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투자는 선행이 아닌 산업이 되어야 합니다” – 본엔젤스 강석흔 이사 인터뷰
2014년 08월 14일

근본 본(本) 한자에 엔젤이 합쳐진 '본엔젤스(bonangels)'는 이름의 그대로 스타트업의 뿌리부터 함께 하는 엔젤 투자사다.

“우리끼리 있을 때 우스개소리로 근본 없는 벤처캐피탈이라고도 말해요. 대기업 출신이 아니라 각자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모인 사람들이니까. (웃음) 하지만 오히려 그게 우리의 강점이지요.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직접적인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러면서 같이 성장해가니까요”

다른 투자사보다 스타트업의 상황을 잘 공감할 수 있는 본엔젤스는 근 8년동안 국내 벤처, 투자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의 국내 벤처 생태계를 이끌어온 본엔젤스의 인사이트를 전해듣기 위해 강석흔 이사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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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엔젤스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엔젤스는 씨드 단계 즉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사입니다. 팀 빌딩 혹은 사업 구상단계부터 창업자들과 교류하고 교감하면서 스타트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같이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투자사이죠.

- 초기 기업은 자리를 잡아갈때까지 어려움이 많고 리스크도 큰데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그 단계가 저희 본엔젤스가 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은 시점이기 때문이예요. 기업이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중기, 후기로 가면 갈수록 도와주거나 멘토링할 필요가 없어져요. 각자의 경쟁력을 가지고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니까요. 본엔젤스에는 초기 기업이 방황하고 있을 때, 도움을 필요로할 때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조언을 해주고, 사람들을 소개해주면서 같이 성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게 본엔젤스가 제일 잘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물론 스타트업은 때때로 시어머니처럼 저희가 귀찮아질 때도 있겠지만요(웃음).

-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성장한다' 는 말에서 본엔젤스의 창업자와의 관계를 엿볼 수 있네요. 

본엔젤스의 대표로 계신 장병규 대표님도 그렇지만 저도 창업자 출신이에요. 26살에 우주커넥션스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8년정도 일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합병과 투자 유치 등 정말 많은 경험들을 해봤어요. 또 인터넷 웹, 모바일, B2C, B2B, 솔루션사업 등 여러 산업에도 뛰어들었고요. 여러 상황들을 경험하다가 2008년부터 장병규 대표님이 계셨던 본엔젤스 팀에 합류를 하게 되었죠.

하지만 투자자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하는 일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어요. 하는 직무만 달라졌지 사실 만났던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계속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창업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됐어요. 창업자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비록 지금 내가 투자자일지라도 나도 창업자 출신이었고, 내가 또 저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죠. 이 덕분에 초기 기업과의 공감대를 쉽게 쌓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게 바로 본엔젤스만의 독특한 문화가 될 수 있었죠.

- 창업자 출신의 투자자로 구성되었기에 지금의 본엔젤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군요.

가끔 장병규 대표님과 우스개소리로 우리 모두 근본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웃음) 타 벤처캐피탈의 경우에는 대기업, 금융권 출신의 투자가, 심사역들이 많지만 저희는 정말 스타트업에서부터 시작한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본엔젤스의 강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벤처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이 없으면 우리 존재의 이유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출신이 같다고 생각을 하니까 정서적으로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요. 이러한 면들이 우리만의 강점이자 매력이 되었죠. 본엔젤스 팀의 경험이 다 맞물려서 그런 정체성이 확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장병규 대표님도 그리고 저도 소프트웨어 창업을 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인맥이 있고, 산업적 지식이 있어서 하드웨어 디바이스보다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요. 그 분야의 식견을 겸비한 상태에서 초기 창업자들과의 원활한 교류를 하다보니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고 있죠.

- 본엔젤스가 기존 한국 투자 생태계에서 일으킨 혁신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수퍼 엔젤이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규모가 커져 기존 벤처캐피탈이 투자할만한 회사를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초기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거죠. 국내에서는 본엔젤스가 그 효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생태계에서는 굉장한 외부적 충격, 혁신을 가져온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벤처캐피탈은 금융인 출신이 모여 구성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금이 공급자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죠. 본엔젤스가 주로 1억에서 5억 사이의 규모로 투자를 했었는데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어요. 투자라는 것이 1억을 투자하든, 100억을 투자하든 들이는 노력이 비슷합니다. 관리 하는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통 5억에서 10억단위로 투자를 했죠. 이 정도가 평균 금액대였는데 결국 이 모든 논리가 공급자 위주의 논리였어요. 그 밑으로는 개인 엔젤 투자자들이 천만원 단위로 투자를 했습니다.

