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결정은 빠르게, 패밀리 문화는 강하게”,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
2015년 03월 05일

인터뷰 중 표현을 먼저 인용하자면, 이택경 대표는 '정상에 깃발을 꽂고 내려온 경험이 있는' 1세대 벤처인이다. 성공적인 다음 공동 창업 후, 그가 자리잡은 곳은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

먼 등산길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창업가에게 셰르파가 되어주고자 발벗고 나선 그가, 올해 초 프라이머 공동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매쉬업엔젤스(Mashup Angels)'로 독립했다.

작년 정부로부터 '제 1호 전문엔젤'로 선정되기도 한 이택경 대표가 바라보는 현 투자 생태계의 현황과, 차후 매쉬업엔젤스의 미래는 어떤 것일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매쉬업엔젤스_이택경_대표님_1

창업가 출신 VC는 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 과거 인터뷰에서 '내가 창업자로서 겪었던 실패를 후배들은 겪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다음 공동창업자로서 창업 당시 겪었던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인가. 

큰 실패가 있었다면 지금의 다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상당히 많았다.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에도 나오듯이 성공에 있어 정답은 없다. 따라서 나의 성공 공식을 투자 팀에게 적용하면 안된다.

재밌는 것은 실패의 요소는 중복되는 게 많다는 점이다. 적어도 창업가로서 다음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을 옆에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창업가 출신이라는 이력이, 실제 엔젤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을 줬나. 

멘토링을 하는데 있어서 성공한 창업가가 갖는 장단점이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성공한 창업가들의 단점은 자아(ego)가 강하다는 점이다. 본인의 성공 공식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아집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는데 참고하라는 것이 맞지, 정형화된 정답이라고 제시해서는 안된다.

반면 강점은 등산에 비유하자면, 한 번 산을 타 본 사람은 정상까지의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사실 그 길을 한 번도 안가 본 사람은 얼마 남았는지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창업가 출신 멘토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그 부분이 가장 크다.

- 창업을 할 만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나.

사람 마다 성향이 다른데,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하는 것도 맞지 않다. 간혹 드물게는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니면서 창업을 말리고 싶은 분들도 있다. 창업을 떠나 사람은 자신이 어떤 직업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간혹 자기 자신을 제 3자의 눈으로 못보시는 분들, 과대평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경력이 아닌 DNA 문제다. 창업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보통 유연한 대응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명문대 출신 엘리트인 사람도 융통성이 없이 꽉 막힌 친구들이 있다.

창업 DNA는 주입식 교육으로 심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교과서에 없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년 훈련해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 최근에는 창업이나 금융권 경험없이 바로 심사역을 지망하는 학생들도 많다.

현재 매쉬업엔젤스에 함께하고 있는 장선향 심사역도 애드투페이퍼 창업 경험이 있다. 알토스벤처스의 박희은 심사역도 이음 소시어스 창업자 출신이다. 이런 경우가 많지만, 벤처투자계로 오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이 스타트업을 거쳐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커리어패스가 있기 때문에 어떤게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성공 창업가 중에서도 아집이 너무 강하거나 성향 상 안 맞는 분들은 투자자로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성공한  1세대 창업가인 모 대표님도 그 말을 하신다. 그 분은 LP로는 들어가는데 파트너로는 안들어간다. 본인 적성 상 사업하는게 맞지, 누군가를 심사하고 투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을 하셨다.

오히려 창업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생태계 순환 구조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고 좋은 팀을 돕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결국 출신보다는 본인 성향 차이다.

매쉬업엔젤스, 의사결정은 빠르게 패밀리 문화는 더욱 강화 

- 프라이머에서 독립해 매쉬업엔젤을 새로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라이머 시즌 1은 권도균 대표님이, 시즌 2는 내가 대표를 맡아서 운영했다. 독립의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재작년 하반기부터 프라이머가 아닌 개인 엔젤 투자로 12개 팀에 투자했다. 프라이머 투자 팀보다 개인 엔젤 투자팀의 수가 더 많아졌고, 이 때문에 주와 부가 바뀌었다. 이에 파트너-스타트업간, 스타트업-스타트업 간의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느끼고 모임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만들어 졌다.

