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편견 뒤엎은 스무살 청년의 바다 쓰레기 청소 프로젝트
2015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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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보얀 슬랫

"이 문제는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제가 3년 전 배를 타고 있을 때 누구도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해양 쓰레기 청소는 시도는 해봐야 할 만큼 인류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첫 시도가 한국에서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2011년 그리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한 16살 소년은 물고기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바다에서 발견하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아무도 이걸 치우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한 답으로 그는 2013년 항공우주공학 공부를 접고 사상 최대의 해양 쓰레기 청소 기업, '오션 클린업'을 창립했다.

오늘 개최한 서울 디지털 포럼을 찾은 스무 살의 보얀 슬랫은 20분간의 강연을 통해 진정한 혁신의 시작이 문제의 발견과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했다. 2014년 6월, 1년간 전 세계 과학자와 엔지니어 10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끈 그는 스스로 고안한 간접적 청소(passive cleanup) 방법을 통해 10년 이내에 '태평양 거대 쓰레기 더미(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50%가량 청소할 수 있다는 것을 타당성 조사를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매 해 엠파이어 빌딩 두 채 수준의 쓰레기가 바닷속에 버려지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멸종할 가능성이 있는 생물은 100여 종, 쓰레기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손해는 130억 달러에 이른다.

그가 고안한 간접적 청소 방식은 원형으로 순환하는 해류를 이용한다.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한 곳으로 모으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울타리에 가두어 해양 생물들이 빠져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람 대신 해류가 대신 일 하도록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또한, 이 플랫폼은 태양광 에너지 혹은 파력 에너지를 이용하여 스스로 자가발전이 가능하다.

보얀 슬랫에 따르면 이렇게 수집된 플라스틱을 팔면 수천억 단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오션 클린업은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통해 220만 달러(한화 약 24억 원)의 자금을 모았으며 올해 일본의 대마도(쓰시마 섬)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다음은 컨퍼런스의 또 한 명의 연사이기도 했던 대니서 미디어 벤처스의 대니 서 대표와 보얀 슬랫의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대니 서 Q. 우린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학 중퇴자라는 점이다. 대학 자퇴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보얀 슬랫 A. 별 반대가 없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대부분 사람에게 대학은 좋은 도구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굳이 대학 교육 없이도 가능하다면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Q .일본 이야기를 하겠다. 일본 쓰시마 섬에서 첫 파일럿을 가동한다는 중대 발표가 있었다. 일본 측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A.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고 있다. 올해 일본과 함께 타당성 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번 주 일요일 도쿄를 방문하고,  쓰시마 섬 측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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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클린업이 쓰시마 섬에 설치하게 될 해양 플라스틱 수집장치

Q. 세상에 수많은 바다가 있는데 일본 쓰시마 섬 해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쓰시마 섬 측에서 먼저 네덜란드의 우리를 직접 방문했다. 그들은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측면이 명확했기에 상호 협력을 결정했다. 총 8개 국가의 나라가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졌다. 쓰시마 섬이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Q. 사람에겐 누구나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오션클린업에 대한 영감이 떠오른 순간은 언제였나. 

A. 16살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몇 년 간 하고 있었는데,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먼저 보였다. 우리는 왜 이것을 치우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환경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각 개인의 행동 변화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일회용 물건을 사용하지 마라, 플라스틱을 재활용 해라 등. 하지만 내 생각엔 해양의 운명을 72억의 각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될 것 같다. 보통 기술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이다. 기술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Q. 프로젝트를 위해서 자금 조달은 어떻게 했나. 큰 비용이 들었을 텐데.

A. 실제 첫 300유로를 주신 분은 어머니다. 하지만 오래전 일이다. 지난여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20만 달러를 100일 동안 모금했다. 69국에서 34만 명이 참여해줬다. 물론 한국인들도 동참해줬다. 그 자금을 가지고 시작했고, 이제 다음 단계에서는 약 2,900만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자금을 추가적으로 조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이다.

Q. 현재 팀 내에 정직원은 12명, 100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가 있다. 오션 클린업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학자이거나  전문적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평범한 사람도 괜찮나.

A. 팀의 대부분이 실제 과학자나 엔지니어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분야 업종에 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때 그 사람이 어떤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든지 간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을 중요시여기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문제에 봉착하면 누구나 당황하지만, 오히려 문제 해결을 즐기는 사람이 필요하다.

Q. 팀원들의 주요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가. 

A.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낮다. 제일 나이가 많은 팀원은 50살이다. 나이가 많아도 창의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많은 지식이 호기심을 죽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의 틀에 갇힐 위험이 있다. 우리는 많은 분야의 사람이 프로젝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Q. 지식보다는 열정이 중요한 것 같다. 당신도 열정이 넘쳐 보인다. 

A. 나머지 팀원들도 모두 다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봉급 수준이 시장 평균에 비해 낮다. 주말에는 무료로 일하고 있다.

Q. 훌륭한 청중이 모였다. 개인 차원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A. 길거리에 버리는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흘러들어 가기 때문에 가급적 플라스틱을 잘 재활용해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각 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테슬라 창업자도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없이 도전했다. 그들은 개인적인 행동 변화에 머물지 않고, 회사를 차렸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큰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으라고 장려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화두를 정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현재 기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충분히 빠른 속도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끔 실제 존재하지 않거나 삶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는 경우도 더러 있다. 둘러보면 해결이 꼭 필요한 문제들이 충분히 많다.

Q. 스무살 짜리가 뭘 알겠냐는 편견에 부딪히기도 할 것 같다. 반대 의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A. 당연히 초기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은 타당성 조사를 거쳐 현실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초기에 비해 몇 배나 더 확실성은 높았지만, 여전히 불확실 요소는 존재한다. 3,4년 뒤에는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프로젝트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꾸준히 프로젝트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이 프로젝트가 안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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