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이메일을 보내는 스타트업을 위한 VC의 조언
2014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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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내가 청하지 않은 여러 개의 이메일들이 인박스(inbox)에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일단 그냥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방에 보낸 대량 이메일이면 바로 지우고, 제목을 보고 불특정 다수한테 보낸 이메일인 것 같으면 지웠다. 그리고 나머지 이메일들은 다 열어서 훑어봤다. 이런 이메일들은 대부분 회사소개와 투자요청 이메일들인데, 거의 100% 다 쓰레기통으로 가버린다.

그런데 실은 나는 이런 이메일들을 웬만하면 일단 다 열어서 보긴 본다. 안 그래도 바쁜 세상인데 청하지 않은 이메일을(=unsolicited email)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나도 과거에 뮤직쉐이크 시절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모르는 사람들한테 수 천 개 심지어 수만 개의 콜드(cold) 이메일을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마음과 공이 불쌍하고 미안해서라도 다 읽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개봉확률이 낮은 대량의 콜드 이메일을 보내더라도 최소한의 노력과 생각을 하고 보냈으면 하는 게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혹시 앞으로 나한테 또는 다른 사람들한테 부탁성 이메일을 보낼 계획이라면 개봉/답변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다음 사항들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 적당한 복사/붙여넣기: 이런 이메일들은 어쩔 수 없이 복사, 붙여넣기를 해야 한다. 투자자한테 내 서비스를 소개하는 이메일이라면 받는 사람 이름과 회사 이름만 다르고 나머지 부분은 아마도 다 똑같을 것이다 (나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 하지만 이것도 적당히 하면 좋다. 기본 프레임은 같지만 받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더 커스터마이즈하는 걸 권장한다. 왜냐하면, 하루에 30개의 이메일을 기계적으로 보내는 사람과는 달리 받는 사람은 이메일을 읽다 보면 그냥 다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받는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성의 없이 쓴 이메일을 과연 읽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 받는 사람: 너무 많은 이메일을 보내다 보면 받는 사람이 헷갈릴 때가 있다. 가령, 조금 전에 존(John)이라는 사람한테 보낸 이메일을 “Dear John”으로 시작했는데 마크(Mark)한테 가는 그다음 이메일도 “Dear John”으로 보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고칠 수 있는 실수지만, 받는 사람은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다.
*더 심한 건 그냥 받는 사람을 본인으로 해놓고 모든 사람들을 대량으로 숨은 참조로 보내는 이메일들이다.
**이보다 더 바보같은 건 To:에 아주 대놓고 받는 사람의 이메일들을 공개적으로 다 나열해서 보내는 경우다.

- 제목: ‘받는사람’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제목’도 실수를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얼마 전에 받은 이메일의 제목이 “Stone Ventures의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 였다. 이게 Strong을 Stone으로 잘못 쓴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 보낸 이메일이 Stone Ventures 대상이라서 이런 실수를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제목 자체를 굉장히 평범하게 “귀사의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로 하면 되지만 이렇게 하면 받는 사람이 이게 빤히 불특정 다수한테 보낸 이메일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그냥 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 회사이름: ‘받는 사람’과 ‘제목’과 동일하다. 나도 전에 뮤직쉐이크에서 유튜브에 보내는 이메일에 ‘페이스북’ 이라고 쓴 적이 있다. 물론 그냥 ‘귀사’라고 하면 되겠지만 그러면 위에서 말한 동일한 리스크가 발생한다.

-폰트종류/색깔 통일: 어떤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이건 좀 달라지는데, html 텍스트로 이메일을 작성하다 보면 복사/붙여넣기한 내용의 폰트 종류와 색을 잘 통일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붙여넣기 한 부분만 폰트가 다르고 색이 다르기 때문에 좀 우스워진다. 나는 그래서 주로 그냥 노트장에다가 모든 내용을 붙여넣기하고 여기서 일반 텍스트로 복사한 후에 다시 붙여넣기를 한다.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대상이 1,000명인데 이렇게 하나씩 신경을 쓰다 보면 언제 다 보내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메일 받는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런 사소한 부분과 디테일에는 신경을 좀 써야 한다. 나도 얼마 전에 이런 콜드 이메일을 대량으로 보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10개의 이메일을 10일 동안 매일 보냈다. 무식하게 복사/붙여넣기를 하지 않고 이메일 하나하나씩 정성스럽게 커스터마이즈해서 보냈는데 (물론, 복사/붙여넣기를 기반으로) 100개 이메일 중 답변이 온 게 10개 미만이었고 그 중 실제로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게 2건이다. 즉 콜드 이메일 방법은 확률이 매우 낮지만, 그 낮은 확률 속에서도 뭔가 일을 만들고 싶다면 제대로 잘 작성을 해야 한다.

원문 출처 : http://www.thestartupbible.com/2014/08/please-spend-some-time-when-copy-pasting-email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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