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여전히 모두를 위한) 기회인가?
2013년 03월 21일

피터언더우드(Peter Underwood, 연세대학교를 설립한 언더우드가(家)의 자손으로 현재에도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가 2012 년에 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책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2011 년 평양에서 아마추어 골프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 홈페이지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베스트 스코어가 38 언더파’라고 나와 있다. 김 위원장이 1991 년 이 골프장에서 생애 처음으로 라운딩을 했는데, 무려 11 개의 홀인원(Hole-in-One)을 기록한 끝이 38 언더파라는 스코어를 올렸다는게 홈페이지의 주장이다.”

“이 코미디를 보고 우리는 웃지만 북한 사람들은 절대 웃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이 황당한 기사를 신앙처럼 굳건히 믿는다.”

글쎄, 필자가 북한 사람들을 만나 확인해 본적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위 문구는 분명 그대로 홈페이지에 남아있고, 그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엄청난 유머감각을 가졌거나, 아니면 정말 김정일 위원장이 11 개의 홀인원과 38 언더파라는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참고로, 이 코스는 18 홀 정규코스로, 원래 Par 72 였으나 현재는 Par 77로 증축되었다고 한다. 혹시 참가해 볼까 하는 골퍼 독자들이 있다면, “모든 국적자가 참가 가능하나 ‘남한국적은 제외’”라고 명시되어 있으니 괜한 수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다만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비단 북한 주민들만이 아닌 우리들 모두의 시야가 어떤 특정한 내적, 외적 원인들에 의해 너무도 쉽게 편향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편향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빈번하게 관찰된다.

2012 년 12 월, 유명 Venture Capital Firm인 KPCB의 파트너이자, 전 세계에서 인터넷 분야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메리 미커(Mary Meeker)는, 글로벌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11억 명을 넘어섰으며, Mobile Traffic은 Internet Traffic의 13%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다. 불과 2000 년대 중반에 들어서서야 스마트폰이 세상에 선보인 것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성장세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전세계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50억 대에 이르는 것(Morgan Stanley 자료)을 감안해 보면 스마트폰은 앞으로도 그 보급량 측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어갈 것임 것임을 우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폭발적인 스마트폰의성장세와 더불어, 글로벌적으로 등장한 TGiF (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분야에서의 몇몇 벤처기업들의 성공사례는 모바일 분야에서 제 2 차 벤처붐을 촉발시켰다.

실제로 모바일 분야에서의 창업이 아직 Untapped된 다양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것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다른 어떤 전자기기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모바일기기의 사용자 접촉빈도이다. 필자만 하더라도 눈을 뜨자마자 필자의 아이폰을 켜 밤새 들어온 email과 날씨를 확인하고,이동하기 전에는 각종 GPS App을 가지고 가장 빠른 이동경로를 확인하며, Facebook 메시지와 다음 날 일정을 확인한 후 잠이 든다. 이는 모바일기기 상에서 사용자의 Lifestyle에 적용될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사용자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기기라는 점은 해당 사용자의 Lifestyle을 둘러싼 방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여주는데, 이는 사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해당 정보의 가공을 통한 수많은 2 차, 3 차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여 주기도 한다.

그 결과, 모바일기기 보급률 자체에서의 성장뿐 아니라 이와 같은 다양한 미지의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도전 역시 엄청나게 증대되었고 2013 년 1 월 현재 애플의AppStore에는 775,000 개 이상의 App이 등록될 정도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게다가 이러한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실제로도 AppStore를 통해 현재까지 총 400억 회의 Download가 발생하였고 7조 원($70억)이 넘는 금액이 App의 개발자들에게 지급(Apple 발표자료)되는 등 그 실제 경제가치의 창출 측면에서도 모바일 상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우리의 편향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렇게 엄청난 경제적 가치와, 10대, 혹은 아직 10대에도 들지 못한 청소년들의 성공적인 앱개발자 데뷔 스토리를 비롯한 ‘Overnight success(비록 그 주인공 스스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뛸 것이 분명하지만)’ 스토리들이 ‘절대 기회’로서의모바일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400억 회의 Download와 7조 원의 개발수익 배분은, 동시에 1 회의 Download가 평균 17.5 센트, 약 200 원 정도의 가치 밖에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App 한 개를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6,453 정도라고 한다 (TechCrunch 기사). 개발완료 후 버전 업데이트나, (최근 그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 오픈 플랫폼 형식의 정보제공 서비스의 경우) 정보의 지속적 업데이트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제외한, 이 $6,453의 순수 개발 비용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36,785회의 Download가 필요하다는 것은 간단한 산수이다. 물론 수익은 36,786 회째의 Download 부터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얼마다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인지는 실제 App을 출시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AppStore에는 775,000 개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경쟁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반면, 평균적인 iOS 사용자들은 41 개의 App 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Neilson & Company 자료)이다. (Android의 숫자들은 더욱 좋지 않은 결과만을 만들어낸다)

