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꼭 확인해야 할 것(2) : 이연수 변호사의 로스쿨 인 실리콘밸리
2015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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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 이어 영문 계약서에 자주 등장하는 조항과 그 조항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미국 내 법인과 사업을 하면서 계약 건 관련 주의 사항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에 진출하여 사업을 하려는 법인 외에도 현재 한국에 있으면서 미국에 있는 회사와 계약을 통해 사업을 하는 법인들이 알아두면 좋을 일반적인 사항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합의 내용이 계약서에 빠짐없이 모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라

한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미국에 오신 분들도 아직도 이면 계약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면 계약은 없다고 생각하고 영업을 하는 게 안전하다고 권고하고 싶다. 영문 계약서에는 의례적으로 들어가는 조항 중 인터그레이션 클로즈(Integration Clauses) 또는 인타이어 어그리먼트 클로즈(Entire Agreement Clauses)가 있다.

이 조항의 뜻은 ‘계약 당사자들 간에 합의된 내용은 이 계약서 안에 모두 들어가 있고 계약서에 적힌 것 외의 사항은 합의된 바 없음’이다. 아무리 상대가 “계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지만 내가 실제로는 이런 저런 것들을 더 해줄게” 라고 반복해서 말을 했더라도 또는 다른 서면으로 확신을 주었다 하더라도 이 인터그레이션 클로즈 또는 인타이어 어그리먼트 클로즈가 있는 계약서의 경우 계약 위반등의 이유로 법원에 가게 된다면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은 합의된 계약으로 주장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 Entire Agreement / Integration Clause 조항의 예]

This Agreement together with attached exhibits and schedules constitutes the entire agreement between the parties and supersedes all prior agreements, communications and other understandings between the parties with respect to the subject matter hereof. No modification or amendment to this Agreement shall be binding upon any party hereto unless in writing and executed by a duly authorized representative of both parties.

2. 사법관할구역(Jurisdiction)과 재판장소(Venue) 조항이 계약서 내에 있다면 재판을 어느 곳에서 하게 되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유리하게 변경하라

사법관할구역(Jurisdiction) 조항은 어느 법원이 계약 당사자들에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에 관한 조항이다. 예를 들어, 계약 위반이 되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 것이며 어느 법원에 사법 관할 구역이 있는지 등이 적혀있다.

재판 장소(Venue) 조항은 조금 더 구체화 한 조항으로 어느 법원에서 소송을 할 것인지를 적은 조항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이면, L.A. 법원에서 소송을 할 것인지 산호세(San Jose) 법원에서 소송을 할 것인지 등을 적은 조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사법 관할 구역과 재판 장소를 계약서 내에 정해 놓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소송을 받는 피고인이 있는 곳에 소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법 관할 구역과 재판 장소등을 정해 놓음으로써 소송을 시작할 지 아니면 소송없이 손해를 떠안을지 등도 정해지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 내에 있는 기업과 미국 내에 있는 기업이 계약을 하고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계약서 내에 정해놓은 사법관할구역과 재판 장소가 미국 특정 주 특정 법원으로 정해져 있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한국 기업이 계약 내용대로 물건을 미국으로 보냈는데도 미국 기업이 계약대로 물건 값을 보내지 않을 때, 만약 손해 액수가 그리 많지 않은 액수라면 많은 한국 기업들은 돈들여 미국까지 가서 소송을 하느니 속 쓰리지만 그냥 잊어버리자 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안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경우 사법 관할 구역이 한국으로 되어 있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 내 기업들이 이 사법관할구역과 재판 장소 조항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잘 모르고 서명한다는 것을 이용하는 미국 기업들도 있으니 적어도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은 영문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확인하길 바란다. 협상을 하다가 재판 장소 조항과 장소 조항을 양측의 중간지점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동부 끝에 있는 뉴욕에 있는 법인과 서부 끝에있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법인이 계약을 할때 중부 어느 지점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 있는 법인과 계약을 하면서 사법관할구역과 재판 장소 조항을 한국으로 하는 ‘갑’의 입장에서 서명할 수 있는 계약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스타트업일 경우 대부분 ‘을'의 입장으로 계약서를 서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사법관할구역과 재판 장소 조항이 무슨내용이며 어떤 효력이 있는지 알고 있다면, 사법관할구역과 재판 장소를 미국으로 해주는 대신 다른 조건을 유리하게 수정해줄 것을 권하는 것도 협상에서 사용해 볼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어느 법을 적용할지를 정해놓는 조항 예]

Governing Law and Dispute Resolution:

This Agreement shall be governed by, and interpreted in accordance with the laws of the State of California. Any dispute relating to the validity, performance, interpretation or construction of this Agreement, which cannot be resolved amicably between the parties, shall be submitted to binding arbitration, to be held in San Jose, California, in accordance with the rules of the International Arbitration Association. The decision and award of the arbitrator in any such arbitration proceeding shall be final, and may be enforced in any court of competent jurisdiction.

[Jurisdiction; Venue 조항의 예]

The Parties shall submit to the personal jurisdiction of California courts and this Agreement shall be deemed to have been entered by and between two California residents without regard to any conflict of laws. All litigations arising out of this Agreement shall be brought to a court in Santa Clara County, California. Consistent with the foregoing, the Parties waive defenses based on lack of personal jurisdiction, venue, and inconvenient forum.