- 본엔젤스는 기존 벤처캐피탈사와 개인 엔젤 투자자들의 중간 지점 규모의 투자를 처음 시작하신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창업자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때에 따라서는 1억에서 5억 사이의 금액을 필요로 할 때도 있어요. 실리콘밸리의 경우에는 금액별로 촘촘히 투자자들이 분포되어있는데 한국은 중간에 엄청난 빈틈이 있었던 거죠. 그 틈새를 본엔젤스가 메운거고요. 2000년대 중후반대에 벤처 암흑기였을 때에도 본엔젤스는 지속적으로 이 규모로 투자를 했어요. 그때 투자를 한 팀들이 좋은 성과를 가져오면서 본엔젤스도 탄력을 받게 된거죠. 즉, 공급자적인 운영 논리,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투자를 했고, 좋은 성과를 보인 것이 기존 벤처 산업에 일으킨 혁신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국내 투자 환경에서 그 규모의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어렵거나 망설여지는 부분은 없었나요. 말씀하신대로 얼마를 투자하던 들이는 노력은 비슷하기도 하고요. 

어렵다기 보다는 투자 초기에 ‘아, 그냥 좋은 일 하는구나.’ 라는 시선을 많이 느꼈어요. 그때는 초기 투자 문화도 없었고, 벤처 암흑기였기 때문에 엔젤투자를 하는 것을 보고 그저 착한 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곤 했어요. 그때 살짝 오기가 생겼죠. 좋은 일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반드시 좋은 투자 성과를 가져와서 투자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성과가 나기 시작할때에 경제적인 이윤을 떠나서 초기 투자도 성공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서 기뻤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로 초기 투자 벤처캐피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저는 엔젤 투자가 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산업이 되어야하죠. 한국도 슬슬 초기 투자 산업이 형성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본엔젤스뿐 아니라 이제 초기 벤처캐피탈에서도 성과를 가져오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거죠. 그런면에서 본엔젤스가 좋은 임팩트를 가져온 것 같아 의미있고 뿌듯합니다.

- 보통 초기 투자를 결정하실 때, 스타트업의 어느 부분을 검토하시나요.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눈은 비슷할거라고 생각해요. 보통 팀을 보고 시장을 본다고 하죠. 시장에 따라 이상적인 팀의 구성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테크 기업이냐, 서비스 위주 기업이냐 혹은 발품을 팔아가면서 IT를 해야하는 곳이냐, 아니면 고상하게 하이테크를 추구해도 되는 분야이냐에 따라 팀의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장에 맞는 팀의 구성과 경쟁력에 따라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투자가 워낙 주관적이어서, 정답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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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엔젤스가 설립된지 어느덧 8년이 되었는데 창업 경험까지 합치면내공이 대단하실 것 같아요.

본엔젤스의 강점 중 하나는 8년간의 팀워크입니다. 창업투자회사들은 사람이 자주 바뀌어서 단일한 회사내에 단일한 노하우와 팀워크를 쌓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개인 능력에 의존하여 투자를 하고, 새로운 멤버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자칫 관료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요.하지만 본엔젤스는 7~8년째 같은 팀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노하우, 식견, 경험이 축적되어 투자에 대한 성과가 날 수 있는 토대가 잘 갖추어져 있어요. 이 내용은 실제 펀드레이징을 할 때 LP 앞에서 어필하기도 합니다. 단일하고 견고한 팀워크. 모든 개인 투자사들이 통찰력을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해요. 더군다나 우리는 초기 투자를 하기 때문에 더 중요하죠.

