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키의 2012 Crunchies Awards” (크런치시상식) 참여기
2013년 02월 06일

지난 31일, 1월의 마지막 날, 현지 시각으로 저녁 6:45분부터 11:30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크런치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6회째로 개최되는 크런치 시상식은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주최로 그 규모 면에서나 참여하는 스타트업, 스피커 측면에서나 과연 미국 스타트업 계에 가장 의미 있는 시상식이었다.

지난 1년 반의 시간동안 스타트업에서 일 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문화, 벤처캐피탈리스트들, 엔젤투자가들, 미국의 스타트업 서비스들에 관련해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무작정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무작정 사고 치고 뒷수습하는 스타일의 필자는 도착해 급급하게 뒷수습을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 샌프란시스코의 마운틴뷰, 팔로 알토의 모든 사람들이 스타트업 워커(worker)이고 모든 회사들이 스타트업은 아니니, 지나가는 사람을 무작정 붙잡고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했다. 필자가 찾은 그 이유가 바로 "크런치 시상식"이었다. 필자는 크런치 시상식에 가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무작정 beSUCCESS의 번호를 눌렀다. beSUCCESS의 테크크런치와의 연계로 크런치 시상식의 표를 무료 제공받을 수 있었다.

31일 오후 5시, 도착 이틀째 날, 시차적응으로 쏟아지는 잠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잠깐 눈을 붙이자 하며 숙소에 누웠는데,,, 비명과 함께 눈을 떴을 때 저녁 7시!!! OH MY GOD!!  낮에 행사장까지의 뮤니(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라인을 모조리 파악해 놓았는데,,, 패닉상태로 택시를 탔다.. 금쪽같은 15불을 택시 아저씨게 고이 내드린 뒤, 택시에서 내렸을 때 필자는 또 한 번 당황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택시에서 내렸을 때 앞뒤에 있던 검은색 리무진 차량에서는 VIP들이 함께 내렸다. (필자, 너가 무슨 VIP니,,,? 일찍 도착했어야 했는데 ㅠ_ㅠ)

행사는 정확히 8시에 시작해 9시 30분에 정확히 끝났다. 앞에 더 가까이 앉아서 시상식을 보고 싶었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크런치 시상식은 SV Angel의 창업자이자 투자가 Ron Conway와 "Tech Friendly Mayor" Edwin Lee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인사로 시작됐다. "Welcome to the Academy Awards for the Tehc Community"라는 문구로 시작한 인사말은 IT Community가 국가를 위해 정부와 함께 웹사이트와 서비스를 만들고,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는 데에 감사를 전했다. 최근 이슈가 된 총기사건에서도 IT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방영된 영상은 론콘웨이와 시장이 직접 출연하여 "샌프란시스코란 도시는 세상을 변화시킨다" 메시지를 전달했다. 더 많은 IT인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인 비자 문제 해결 등 도시 전체가 협조해 긍정적 IT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후 야후의 스타 CEO, 마리사 마이어가 등장했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 전체에 박힌 비즈는 흡사 인어공주를 연상시켰다. 이번 행사의 메인 스폰서로 참가한 그녀는 보이쉬한 목소리로 “모든 IT인들이 셀 수 없이 잠 못 드는 밤들을 보내며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것들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녀의 행사 소감은 "We are also hiring"이라는 재치 있는 멘트로 마무리 되었다.

시상식의 호스트 John Oliver는 시상식에 재미를 배가 시켰다. 그는  "크런치는 범생이들이 제일 잘 하는 것을 하게 하고 뒤에 팔짱끼고 앉아서 서로 평가하는 것이다(The Crunchies is all about nerds doing what nerds do best and then sitting back to judge eachother)"라고 말하며 본인의 아이폰에는 정작 앱이 2개밖에 깔려있지 않다고 농담했다.

총 20개의 분야에 대한 시상으로 진행된 이번 시상식은 시상식 전 투표를 진행한 뒤 수상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상자들은 상의 가치와 후보 서비스들을 소개하고 Runner Up 과 우승자를 발표 하였다.

▷ 수상소감 및 백스테이지 인터뷰 영상 보기

개방과 자유의 나라 미국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창조와 혁신의 스타트업인들이라 그런지 수상소감 모두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아래 소개한다.

“Best Collaborative Consumption Service” 분야에서는 ‘에어비앤비(Airbnb)’가 그 영광의 자리를 차지했다. 에어비엔비의 CEO 브라이언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해야 하지만 한 명에게는 반드시 감사를 꼭 전해야 한다, 저 위에 계신(upstairs) 그 분, 그 분 때문에 내가 여기 있고, 우리 모두가 여기 있다. Thank you Ron Conway for that” 당연히 신께 감사 드린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모두 빵 터지는 수상소감이었다.