3. 계약 법에서는 변호사 비용 조항(Attorney’s Fee Clause)이 없다면 소송에서 이겨도 변호사 비용을 받을 수 없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 탓으로 미국 소송에 대해 많이들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중에 하나가 소송에서 이기면 많은 액수의 배상금과 변호사 비용을 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계약법에서는 계약서 내에 ‘이 계약 건에 관련해서 소송이 발생할 경우 진 쪽에서 변호사 비용을 낸다’라는 조항이 없다면, 소송에서 이겨도 변호사 비용을 받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를 예로 들어 설명을 하자면, 소송에서 청구하는 액수가 2만5천 달러 이상이 되는 케이스는 일반적으로 소송을 시작해서 재판 날짜가 잡히기 까지가 몇년 까지도 걸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소송을 시작해서 재판 날짜 잡히기 까지 최소 2년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몇 년간 진행되는 소송에 변호사 비용은 몇만 달러에서 몇십만 달러까지 가는경우가 많다. 그런데 계약서내에 이 변호사 비용 조항(Attorney’s fee clause)이 없다면, 이겨도 변호사 비용을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수 없기에 소송 전체 비용을 자신의 돈으로 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손해 액수가 5만 달러라고 하면, 이 금액은 스타트업에게는 큰 액수의 돈이다. 그런데 상대 측 법인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물건만 받고 물건 값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아무리 서명된 계약서가 있고, 물건 보낸 배송 서류도 있고, 상대 측에서 받은 서류도 있는 등 모든 증거가 다 있어서 소송에 가면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케이스라 하더라도 5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받기위해서 5만 달러가 훨씬 넘을지도 모르는 변호사 비용을 자비로 충당하며 소송을 하는 일은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 소송을 할 수 있어도 5만 달러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다 못해 손으로 쓰는 한 장의 차용증서라 하더라도 변호사비용 조항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하도록 하자. 채권인의 경우 변호사 비용이 있는 것이, 채무인의 경우 변호사 비용조항이 없는 것이 더 유리하다. 채권자의 경우는 차용 증서대로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소송을 해서 손배를 받고 소송 변호사 비용도 받아야 겠고 채무인의 경우는 변호사 비용 조항이 차용 증서에 들어있지 않다면 채권자가 소송을 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Attorney’s Fees 조항의 예]

In the event of any arbitration or other proceedings arising between the parties, the prevailing party shall be entitled to recover its costs and reasonable attorneys’ and experts’ fees and costs in addition to any other relief to which it may be entitled.

4. 구두 계약으로 진행하거나 계약서가 없는 경우이라도 이메일, 팩스, 편지 등의 서면으로 내용을 항상 확인하여 보내자

미국 내 기업과 사업을 할때 스타트업에게 권하고 또 권하고 싶은 점은, ‘항상 상대측과 동의된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라’ 는 것이다. 전화 상으로 동의가 된 내용은 이메일이나 팩스로 정리해서 보내면 추후 소송을 하게될 때 그것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만약 상대측에서 구두로 동의된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왔다면 내용을 꼭 검토하고 답변을 합리적인 시간 내에 보낼 것을 권한다. 만약 상대측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만 서면으로 보내왔거나 동의된 내용과 다른 내용을 서면에 보내왔는데 거기에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암묵적 동의로 간주되기 쉽다. 상대측에서 문서로 왔다면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이쪽도 문서로 답할 것을 권한다.

5. 정식 계약서 없이 인보이스나 구매승인서만으로 영업을 하는 사업들도 거래 약관(Terms And Conditions)이나 보호 조항을 서류에 명시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각 판매/구매 건에 적용하라

영업내용상 또는 산업 분야 관례상 정식 계약서를 매번 사용하지 않고 간단히 인보이스만을 보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인보이스에 보호 조항이나 변호사 비용 조항등의 필요한 조항을 간단하게라도 넣어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인보이스 하단에 한 두 줄 넣은 조항이 소송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6. 인터넷을 이용하여 판매하는 기업들도 거래 약관이나 보호 조항을 인터넷상 구매 폼이나 약관에 기입하도록 한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판매하는 법인들도 보호 조항을 인터넷 구매 폼이나 약관에 기입할 것을 권한다. 요즘 약관이나 인터넷 판매로 사용할 계약서 등의 작성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인터넷을 통한 판매는 한국 내에서 뿐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것이니 영문 계약 보호조항이 더 많이 중요하다.

스타트업들과 상담하다보면 비슷한 업종의 타회사의 약관 등을 기반으로 좋게 표현하면 수정 보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짜집기’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는데 변호사를 통하여 내 회사에 맞는 약관이나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는 경우라면 아예 보호 조항이 없이 사업하는 것 보다는 짜집기라도 해서 사용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7. 공동 창업자 간의 계약서를 꼭 사용하자

지난 번 칼럼에도 다뤘지만, 미국으로 진출한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공동 창업자 간의 계약서를 꼭 작성할 것을 권한다. 필자는 미국으로 진출한 법인내 공동 창업자 간 분쟁을 여러 번 보아왔기에 꼭 권하고 싶다. 미국으로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의 공동 창업자들은 대부분 연령층이 낮다.

젋고 친한 사람들이 모여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보니 친한 사이에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게 한국 정서에는 굳이 필요없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경험상으로 볼 때 친한 사이를 오래 유지하기 원한다면 공동 창업자 간의 계약서를 초기에 작성할 것을 권한다.

회사가 잘 안될때 그리고 회사가 잘될 때 공동 창업자 간의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앞 날도 모르는 것이고, 사람 속도 모르는 것이고, 앞으로 펼쳐질 상황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문 계약서에 관한 사항과 계약 관련 주의 사항을 단순화해서 살펴보았다. 간단히 정리하였지만 이 글을 통해 영문계약서 검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몰라서 손해보는 일을 방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ditor’s Note: 실리콘밸리의 송&리 로펌에서 비석세스 독자들에게 전화와 이메일 상담을 제한 한도 내에 무료로 제공해 드립니다. 연락처는 송&리 로펌 웹사이트인 www.songleelaw.com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송&리 로펌에서 감수하였으며,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함이지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법률 자문을 주기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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