두 번째로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함이다. 프라이머 시즌 1은 파트너가 5분, 시즌 2는 7분이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투자 팀을 선발하다보니 초기 단계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의사 결정이 어려웠다. 현재 매쉬업엔젤스에는 5명의 파트너가 있는데, 정족수가 단 2명이다. 대표 파트너인 나와 단 하나 명의 파트너만 동의하면 투자가 들어간다.

- 의사 결정이 빠르다는 건 장점이겠지만, 같은 이유로 투자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감수하고 있는 부분이다. 프라이머 시즌 2 팀의 경우 아직도 관리를 하고 있는데, 후속 투자 성공률이 60%다. 잘하면 100%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매쉬업엔젤스는 사실 그 정도까지의 성공률은 바라지 않는다. 후속 투자 성공률은 10~20% 정도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목적은 초기 단계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다.

보통은 3분 이상이 공동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 투자자와 투자를 같이하기도 한다. 다음카카오 조민식 사외 이사 등이 공동 투자를 진행했었다.

- 평균 투자 금액은 어떻게 되는가.

프라이머는 5천만 원 이하로 투자했다면, 매쉬업엔젤스는 최소 5천만 원에서 1억 5천 까지를 지원한다. 보통 1억 전후로 하게 된다. 메쉬업엔젤펀드와 매칭이 될 경우 최대 3억 5천 까지 투자한다.

또 파트너 중 나와 류중희 대표가 정부가 선정한 전문 엔젤 투자자이기 때문에, 최대 2억 까지의 R&D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로는 5억 5천 까지의 투자가 가능하다.

- 프라이머의 패밀리 문화는 이어나갈 만한 좋은 DNA인 것 같다.

그래서 더 강화시킬 예정이다. 매쉬업엔젤의 경우는 외부 행사를 최대한 줄이고 좀 더 가벼운 내부 행사들을 늘릴 예정이다. 피투자 스타트업 간의 패밀리 네트워크를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다. 최소 3개월에 한 번씩은 투자팀들을 모아 워큿뱌을 하고 있고, 비공개 IR 데모데이를 1년에 2번 정도 할 예정이다.

'쫄지마 창업 스쿨'은 예전에 프라이머 있을 때도 쫄투 이희우 대표님과 함께 했었는데, 이제는 매쉬업엔젤스 이름으로 공동 주최한다. 강의하시는 분들 3분이 매쉬업엔젤스 파트너시다.

- 매쉬업엔젤스 이름으로 첫 투자한 기업이 콜택시 앱 버튼대리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였나.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보는 영역은 전자상거래, O2O, IoT, 광고, 머신러닝, 빅데이터와 관련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enterprise solution)이다. 프라이머 때보다 더 다양한 영역에 투자하고 있다. B2C 비즈니스들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기술적인 분야로 시야를 확대해서 보고 있다.

매쉬업엔젤스_이택경 대표님_2
국내 투자 생태계는 시리즈 A 비만을 앓고 있다 

- 대표 엔젤투자자로서, 국내 엔젤 투자 현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초기 엑셀러레이터, 엔젤 투자 쪽은 정부 지원이나 각종 행사도 늘어났다.  아시아권을 두고 비교해보자면 국내만큼 초기 생태계가 좋은데가 없다는 생각이다. 실리콘밸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초기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가고 있다.

- 현 투자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숙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투자 단계별 불균형이다. 현재 시리즈 A 단계 투자가 너무 과열되어 있다. 기존 모든 VC들이 지금 시리즈 A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내가 아는 VC 중 절반은  시리즈 A 투자를 시작했다.

- 비교적 소액 투자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어서 그런건가.