이쯤되면 독자들은 궁금해질 것이다.

“그럼 App 개발을 하지 말라는 거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모바일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 분명하고, 실제로 하루 24 시간에 가까운 기기-사용자간 접촉 빈도는 그 성장세 안에서 아직 tapping 되지 못한 엄청나게 많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 방향을 분명하게 정하고 시장에 뛰어들라는 것이다. 다음의 세 가지 요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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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새롭게 상상하라(Re-imagine)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앞서 이야기한 Mary Meeker 역시 자신의 Presentation 안에서 Re-imagin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모바일은 과거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처리하던 방식을 새롭게 상상해 내면서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우리는 메모와 필기를 하기 위해 종이와 펜을 들고 다녀야 했지만, Evernote를 비롯한 Memo App들은 그러한 과거의 방식을 모바일 위해서 새롭게 상상해 내면서 하나의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를 창출해 냈고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E-book은 도서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며, Yelp는 Yellow Page라고 불리우는 전화번호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결과였다. 즉 모바일 시대에서의 모든 성공의 뒤에는 과거에 ‘우리가 이미 취하고 있었던 생활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라는 방정식이 숨어있는 것이다.

이는 ‘기술(Technology)’이라는 것의 본질적 의미와도 통해있다.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은 언제나 과거에 인간이 하던 어떤 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하거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여 줌으로써만 그 의미를 가져왔다. 기술로서의 기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술일 때에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을 그 핵심으로 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역시, 그리고 특히 그것이 서비스에 관한 것이라면 이러한 “과거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녹아있어야만 한다.

(비즈니스 효율성 측면에서 보았을 경우에 역시 과거의 방식을 새로이 상상하는 것이 Supplier와 Customer 모두에게 새로운 방식에 대한 학습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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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역발상”하라는 것이다.

필자가 매우 자주 사용하는 예 중 하나는, “E-book이 급성장 하게 되면서 미국의 어떤 도시에는 오프라인 서점이 하나도 없답니다. 그럼 그 도시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무엇일까요?” 이다.

모바일 분야뿐 아니라 거의 모든 기술 분야의 신사업기회 발굴에 있어 가장 큰 약점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추진자(개발자이든 창업자이든)가 넓은 틀에서 하나의 카테고리, 즉 “젊은 남성 개발자 (Young Male Developer)”로 함축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조금 좋게 포장하자면 “Early Adopter”, 평범하게 표현하자면 “Geek”, 혹은 “Techie” 정도가 될 것이다.

문제는, 필자가 지금까지 beSUCCESS, 혹은 그 이외의 모든 자리를 통해 끊임없이 지적해 왔던 것처럼 이렇게 균일한 속성을 가진 집단 안에서는 ‘그 밥에 그 나물’ 식의 아이디어 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Silicon Valley가 가진 수많은 강점 중 필자가 가장 부러워하고, 우리나라에도 이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거기에 가면 “별의 별 놈들이 다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에서 들어온 엔지니어 커뮤니티가 가장 중심이 되겠지만, 동시에 IB, VC, Law Firm, Consultancy 등 다양한 전문 서비스 제공자들에서 일하는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부터 Stanford 등 인근 대학으로부터 다양한 시각을 갖춘 그야말로 “별의 별 놈들”이 다 모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별의 별 놈들”이 모여 만든 아이디어이기에 “별의 별 놈들”에게 다 통하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Early Adopter, 혹은 Techie 만의 아이디어는 어떨까?