“Best Mobile Application”의 수상의 영광은 구글맵에게 돌아갔다. "Grindr (동성애자 찾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사람을 찾고 구글맵을 이용하여 그 사람을 만나러 가서 그와의 추억을 인스타그램으로 남기고 그와 함께 마시는 술을 스퀘어로 결제하고 집에와서 에버노트에 기록을 한다" 후보에 있는 모든 서비스를 인용한 수상 소감은 매우 기발했다.

"Sexiest Enterprise Startup"의 수상자 ‘박스(Box)’의 두 창업자는 “수상소감을 6장 준비했다”며 “첫째로 나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믿어준 엄마에게 감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웃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우리의 유저들에게 감사한다, 우리의 경쟁자가 아닌 스타트업들만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는 임팩트 있는 수상소감을 말했다.

“Best Internatinoal Startup”는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가 차지했다. 시상 중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운드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투표에 참여하였고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Angel Of the Year”에서는 크리스 딕슨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수줍게 나와서 말을 굉장히 조금만 하고 내려갔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를 해서 그런지 조용히 말 몇마디 하고 터벅터벅 시상대를 내려간 그는 애프터 파티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몽상가 같은 엔젤 투자가 인 듯 하다.

“VC of the Year” 상은 ‘페이팔 마피아’의 Peter Thiel 이 수상했다. 키가 다소 작은 그의 눈빛은 영화배우 못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수상 소감 제일 처음에 " 소셜네트워크 영화에서 나의 역활을 맡아서 연기했던 Wallace Langham 에게 감사한다, 그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상을 수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말해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그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우리 사회가 한 단계로 앞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이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라며 소감을 밝혔다.

“Founder of the Year” 상을 시상하기 위해 나온 테크크런치의 Josh Constine는 "과거에 아이들은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어했지만 오늘날 이 후보자들 때문에 더 많은 아이들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Inventor가 되고 싶어한다" 라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수상자는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Kevin Systrom이었다. "먼저 여자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일상의 평범한 직업을 그만두고 사진의 창의성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설득시켜줘서 고맙다. 그리고 나의 공동창업자 와 유저에게고 고맙다"라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역시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고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인가 보다.

“CEO of the Year”의 수상자는 그 유명한 마크주커버그! 말이 정말 빨랐다. “수상에 너무 기쁘지만 수상 보다는 여기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만 남기고 쏜살같이 사라진, 애프터 파티에는 보이지도 않던 필자와 동갑내기인 친구 주커버그....

그리고 마지막 수상, "Startup of 2012"의 수상의 영광은 바로,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Github이 차지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스타트업이지만 2008년에 창립 후 지난 여름, 앤더슨호로위츠에서 한 번에 1000억 투자를 시리즈 A로 받은 멋있는 팀이다.

모든 시상이 끝나고 애프터파티가 열렸다. 바쁘고 유명한 시상자나 수상자들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운 좋게 마리사 마이어와 론콘웨이와 사진을 찍고 소개를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미국 유학시절에 겪은 많은 굴욕사진들 때문에 "이쁜 백인 여자랑 사진은 절대 안 찍는다"가 나의 철칙이었지만 마리사마이어가 아닌가? 자랑스럽게 독자 여러분께 사진을 공유한다. 한국에도 한번 방문에 달라고 요청했더니 "I'd love to" 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을 해줬던 마리사마이어! 그리고 백발 할아버지 같은 론콘웨이,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애프터파티에 참석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명찰이 없어 누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장점도 있었다. 대개 이스라엘, 캐나다, 영국, 등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하거나, 미국 본지의 스타트업들도 있었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고 방문한 사람들, 언론인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렸다. 몇몇은 드레스와 턱시도 갖춰 입고 미용실에서 머리하고 온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몇몇은 청바지에 자켓만 걸치거나 또 나머지 몇몇은 후드티 입고 온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도 보였다.

그냥 서있으면 사실 아무도 와서 말을 걸지 않는다, 바에서 술 기다리면서 얘기하고, 지나다니다 부닺치면서 인사하고, 사진 부탁하면서 얘기하고, 그러다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 소개해주고, 또 소개받고, 소개만 한 20번 것 같았다.

시상식에 끝까지 남아있고 싶었으나 낮동안 보았던 수많은 홈리스들을 생각하며 집에 혼자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두려움에 돌아가는 발길을 서둘렀다. 또 택시비로 그 비싼 돈을 낼 수 없으니 뮤니가 끊기기 전 얼른 서둘러 나왔다. 머피의 법칙은 언제나 존재하듯 집에 가려고 하니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스타트업보다 내 목숨부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뮤니에 몸을 싣고 숙소로 돌아왔다.

시상식의 경험이 나의 호기심을 다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지르고 보자" 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 졌다.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은 기간 동안 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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