금융업에서 투자를 하게 되면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는데, 초기 기업 투자사는 재무제표처럼 정형화된 자료보다는 비정형적인 것들을 판단하고 분석하고 토의한 다음에 투자 결정을 하게 돼요. 사람 혹은 팀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떤 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말했을 때 장병규 대표님이 과거에 제가 간과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꼬집어서 물어봐주세요. 서로 간 신뢰가 있기 때문에 논박할 부분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논박하고 내려진 결정에 대해서는 사심없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이미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 최근 본엔젤스 자체도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창업한 팀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투자하는 케이스는 한국인 국적이거나 교포인 사람과 그 시장 현지인이 공동창업자로 있는 경우에요. 이 경우 한국인 창업가는 본엔젤스와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고, 현지인은 현지 마케팅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죠. 주로 그런 케이스에 투자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 할 것 같아요.

- 국내 스타트업의 수도 굉장히 많은데, 해외 창업 팀으로 투자를 확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글로벌 확장은 기업이 성장하는데에 있어서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도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될 때 당연히 시도해봐야하는 것 같아요. 물론 글로벌을 위한 글로벌은 지양해야겠죠.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의 경우 현재 내수시장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추후에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도 있지만, 한국 시장이 아직도 너무나 크기 때문에 내수시장을 외면하고 더 거칠고 리스크있는 시장에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거나, 여기 시장을 충분히 장악 했을때 해외 확장을 시도해야하고, 그때 본엔젤스가 도와주는 것이죠. 또 그 나라에 투자를 했을 때 회자 자체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본엔젤스도 해외 현지 시장 정보들을 전해받을 수 있어서 같이 성장할 수 있어요. 구글링을 몇백시간 하는 것보다 더 생생한 글로벌 시장을 경험할 수 있죠. 또 본엔젤스가 글로벌 정보의 거점이 되면 포트폴리오 회사간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런 차원에서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요.

- 해외 팀 투자와 국내 팀 투자의 차이점이 있나요?

창업팀을 소개받거나 딜 소싱(deal sourcing)하는 과정은 국내외 차이가 거의 없어요. 본엔젤스를 알고 있는 한국인 공동창업가를 통해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창업팀에 대해서 검토하고 필요하면 현지에 출장을 가서 직접 만나보고 오죠. 투자 과정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죠. 본엔젤스가 한국 시장을 아는 것 만큼 해외 시장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입니다. 물리적 거리도 무시할 수 없고요. 지금은 투자한 해외 창업팀이 많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지만 앞으로 고려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 한국 벤처 생태계, 투자 생태계가 근 10년동안 많이 변화했고, 현재도 과도기에 있는데, 5~1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해있을 것 같나요.

저는 계속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벤처, 투자 생태계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투자 스테이지에 따른 투자자 분포도도 이전에는 듬성듬성 있었지만 조금씩 실리콘 밸리처럼 촘촘해지고 있고, 투자 여건도 좋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벤처든 투자든 그 생태계의 주인공은 창업자라는 것이에요. 투자자는 조연일 뿐이죠. 좋은 역량을 가진 창업자들이 나타나야 긍정적인 변화가 더 빠르고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 창업 버블이 있어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약간의 트라우마도 생겨서 회복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더 단단하고 성숙하게 발전하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점차 더 좋은 창업자들이 생태계에 유입이 되고,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도 사회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그 과정속에서 본엔젤스는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요?

본엔젤스나 초기 VC, 엔젤 엑셀러레이터들이 이제 브랜드가 되고 있어요. 저는 이런 모든 곳들이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고, 그만큼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 초기 투자가 선행으로 끝난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단지 경제적인 성공 뿐 아니라 한국 벤처 생태계, 투자 생태계의 희망이 되는거죠. 한국 벤처, 투자 문화가 척박하지 않고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래서 본엔젤스, 케이큐브, 프라이머, 그 외 초기 VC나 엔젤 엑셀러레이터들이 모두 한국 벤처 생태계의 브랜드로서 상징성있게 회자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스타트업은 어려워요. 고난한 길이죠. 하지만 반대로 인생을 되게 진하게 살 수 있답니다. 남들이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동경만 하면서 실행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힘들더라도 자신이 인생을 정말 진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기부여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강석흔 이사님이 가지고 있는 인생 철학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인가요.

거창하게 말하면 소명의식입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장점, 단점이 모두 있고 지금까지 인생의 풍파가 있었지만,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맡은 일을 의미있고 즐겁게 하며 살아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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