아니다. 단지 시리즈 A가 화두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VC 업계가 모두 여기에 나서니 경쟁이 치열해지구 불균형 현상이 벌어진다. 매쉬업엔젤스 입장에서는 우리 포트폴리오 팀이 후속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좋다. 하지만 전체적인 업계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를 테면 투자 단계별로 100점 만점이라고 치면, 시리즈 A는 150~300까지 가는거고 반대로 시리즈 B 단계로 가면 30~50으로 확 떨어지는거다. 각 단계별로 고루 100점 씩인 편이 좋다. 이렇게 되면 시리즈 A를 받은 기업이 시리즈 B 투자를 받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전체적인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 반면 엔젤 투자 금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늘상 지원받는 기업만 혜택을 봐서 전체 파이는 넓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상 모든 부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나타난다. 강제로 균등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투자나 창업 자체가 100중 하나만 성공하는 건데, 이걸 균등하게 나눠주자는 것은 민간 생태계에선 맞지 않다.

 정부 정책도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띄어야 하기 때문에 분명히 균등하게 기회 줘서 저변 확대를 시킬 필요도 있다. 반면 잘되는 기업을 더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 지원 정책 조차도 이원화 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 아니면 아예 정부는 저변 확대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나머지 민간 영역에서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따를 수 밖에 없다.

- 자산가들의 2세들을 대상으로 한 엔젤 투자 교육은 필요하다고 보는가.

투자는 시리즈 C,D 쪽으로 갈 수록 금융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 하지만 엔젤 투자나 시리즈 A 단계는 벤처의 영역이지 금융의 영역이 아니다. 즉,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벤처 마인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단계 투자자를 교육을 통해 양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금융과 재무는 교육으로 가능하지만, 벤처의 세계는 공식이 없는 지역이다.

시리즈 B,C를 받을 단계에 올라서면, 스타트업 투자에도 어느 정도 공식이 생긴다. 근데 초기 단계에서는 정말 공식이 없다. 여기는 진짜 허허벌판이고 맨 땅에 헤딩해야되는 구간이다. 공식, 정답이 없기에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창업가 출신 멘토가 강점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엔젤 투자자 대부분이 창업가 출신이다.

- 최근 국내에도 중국, 미국 등지에서 해외 엑셀러레이터들이 들어오고 있다. 겉모습은 화려한데,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고 해서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될까 싶다.

엑셀러레이터 역할이 여러 가지 있다. 단순히 해외 진출 지원이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경험이 없는 순수한 해외계라면 우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팀 구성이나 국내 법규 문제를 풀어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아직까지 해외 엑셀러레이터 중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곳은 없다고 본다.

- 매쉬업엔젤스의 올해 목표와 계획에 대해 들려달라.

초기 팀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또 해외 성과 내는 팀을 늘리는 게 개인적 욕심이다. 올해 매쉬업엔젤스는 최대 15개 팀 정도에 투자할 수 있을것 같다. 자금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하기에 적절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5개 팀, 올해 상반기 3개 팀, 이번 달 1개 팀 등 벌써 9개 팀에 투자했다.

우리 투자팀들이 대부분 극초기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후속 투자를 받고 그 이후 본궤도 올라가기 이전까지 다각도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올해 목표다. 프라이머 시즌 1,2 경험을 살려 잘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달라.

- 긴 인터뷰 시간 동안 잊고 있었지만 비석세스와 시디즈가 함께하는 '스타트업 의자 지원 프로젝트' 첫 주인공이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작년부터 시디즈에서 스타트업을 후원하는 캠페인 '드림온시디즈'를 보면서 기업에서 스타트업을 후원하는 좋은 프로젝트라 생각이들어 무척 인상깊었다. 비석세스와 또 한번 좋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첫번째로 참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앞으로 꼭 필요한 스타트업에 전달되기를 바란다.

- 이번 프로젝트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 타자는 누구인가.

짜이서울의 김희규 CTO를 추천한다. 짜이서울은 오프라인 매거진으로 시작해 현재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변신한 팀이다. 작년에 합류한 김희규 CTO (티맥스소프트, 삼성전자, 다음을 거쳐 짜이서울에 합류) 가 그 역할을 잘 하고 있어 든든하다.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가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Editor's Note: '비석세스X시디즈 스타트업 의자 지원 프로젝트'는 개발자, 디자이너, 창업가 등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스타트업계 인사들에게 보다 더 편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자 의자 전문 기업 시디즈의 지원 하에 진행됩니다. 본 프로젝트는 격주 간격으로 릴레이 방식을 진행되오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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