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어디까지가 복제이고 어디까지가 모방인가?
2013년 02월 05일

 

복제 [ copy , 複製 ]

<명사> 1. 본디의 것과 똑같은 것을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것. 2. (법률) 원래의 저작물을 재생하여 표현하는 모든 행위. 저작권의 침해이다. 파생어 : 복제되다, 복제하다

모방 [ imitation , 模倣 ]

<명사> 다른 것을 본뜨거나 본받음. [비슷한 말] 모본2(模本)ㆍ모습3(模襲) 파생어 : 모방하다

 

이미테이션, 짭, 짜가, 짝퉁,,, 도대체 어디까지가 ‘복제’이고 어디까지가 ‘모방’인가?

공부에 흥미라곤 개미똥만큼도 없는 기자가 발로 논문 쓰던 그 미친 시절 이야길 잠시 하자면, 본(本)연구보다 마지막 검토단계에서 표절로 힘들었던 적이 있다. 나의 이전 연구결과를 가져온 부분이 있었는데 가차없이 ‘자기표절’ 판정이 내려졌다. 남의 연구본도 아니고 본인의 연구를 따서 쓴 것인데 표절이라니,,, 결국 1차 통과심의를 탈락하고 2차 통과심의를 다시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내 것도 마음대로 베끼지(?) 못하는 세상이구나,,, 그때부터 카피와 모방에 대한 기자의 강박은 시작된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기자가 묻고 싶은 말은 이거다.(말 많은 기자는 늘 서론이 길다. 친구가 없어서 글로 객기 부리는구나로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 자기표절이라는 단어를 정의할 만큼 짝퉁이 판치는 요즘 세상에 과연 복제나 모방이 아니다라고 자신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얼마나 될까? 과장을 좀 얹어 말하자면 지금 앱 시장의 반이 복제나 모방품이다.

얼마 전 트위터는 페이스북의 일회성 사진/동영상 공유 서비스 포크(Poke)(포크 역시 스냅챗의 모방품이다.)의 야동문제에 질 수 없다는 듯 포르노로 대표되는 파격적 동영상 서비스 ‘바인(VINE)’을 출시했다.(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에 기자는 환장 한다. 황색신문이 판치던 시절이라면 분명 몸값 엄청난 기자가 되었을듯 한데,,, 항상 모든 건 시대 탓이지)

여기서부터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는 시작된다. 작년 초, 한국 스타트업 아이쿠(AHIKU)는 소셜 비디오 서비스 ‘리쿠드(Recood)’ 베타 버전을 특정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출시했다. 이후 리쿠드는 8월 Pro버전이 공개 오픈되었고 11월에 정식 런칭했다. 현재 8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페이스북의 사진 카테고리에 등록되는 등 꽤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놀랍게도 이번에 출시된 바인과 리쿠드를 비교해 살펴보면 동영상의 길이에 제한을 두는 정도를 제외한 기본 아이디어가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영상 화면의 정사각형 포맷이라던지, 녹화 중간에 일시정지가 가능하다는 점 등의 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기능들이 놀라우리만큼 똑같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인의 경우 ‘6초’의 시간 한정을 둔다는 점(이 점이 바인이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핵심전략임은 분명하다.)과 리쿠드는 ‘60초’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외에 바인은 아직 지원하지 않고 있는 자연 배경음 이외에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지원기능, 화면의 배경 필터기능, trigger기능과 자이로센서의 기능(이 기능으로 화면 필터 배경이 고정되지 않고 영상 움직임과 같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등은 리쿠드만이 가진 기능이다.

<< Vine(왼쪽) vs. Recood(오른쪽) >>

"인스타그램 vs 바인 vs 리쿠드" 시연 영상 비교 보기

바인은 트위터가 작년 10월에 소셜 동영상 업체 ‘바인(VINE)’을 인수하면서 본격적 개발에 착수했다. 인수되기 전 바인의 개발은 6월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즉 리쿠드가 바인보다 훨씬 빨리 개발에 착수해 출시되었다. 하지만 리쿠드는 바인이 출시됐을 때처럼 전 세계 사용자들의 강력한 반응은 얻지 못했다. 다양한 기능을 구현했고 심지어 빠른 출시로 시장 선점이 가능했는데도 말이다.

바인이 리쿠드를 모방한 것인가? 리쿠드의 복제품이 바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논란의 소지가 충분한 이야기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선점이건 모방이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인터넷 업체들의 브랜드화를 이용한 시장 독점은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자리를 잡는데 어느 정도 위험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점과 과점의 원리, 독과점 IT대형 업체의 그 브랜드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가진다. 브랜드 위에 구축한 견고한 네트워크는 업계뿐 아니라 언론까지 모두 장악한다. 마크 주커버그가 신제품 출시를 발표할 땐 각국의 기자들이 어떻게 알고 개떼로 몰려드는 반면, 신생 스타트업이 자신의 서비스를 알리려면 온갖만갖데 보도자료를 다 돌려도 한, 두 군데 나올까 말까 하니까 말이다.

지금 한 창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CJ E&M의 ‘다함께차차차’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CJ E&M과 소니였기에 가능한 싸움이지 직원 10명도 채 안 되는 월세 사는 스타트업이었다면 소송은커녕 명함 쪼가리 한 장이라도 들이내밀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 표절 이슈 자체를 부러워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처음 서비스가 출시되고 100군데도 넘게 보도자료를 배부했으나 한 군데서도 연락이나 보도가 없더란다.

소수의 인기 앱이 시장의 반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면서 앱의 다양성이 줄고 비슷한 패턴의 카피용 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 하지만 수많은 카피 앱의 무작위적인 출시는 앱 시장의 선순환적 알고리즘을 무너뜨린다. 역사적으로 많은 경제 시장이 보여주듯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시장은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지 못하면 사양의 길로 접어든다. (관련 기사 : http://www.besuccess.com/?p=27998)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잡아먹는 시대가 올 것인가? 역사적 흐름의 근거로 봤을 때 모두가 Win-Win하는 시장은 단타성일뿐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인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바인이 리쿠드의 기능을 추가한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하면 이 이야기는 더욱 재밌어 질 것 같은데,,, 재밌다는건 순전히 피 안보는 제 3자인 기자만의 입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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