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박사들이 모여 만든 ‘치매’를 위한 스타트업 – 와이브레인(YBrain)
2014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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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드디어 자랑할만한 웨어러블 테크 스타트업이 탄생한 것일까. 신경 과학 박사들과 구글 출신 한국 엔지니어들이 만나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두려운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위한 상품을 내놓았다. 알츠하이머는 매년 50만 명의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치료 비용은 매년 2,200억 달러(한화 약 223조 원)에 이른다.

독특하게도 신경과학 스타트업이라고 자칭하는 '와이브레인(YBrain)'이 출시한 'Y밴드'는 알츠하이머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팀은 이미 충분한 자금을 모아 상용화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으며, 7월부터 한국을 시작으로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와이브레인의 김승연 COO와 만나 자사 비즈니스에 대한 더욱 깊이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와이브레인

와이브레인은 만성적인 뇌질환인 치매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를 위해 전류자극을 이용한다. 이 웨어러블 기기의 헤드밴드 전면에는 두 개의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2밀리 암페어(스마트폰 송출량의 8분의 1 수준)의 전기 신호를 내보낸다. 이 전류자극은 뇌 신경 네트워크를 따라 뇌 바깥에서 안쪽으로 전달된다. 실제 MRI를 통해 이 방법이 두뇌 보상중추를 활성화함이 확인됐다. 기기는 하루에 30분, 일주일에 5번 정도 사용 가능하다.

와이브레인은 이미 치매 증상을 겪고 있거나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도 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기회(opportunity)
김승연 COO는 한국 내에 그들의 서비스를 위한 수요가 최근 1억 달러(한화 약 1,012억 원) 규모이며, 2017년까지 500억 달러(한화 50조 6,000억 원)가량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시장분석 기관인 IDC에 의하면 전 세계 헬스케어 IT 시장 규모는 2016년에 1,150억 달러(한화 116조3,11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다. 이처럼 웨어러블 의료 기기와 모바일 플랫폼의 통합은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와이브레인은 이 거대 시장의 기회를 초기에 발견하고 선점한 스타트업이다.

헬스케어를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큰 기둥은 신약개발(new drugs), 개인화된 치료약(personalized medicine), 줄기세포 연구, 의료 디바이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한국이 해외 시장의 리더로서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은 의료 디바이스 분야이다.

경쟁자(Competition)
소테릭스 메디컬(Soterix Medical)은 와이브레인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핵심적인 차이점은 소테릭스 메디컬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반드시 직접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와이브레인의 솔루션은 환자가 스스로 집에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할로 뉴로사이언스(Halo Neuroscience) 또한 잠재적 경쟁자로 볼 수 있다. 스탠포드의 의학 박사이자 실리콘밸리에서의 모바일 관련 경력을 가진 팀원들이 모인 할로 뉴로사이언스는 현재 뇌기능 향상 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와이브레인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은 두 가지다. 와이브레인이 갖춘 하드웨어 관련 전문성과 타 질환을 배제한 오로지 치매 증상에 특화된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 자사만의 강점으로 세계 유수의 의료 디바이스 기업과 나란히 경쟁하고자 하는 것이 와이브레인의 각오다.

팀 백그라운드

IMG_2415▲ wearable IoT 2014 컨퍼런스에 참여한 와이브레인 팀

와이브레인은 신경과학 분야의 4명의 박사, 2명의 석사를 포함한 여섯 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여섯 명의 팀원들은 엔지니어링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와이브레인의 윤경식 대표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서 신경과학 분야 박사 학위를 수여했고, CTO는 재료 과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 모바일에서 칩 디자인(chip design)을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김승연 COO 또한 카이스트에서 신경과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모바일 비즈니스 분야에서 방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을 뛰어넘어
김승연 COO는 "지난 5년간 모바일이 주요 화두였다면, 앞으로의 5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트랜섹션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와이브레인은 리더가 되기를 원하며, 사람들의 삶에 진정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사용자를 만족시키길 원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또한 앱 세계에서의 맹렬한 경쟁 속에서, 한국의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앱이나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보다는 하드코어한 기술 제품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로 가다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모든 테크 스타트업이 꿈꾸는 땅이긴 하지만, 와이브레인은 한국 땅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LG의 나라인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하고 혁신적인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의료 기기에 대한 각종 규제와, 광범위한 테스트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와이브레인은 해외 진출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예정이다. 그들은 이미 70만 달러(한화 약 7억)를 모금해, Y밴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4년 7월까지 제품 생산 공정의 마무리 단계와 시장 론칭을 위한 시리즈 A 단계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와이브레인은 신경과학 박사와 석사들로 이루어진, IT 이외의 특정한 전문성을 지닌 보기 드문 스타트업이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계에서는 이러한 고학력, 전문분야, 대기업 출신의 인재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공적인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와 쿠팡은 한국 스타트업도 10억 달러(한화 1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김승은 COO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생태계는 이미 존재하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 스타트업 역시 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더 훌륭한 회사들을 필요로 합니다." 와이브레인이 바로 그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ditor's Note: 다음 기사는 비석세스 글로벌 디렉터 Nathan Millard가 작성한 글로, 비석세스 영문판 홈페이지 통해 영어 원문으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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