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PC버전이 의미하는 것
2013년 03월 22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PC에서 사용되던 서비스들이 모바일로 들어간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PC로 빠져나오는 경우는 드물었죠. 아무래도 모바일 시장이 강세이고 커짐에 따라 모바일로 이동하는 것은 늘었지만, 반대의 경우는 왠만큼 덩치가 크지 않은 이상 모바일에서 성장하는 것도 벅찬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카카오톡은 매우 성장한, 뒤쳐지지 않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죠.

PC에서 사용 가능한 카카오톡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PC버전을 지원할 것이라 발표했었고, 마침내 베타테스트에 들어갑니다. 카카오는 3월 24일까지 1만명의 테스터를 모집하며, 카카오 계정이 있다면 누구나 신청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PC 버전은 윈도우만을 지원하며, 따로 맥용이나 리눅스용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황입니다. 베타테스트이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향후 적어도 맥용 정도를 출시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이제 PC를 이용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이며, 키보드 타이핑으로 빠르게 메세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카카오톡을 벗어나지도 못할 자물쇠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으로 자물쇠를 걸어버린 마당에 딱히 PC버전이 나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단순한 메시징 기능의 PC버전 카카오톡이라면 모바일에서 보여준 플랫폼 확장 영역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게임 초대나 투표나 몇일 전 오프난 카카오 플레이스의 지도 정보, 솜노트의 경우 노트 공유 기능도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메세지나 보낼 수 있으면 되지, 그런 것들이 무슨 상관인가' 싶더라도 카카오를 지탱하는데 있어 매우 지대한 역할을 해온 녀석들입니다. 물론 PC 사용량이 모바일을 넘어설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이 카카오라는 플랫폼 전부를 이용하는데 있어 여전히 모바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웹버전의 몇몇 서비스의 경우 PC버전과 연동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르지만, 대다수의 카카오 제품은 PC버전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며 이를 PC버전에서는 걸러낸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공유 시스템을 카카오톡과 연결해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PC버전의 카카오톡은 단순히 메세징을 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일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메세징을 PC로 하되 보조적인 수단이며, 모바일이 주가 되는 것으로 내버려 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카카오톡에게 있어 오랜시간 PC버전을 내놓지 않은 이유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만약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메세지 사용량을 더 늘리고 싶을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PC버전을 내놓았을 것입니다.

카카오톡이 현시점에 와서 PC버전을 내놓았다는 것은 카카오톡을 통한 N스크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카카오톡을 PC버전에서 사용할 때 발생해 온 것들 입니다. 그부분에 대해 카카오가 고려하지 않았다면 사실 PC버전의 카카오톡은 크게 의미 없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다만 필자는 딱히 카카오가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덧붙여봅니다.

N스크린이라는 것이 무슨 PC에서 카카오 게임을 할 수 있어야 하거나 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카카오가 가진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N스크린 확장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 스타일의 경우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능을 크게 사용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입니다. 카카오 스타일은 의류 상품을 나열하고 추천하거나 공유하고 쇼핑몰에 접속해 구입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데, 상세보기를 할 경우 브라우저에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럼 해당 쇼핑몰 페이지로 넘어가 볼 수 있는 구조인데, 이것이 모바일에서는 번거롭죠. 하지만 PC에서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크게 기능적 확장도 아닙니다. 원래 모바일에서 웹으로 연결하던 것을 PC로 옮겼을 뿐이니까요. 모바일에서 정보만 얻고 PC에서 느긋하게 정보를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공유 된 링크를 따라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런 식으로 하나씩 N스크린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카카오 계정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애초 전화번호만 있으면 되던 카카오톡에 '아이디'라는 개념이 생겼고, 이후에는 이메일 인증 기능이 등장했습니다. 이것은 카카오 계정이라는 통합 계정으로 변했고, 이번 PC버전 신청을 위해 인증받으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이제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계정이 생겼기 때문에 인증 문제에 대해 걱정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카카오는 여태 태블릿용 카카오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이를 제한시켰습니다. 전화번호 인증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카오 계정을 통해 인증이 가능하다면 굳이 전화번호 인증의 번거로움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PC버전이 증명한 것이고,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태블릿용 카카오톡을 만들 가능성도 제시한 것입니다.

이미 많은 카카오 게임들은 태블릿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태블릿용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카카오톡이 태블릿으로 출시되는 순간 스마트폰과 같은 확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음에도 카카오 스스로 그것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PC버전을 통한 N스크린 전략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카카오톡 PC버전이 출시한다'가 아니라 '드디어 카카오가 스마트폰을 벗어나 새로운 확장에 발을 디뎠다'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스마트폰에만 갇혀있던 카카오가 한발 띄기 시작한 것입니다.

필자는 한발 띄어내긴 했지만, 웹서비스를 하거나 PC버전의 카카오 스토리가 나올 확률은 낮으며 설사 나온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예 스마트폰이 몰락할 때쯤 서비스를 유지는 해야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당장 N스크린을 확장하진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다만 카카오톡을 통해 일부 N스크린 전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며, 카카오 페이지에서의 컨텐츠를 PC로 끄집어 내는 등이 가능하다면 조금씩이지만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카오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을 떼어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 자체를 사용자들이 떼어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카카오를 통해 계속 메세지와 정보, 컨텐츠를 제공하여 쉴틈 없이 하는 것이 카카오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한 발판이 PC용 카카오톡인 것입니다.

PC용 카카오톡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식의 로드맵을 꾸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초로써 어떤 작용을 할지에 대한 기대감은 꽤나 크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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