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DA SCHOOL 참관기
2013년 05월 23일

필자는 지난 5 월 13 일, 일본의 Venture Capital Firm이자 Seed Accelerator인 MOVIDA Japan의 초대로, 그들이 운영하는 Acceleration Program인 MOVIDA SCHOOL의 Demo Day를 참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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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DA SCHOOL의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Chief Accelerator인 Ito Kengo 씨>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MOVIDA Japan은, 일본 SoftBank 손정의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孫泰蔵, 일본명 Son Taizo) 씨가 파트너들과 함께 2009 년에 설립한 벤처투자사이다. MOVIDA Japan을 다른 투자사들과 구분지어 주는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범아시아 권역을 그 활동무대로 설정하고, 2030 년까지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1,000 개의 벤처기업을 발굴하여 육성함으로써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억 명의 아시아인을 즐겁게 하겠다는 큰 비전 위에서 시작된 투자사라는 점이다.

MOVIDA Japan의 Seed Acceleration Program인 MOVIDA School은 지난 2011 년 8 월에 처음 발표되어 지난 5 월까지 총 3 회차의 Batch를 졸업시켰으며, 현재 제 4 차의 Batch를 모집하고 있다.

약 2 년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총 17 개 사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등 벤처기업,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에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MOVIDA는 그 Portfolio의 성과 측면에서도 상당히 주목할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MOVIDA School을 졸업한 기업 중 trippiece가 2013 년 4 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700%의 사용자 증대와 2,700%의 여행 참가자 증대를 이룩하면서 JTB, Expedia 등과 같은 대형 업체들과 업무제휴를 체결하였으며, UI Scope는 최근 유료 고객사 수가 50 개를 돌파하고 일본 내 최대 SNS인 mixi와 업무제휴를 발표하는 등 짧은 기업연력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사업적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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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게 투자와 육성을 제공하는 Seed Accelerator인 MOVIDA Japan의 Portfolio>

지난 5 월 13 일의 ‘제 3 회 MOVIDA SCHOOL Demo Day’는 약 150여 명의 일본 국내·외 투자자, 취재기자, 전문가 등의 참관 속에, Accelerator를 총괄하고 있는 Ito Kengo 씨의 환영인사로 시작되었다. 이 날 MOVIDA Japan은 1 년 전 같은 날 쵤영한 사진을 Push Alarm을 통해 Remind 하여주고 과거의 사진들을 캘린더 형식으로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인 Reep, 장기적으로 일부 산업에서 Microsoft Word를 대체하겠다는 Cloud 기반의 문서협업도구인 VISE, Facebook을 통해 일본의 매니큐어 네일 칩(Nail Chip)을 소개하고 Crowd-sourcing을 통해 제조·판매하는 MiChi, C2C 형태의 개인교습 중개장터인 street academy, 그리고 이미 50만 Monthly Page View 이상을 달성하여 일본 내 유명 스타트업이 된 이벤트 정보 검색 및 스크랩 서비스인 U-NOTE의 다섯 개 포트폴리오 기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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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회 MOVIDA SCHOOL Demo Day 현장 사진>

필자가 본 행사를 참관하면서 느낀 것은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 째는 약 6 개월 남짓의 Acceleration 만을 거친 그야말로 초기 기업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이 매우 명확한 사업의 당위성, 즉 자신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시장 내에서 실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있고 그것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자세는 최소 다음의 세 가지 전략적 강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 명확한 고객군 설정을 통한 자원효율성 및 경쟁우위 형성 가능성 극대화: 모든 자원이 제한적인 스타트업에게, 명확한 공략 포인트의 보유는 반드시 명확한 고객군 설정을 통한 분명한 edge을 가진 프로덕트 개발에 대한 집중, Clear한 Marketing Message의 설정, Marketing Channel의 효율화, 고객 충성도 제고 등을 통한 Marketing 자원의 효율화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효율적 자원의 사용은 절감된 자원이 프로덕트 개발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우위의 극대화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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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능적 초점 및 Communication 을 통해 획득된 특장점을 설명하고 있는 U-NOTE의 Koide Yuto 공동창업자 겸 CEO>

