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3] 햇살과 바람과 새소리와 함께 하는 스타트업 어떠세요?
2014년 09월 05일

발리에는 후붓(지난 기사)과 더불어 반드시 손에 꼽히는 협업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리빗(Livit)에서 운영하는 협업 및 주거 공간, 스타트업 겟어웨이(Startup Getaway)다.

스타트업 겟어웨이, 당신의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

스타트업 겟어웨이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바투불란(Batubulan)과 사누르(Sanur)사이의 이 작은 동네에선 길을 물어 보려 해도 영어가 전혀 통하질 않아 꽤 난감했다. 여섯 개의 빌라, 그것도 스타트업 사람들이 한 군데에 모여 산다면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띌텐데 여기선 아무리 둘러봐도 스타트업 겟어웨이의 간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날씨는 덥고, 구글맵은 빙빙 돌고, 설상가상으로 신고 있던 샌들은 망가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미리 약속을 해둔 리빗의 커뮤니티 매니저 닉에게 전화를 거니 바로 앞 건물에서 그가 손을 흔들며 걸어 나왔다. 평범한 3층 주택으로만 보이던 이 곳이 바로 스타트업 겟어웨이의 메인 빌라였던 것이다.

startupgetaway1

여섯 개의 빌라가 나란히 일렬로 서 있었으며, 메인 빌라 맞은 편에는 프로젝트 겟어웨이 커뮤니티를 위한 레스토랑 겸 카페가 있었다. 각각의 빌라들에는 입주자들을 위한 개별 침실과 공동 부엌, 공동 사무 공간 및 개별 사무 공간들이 있고, 메인 발라의 뒷편에는 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와 풀장이 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발리답게 편한 차림을 하고 업무에 열중해 있거나 풀 옆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다. 일에 몰두한 사람들의 모습은 서울에서 보던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건 배경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startupgetaway2▲스타트업 겟어웨이 커뮤니티의 식사를 책임지는 카페 스텝들

startupgetaway3▲야외 카페, 스타트업 겟어웨이 커뮤니티와의 점심 식사

 스타트업 팀 및 개별 기업가들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연 단위로 이 곳에 입주할 수 있다. 생활 및 업무에 필요한 모든 설비 및 식사가 제공되며 입주자들은 요리, 청소, 장보기, 세탁을 비롯한 여타의 가사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을 단 한번의 경험, 프로젝트 겟어웨이

projectgetaway출처: http://www.projectgetaway.com/

 프로젝트 겟어웨이(Project Getaway)는 리빗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및 기업가를 위한 연간 프로그램이다. 연 1회 전세계에서 20명의 참가자를 선발, 참가자들은 30일간 한 빌라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이벤트 및 네트워킹을 경험하게 된다. 스타트업 겟어웨이와 프로젝트 겟어웨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가 1년 365일 내내 진행되는 입주 프로그램이라면 후자는 1년에 한 번 있는 연간 행사라는 점이다. 리빗의 커뮤니티 매니저 닉 마틴(Nick Martin)은 이를 두고 "프로젝트 겟어웨이는 멋진 이벤트이고, 스타트업 겟어웨이는 멋진 라이프 스타일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에너지로 가득한 20명을 한 곳에 모아 놓는다고 생각해 보라. 한 달간 온갖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자신의 사업 계획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 나간다. 눈 깜짝할 새에 팀이 만들어지고 파트너십이 맺어지며, 수십개의 크고 작은 워크숍이 참가자들 간에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이 곳 저곳에서 열리기 시작한다."

그는 스타트업 겟어웨이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겟어웨이 역시 참가자들이 온갖 잡다한 가사일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상당하다.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 메뉴나 더러운 방과 사무실을 청소하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이로서 얻게 되는 추가적인 시간들을 완벽하게 자신의 업무에 활용하거나, 발리를 탐험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쌓고 영감을 얻는데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Live it!, 리빗

리빗(Livit)은 스타트업 겟어웨이와 프로젝트 겟어웨이를 운영하는 발리의 인큐베이터이다. 창업자인 마이크(Michael Bodekær)는 덴마크에서 여러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성공적으로 엑싯한 경험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은 2011년 어딘가 멋진 장소로 사람들을 데려가서 함께 일을 해보자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 하나의 빌라를 빌린 뒤 단순히 그와 그와 알고 지내던 스타트업 사람들을 위한 업무 및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던 것이 이제는 일곱 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하고 매일 약 25명의 사람들이 낮 시간 동안 일을 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로 성장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처음부터 있었다기 보다는 멋진 환경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고, 이 커뮤니티가 차차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큐베이터가 된 셈이다.

스타트업 겟어웨이에 입주해 있거나 프로젝트 겟어웨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은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리빗이 보유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커리어 개발 및 투자자 소개 역시 함께 이뤄진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팀이 있으면 우리는 그 팀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재빨리 실험할 수 있게 하고, 만약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될 경우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우리는 여기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스타트업 겟어웨이는 이 모든 과정에 매우 최적화된 장소이다."

리빗의 생태계에 속해 있는 스타트업들 중에는 이미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거나 세계 각지에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곳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125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인터넷 카페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사 스마트론치(Smartlaunch),  윈도우를 위한 메일클라이언트로 유명세를 탄 메일버드(Mailbird), 인터랙티브 과학 교육 툴을 개발하는 랩스터(Labster) 등이 있다. 그리고 닉 역시 스타트업 겟어웨이에서 아이패드 매거진을 만드는 툴 맥로프트(Magloft)를 개발하면서 리빗의 도움으로 본인의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다. (허핑턴포스트의 발리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기사에서도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실리콘 발리

 닉은 엄청나게 멋진 계획이 진행 중이라며 '실리콘 발리'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지금의 공동 주거 및 협업 공간을 더욱 확장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큐베이팅, 기업가 정신, 발리에서의 일과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함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미 투자자 및 현지 정부와 함께 의논 중에 있으며, 올해 말부터 발리 남부의 부지에서 본격적으로 건설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귀뜸도 잊지 않았다.

사람들은 왜 발리로 오는가?

이번 발리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것, 그리고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가 있다. 바로 '디지털 노마드'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이다. 안정된 일과 수입, 예측 가능하고 다수에게 인정받는 커리어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택하는 사람들, 정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출현,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각종 커뮤니티와 협업 공간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발리는 아름다운 휴양지일 뿐만 아니라,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일과 삶의 균형,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서든 빛이 난다. 또 다른 곳에서 이런 멋진 이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닉의 이야기로 이번 '발리에서 생긴 일'시리즈를 마친다.

 Livit_Nick▲닉 마틴 (커뮤니티 매니저, 리빗 / 창업자, 맥로프트)

 "나는 애널리스트로 덴마크에서 5년 간 일했다. 난 멋진 동료들과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학창시절부터 내 자신을 실험가로 여겨왔다.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각종 물건들을 팔아 보았고, 회원제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거기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일이 너무나 즐거웠다.

2011년 나는 매일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새로운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지인의 소개로 이 곳을 알게 되어 자기소개를 담은 영상을 마이크에게 보냈으며, 3주 후 발리행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6개월의 장기 휴가를 내고 발리로 왔는데 결국 6개월 째에 사표를 내고 이곳에 머무른지 3년째다.

발리는 놀랍도록 멋진 곳이다. 그리고 특히 이 곳의 저렴한 생활비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필요한 만큼 오래 시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발리에서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1년 내내 따뜻한 날씨를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신앙에 쏟는 정성과 노력은 언제나 놀라우며 늘 내게 영감과 동기부여를 선사한다. 발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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