Moore가 고안한 개념인 Chasm에 따르면 이들의 비율은 전체 하이테크 시장 내에서 15%에 지나지 않는다. 즉 시장 내에서 85%에 이르는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어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11억 명의 모바일 사용자 시장이 1억 6천만 명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상관 없다고 말한다면 생각해 보자. 이들 85%의 소비자가 누구일지 말이다.

먼저 여성이 있다.

만약 어떤 개발자가 새로운 SNS를 개발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나 Nielson & Company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공히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SNS에 사용한다. 필자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SNS 개발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한 여성의 행동적 양식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게다가 작년에는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여성의 취업률이 젊은 남성의 취업률을 능가하였다. 능력없는 남성과 결혼하거나, 경제권을 쥐지 못하느니 차라리 혼자 벌어 혼자 쓰겠다는 고소득 여성의 비율도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여성이 바야흐로 우리나라에서도 남성 이상의 경제력, 혹은 최소한 남성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다음으로 장년층이다.

“젊은 남성 개발자”가 20-30 대 인구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을 때 40 대 이상의 인구들은 쓸 서비스가 없다. 그런데 실제로 누구의 지갑이 더욱 두둑한가? 30 대 중반인 필자만 해도 20 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Needs를 느끼나 이는 적어도 모바일에서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비록 무료 App을 사랑하는 필자이지만 그런 충족되지 못한 Needs를 충족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주저없이 결제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네비게이션 업체가 타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불과 몇 주 전에는 보청기산업 관계자들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보청기 가격이 얼마인지, 그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보청기 가격의 10% 만 받아도 VC 투자 전혀 필요 없을 것이다.

“젊은 남성 개발자”들이라도 그 일부는 오히려 같은 “젊은 남성 개발자”들이 “그딴거 누가 써?”라고 말하는역발상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그 시장은 775,000 개라는 경쟁 App들로 포화(Saturated) 되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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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비즈니스의 설계’이다.

Thompson Reuter와 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 (“NVCA”) 이 공동으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2 년 VC-backed M&A Deal은 2011 년 대비 그 건 수에서는 11% 감소하였지만 규모에서는 25% 증대되었다. 또, PwC와 NVCA가 공동으로 발간한 자료에서는 Internet-specific에 대한 VC 투자는 그 건 수에서는 7% 감소하였으나 규모에서는 5% 감소에 그쳤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투자와 Exit에서 공히 Small Deal 보다는 Bigger Deal, 즉 “한 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짜잘하게 몇 십만 달러 규모의 Deal에 대한 Needs는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App 한 개의 개발 비용이 평균 $6,000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고, 일반적인 Internet-specific 창업을 위한 비용이 $5,000 수준으로 떨어짐(GRP Partners 자료)에 따라 VC들은 자신들의 투자 우선순위 배분에 있어 Seed 및 Early Stage에 대한 비중을 계속 감소시키고 있다.

또, 이전 컬럼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미국 VC들은 Consumer IT 분야에 점점 더 흥미를 잃고 있으며 그 관심은 Business IT로 옮겨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엔젤을 만나 창업하고 VC 투자를 통해 성장하고 Exit하겠다는 시나리오는 점차 그 현실성이 희박해 질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내에서 Exit 한 기업의 평균 업력은 M&A의 경우 5.3 년, IPO는 6.4 년 이상이었다. (Ernst & Young 자료) 철저한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이제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를 실제로 구체화하고, 시장으로부터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접근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연간 몇 십만 불 정도의 규모를 가진 사업이라면 Organic Growth를 모색하는 편이 훨씬 많은 경우 옳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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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번 쓴 적이 있는 내용이지만, 기본적으로 창업이라는 것이 ‘Impact를 남기고 싶다’는 동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필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창업가들이‘나이스(Nice) 한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모바일에서도‘창업가(Founder)’가 아니라 ‘기업가(Entrepreneur)’가 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역발상을 통해 85%의 더욱 큰 시장에 새롭고 상상을 통해 나이스한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모바일은 분명 기회이다.

부디 이 글이 독자들께서 진정한 기업가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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