  • 시장 지식 축적에 따른 Pivot을 통한 성공가능성 극대화: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시장에 실질적으로 진입하게 되기 까지는 평균적 3 년 정도(배기홍 대표처럼 3 년이면 오히려 짧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 3 년이라는 기간 동안 스타트업들은 본래 의도했던 사업 모델을 시장에서 검증하고, 필연적으로 실패를 경험하게 되며 그 결과 Pivot이라고 불리우는 사업 모델의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Pivot이 “내가 제공하는 Solution과 시장에서의 Needs 사이의 최적조합(Fit) 형성을 위한 과정”일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컨설턴트인 필자가 하이테크 비즈니스로 Pivot 한다면 그 비즈니스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 것인가? 따라서 Pivot은 기존에 제공하려던 Solution의 검증을 통해 얻어진 시장 지식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다음 번 Solution으로의 그것일 때 가장 효과적이며, 지속적인 경쟁우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짐으로써 결국 성공가능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명확한 공략과제의 설정과 그 주위에서 이루어지는 Pivot이 가장 효과적인 성공 가능성 증대 방안임을 이야기해 준다.
  • 학습능력 극대화: 명확한 해결목표의 설정은,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상대해야 하는 고객군에 대한 확고한 설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해와 연구의 대상으로서의 집단의 범위를 상당히 집중시켜 주게 된다. 따라서 이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학습이 아닌 마치 Focused Group에 대한 학습과 같이 프로덕트의 개발 각 단계마다 보다 단순화되고 명확한 실질적 시장 Feedback의 획득을 가능하게 하여 주며, 결과적으로 Solution-needs Fit의 달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초기 기업의 시장에 대한 학습능력을 극대화 하여 준다.

두 번째 느낀 점은, MOVIDA Japan의 스타트업들이 매우 Business-oriented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를 벌겠다’는 모호한 가정 수준을 넘어, 그들이 분명한 고객군 및 경쟁상황 등에 대한 분석, 단계별 비즈니스 추진 전략 등에 있어 상당히 진지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제작 협업도구를 개발, 일부 섹터에서 MS Word를 대체하고자 하는 VISE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일반 대중에게 Appeal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단계적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언론사나 법률서류 제작 관련 업체를 Targeting 하고 있었으며, 그를 위해 자신들의 프로덕트를 사용하였을 때 기업이 획득할 수 있는 비교우위와 비용절감 규모 등을 상당히 진지하게 분석하여 놓고 있었다.

마지막은, MOVIDA SCHOOL이 스타트업의 Acceleration에 있어, 단지 Seed 투자나 산발적인 멘토링 만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당한 하드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1 차로 열린 공간에서 약 150 명의 관객을 상대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소개한 후, 다시 네 개로 나뉘어 진 관객 소그룹을 돌며 Pitch를 가졌는데, 이 때 관객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이 매우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날 발표한 스타트업 모두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명확한 설정 à 환경 분석 à Solution 도출 à Edge à 사업화 계획”이라는 논리적인 흐름을 충실하게 따르며 효과적인 사업설명을 하는 모습 역시 보여주었다.

필자가 이 글을 빌어 ‘일본의 스타트업이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낫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님을독자 여러분들께서 잘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실제로 MOVIDA Japan을 비롯한 필자가 아는 여러 일본의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이 매우 매력적이고 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필자가 이 글을 빌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스타트업은 우리와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육성을 담당하는 일본의 Accelerator 역시 우리나라의 그것들과는 다른 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후부터 “내수시장”, 혹은 “자국 내 시장”이라는 단어들은 더욱 큰 기회와 반대되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는 특히 그 내수 시장의 규모가 매우 협소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에게는 더욱이 옳은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많은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북미 중심의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전세계 인구의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70% 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을 바로 그 배후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전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아시아계 인구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실로 커다란 글로벌 시장이 아시아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인 것이다. 게다가 문화적으로 볼 때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특히 서비스 중심의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의 B2C 스타트업들에게 아시아 시장은 서구권 시장보다 보다 편안한 공략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 중 어떠한 Segment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진입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와 상당부분 유사한 시장인 일본 시장은 그에 적합한 스타트업들이라면 한 번쯤 노려볼만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일본의 스타트업들이 우리의 스타트업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일본의 투자사 역시 우리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에, 그와 같은 차이점을 잘 인식하고 준비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본 글을 통해 지난 5 월 13 일에 참관한 MOVIDA SCHOOL의 Demo Day에 대한 소회를 나눈다. 모쪼록 필자가 오늘 나눈 내용이 글로벌을 지향하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줄 수 있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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