 협상 건에서 큐라는 카드가 있다는 것과 그 카드가 잡스에 못지않을 만큼 강력하다는 인상을 준 것은 앞으로 애플을 바라보는 것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구상하고 준비하며 이를 지휘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의 애플에게 있어 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명확하게 합니다.

 

애플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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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큐가 현재 진행 중인 부분은 음악 스트리밍뿐이 아닙니다. 애플TV도 그의 손에 있으며, 포스털의 퇴임으로 시리와 애플 맵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는 애플TV의 영상 컨텐츠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인터페이스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퍼시픽 크레스트의 분석가 앤디 하그레브스와의 대화에서 '애플의 TV셋은 현재 중요한 카드가 아니며 훌륭한 사용자 경험과 기존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제품으로 내놓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셋톱박스인 애플TV를 통해 사용자 경험이 확실해지지 않으면 내놓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WWDC 2012에서 그는 애플 TV를 직접 시연했으며, 그가 애플TV에 얼마나 크게 관여하고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는 하그레브스와의 인터뷰가 보여줬습니다. 이보다 애플다운 스타일이 어디 있나요?

시리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구글 나우와 비교되면서 초기의 큰 관심보다 떨어졌으며, 애플 맵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큐는 이 둘을 아이클라우드처럼 성공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큐가 이 둘을 위임한 후 애플은 몇몇 음성인식/지도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했으며, 큐는 직접 애플 맵 개발담당자였던 리차드 윌리엄슨을 해고합니다. 이들은 최근의 일이기에 iOS7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더 분주한 모습인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iAD와 아이북스 또한 그의 몫입니다. 얼마 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서가 통합되어 일부가 에디 큐의 손에 들어가면서 하드웨어에 대한 원활한 이견 조율에도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현재 애플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이며, 애플의 머리 그 자체입니다. 적어도 현재 애플에서 잡스 같은 능력과 위치를 지닌 인물이라고 한다면 여지없이 에디 큐를 지목해야 할 것이며, 잡스 때도 큰 신뢰를 얻었고 팀 쿡 체제에서도 변함이 없는 만큼 에디 큐의 존재에 대해 다시 조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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