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라이프 스타일’로 포지셔닝 하면 한국 스타트업 중국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갖고 갈 수 있어
2016년 05월 26일
china

5월 17일, 베이징의 캠핀스키 호텔(Kempinski hotel) 열린, '한류가 아시아를 이끈다(韩流注入亚洲)' 콘퍼런스

중국 소비 시장의 향후 10년을 이끄는 추진력은 어디 있을까? 혹자는 '8090허우(后)' 세대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8090허우 세대는 1979년 중국 정부의 '1가구 1자녀'산아 제한 정책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 태어난 사람을 지칭하며, 빠링허우(80后), 지어우링허우(90后)세대 라고 부른다. 이들은 '소황제(小皇帝)'라 불리기도 하며 중국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미래 중국의 중추가 될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5년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며, 중국 소비 시장의 주력군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중국시장에서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계층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와 브랜드를 발굴하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류(韓流)는 여전히 주요한 기제(機制)로 작용하고 있다. 한류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한국 드라마 및 영화는 중국에 난립하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이 앞다투어 흡수하고 있는 형국이며, 한류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영역의 상품군들(뷰티, 패션, 성형 등) 역시, 중국의 소비 패턴을 업그레이드하는 차세대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냉소적인 비평가들 사이에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으로 예측되었던, 한류라는 현상은 이와 같은 측면에서 되돌아볼 근거는 충분하다. 지난봄, 한류 드라마 최초로 한중 동시 방송에 성공한 ‘태양의 후예’는 중국의 웨이보 누적 조회수가 75억 건에 달했으며, 실제 국내를 찾은 중국인들의 구매 열기로 극 중 송혜교가 사용한 화장품 'BB 쿠션'은 3월 매출액이 전월 대비 10배 이상 올랐고, '투톤 립 바'는 아리따움 매장에서 한 달 새 16만 개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송혜교가 착용한 십자가 모양 귀걸이, 삼각 귀걸이뿐 아니라, 간접광고로 삽입된 정관장, 현대차, 롯데칠성음료 등 여러 기업의 상품도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한다. 영국의 BBC 역시, 최근 중국 공안이 '태양의 후예' 시청 자제령을 내린 소식은 물론 20대 여성이 '태양의 후예'를 시청하다 급성 녹내장에 걸린 사례 등을 언급하며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의 캠핀스키 호텔(Kempinski hotel)에서 진행된 콘퍼런스 <한류가 아시아를 이끈다(韩流注入亚洲)>는 한국 및 중국의 크로스보딩(Cross-bording) 영역에서 기회를 찾는 투자자 및 창업자가 함께 모여, 한류를 중심으로,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를 나누며, 네트워킹하는 자리로서 의미가 있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인터넷 투자 플랫폼 '다스뱅크(点石微投行, Dasbank)'와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콘퍼런스에는 네오플라이 차이나(Neoply China), 타이허 글로벌 인스티튜트(Taihe Global Institute, 太和智库), 이오우왕(iyiou, 亿欧网) 등이 함께한 이 행사에는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또한,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기반 뉴데이터 분석 기업 '스위즐랩스(Swizzlelabs)', 국내 최초 중국인을 위한 의료관광 플랫폼 메이즈한(Meizhihan), 한류 기반 MCN 스타트업 '케이빗(Kbeat)', 네이버로부터 수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패션 B2B 플랫폼 패션고(FashionGo) 등 10여 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메이즈한의 창업자 이문기 대표는 “메이즈한은 한국의 의료와 관광·여행 관련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보유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의 드라마는 서비스의 브랜딩 및 확장성 측면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류가 아시아를 이끈다(韩流注入亚洲)>에 참석한 투자자 및 창업자의 공통된 화두는 한류(韓流)라는 심리적 기제를 물리적인 서비스와 제품에 적절히 녹여 내며, 중국이라는 시장내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획득해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콘퍼런스의 패널로 참석한 일레븐줄루 캐피털(ELEVEN:ZULU CAPITAL)의 이은세 파트너의 통찰에 주목하고 싶다. 이은세 파트너는 비석세스의 기고문 <스타벅스와 불확실성>을 통해, 불확실한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개별적 니즈의 충족'보다는 내가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될 것인가 하는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의도(Intention)'를 정립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조한 바 있는 데, 이와 같은 접근은 한류와 같은 심리적 기제를 브랜딩의 자원으로 활용하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모델링하는 과정에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이은세 파트너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등장하기 이전 미국인들에게 커피는 출근길 아직 잠이 덜 깬 뇌에 카페인을 공급하거나, 퇴근길 심심한 손과 입을 바쁘게 만들기 위한 무언가(Something)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커피는 길거리 편의점이나 주유소에서 구입하는 것이었고, 몇 리터씩 한꺼번에 내려진 커피는 ‘벤티(Venti)’ 사이즈가 99센트에 팔릴 때까지 몇 시간 동안이나 묵어 형편없는 맛이 되어버리곤 했다. 미국인에게 커피는 맛으로 먹는 ‘음료’가 아니라 이동할 때면 당연히 먹어야 하는 ‘습관’에 불과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그런 커피에 익숙한 미국인들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커피를 제공하는 (그의 말에 따르면) 집과 일터 사이의 ‘제3의 장소’가 생긴다면 그러한 커피를 여유롭게 즐기는 새로운 커피 문화를 누리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스타벅스가 단지 또 다른 하나의 커피 판매소가 아니라 '문화의 시발점'이 되는 것을 의도했던 것이다. 즉 스타벅스를 '새로운 문화' 및 '장소'라는 개념으로 시장 내에 포지셔닝하며, 단순한 커피 판매뿐 아니라, 계절 음료, 와인을 판매하는 스타벅스 이브닝과 같은 서비스를 실험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류가 단기적으로 한국의 드라마 및 콘텐츠 속 제품 구매를 위한 욕구를 신장시키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 및 라이프 스타일'로서 포지셔닝하여 소비자에게 삶의 진보된 가치를 느끼게 할 수 있는 비전의 정립은 비단 한국의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의 크로스보딩 영역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모든 이가 고민해야 할 주요한 화두라고 판단된다.

다스뱅크의 설립자 홍잉 동(Hongying Dong) 박사 역시 이와 같은 비전에 동의하며, “한류가 미치는 ‘신소비’ 영역은 교육, 의료·미용, 음식, 관광 등을 포함하는 데 이는 '라이프 스타일'의 영역이다. 중국과 한국이 평화로운 정치적,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이와 같은 교류를 통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지금은 좋은 시대다, 다스뱅크는 비석세스 및 네오플라이 차이나와 같이 협력하고, 양국 ‘신소비’ 영역에서 다리를 놓아 중-한 양국의 창업자와 투자자를 잘 연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 공동 주최사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국의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 유치 기회를 확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믿을 수 있는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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