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창업자들을 위한 세 가지 비즈니스 조언
2016년 05월 02일

지난주 필자는 오랜만에 정부에 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지원하는 이들의 수준뿐 아니라 그 배경 역시 크게 다양해진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더욱더 다양해지고 활발해진 우리나라 생태계의 모습을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즐거운 자리였다.

한편 보통 사람들보다는 아무래도 많은 창업 아이디어들을 접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수많은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살펴볼 때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 정말로 한 번쯤은 창업의 극 초기 단계에 있는 창업자와 나누고 싶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아이디어를 다듬고 있거나 이제 막 아이디어를 다듬었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서려는 단계의 독자 여러분과 반드시 자문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

  1. '비즈니스 로직'을 생각해 보자.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비즈니스 로직(Business Logic)'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본문에서는 어디까지나 필자가 나름대로 정의해서 사용하는 것에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다(한 예로, 위키피디아에서는 비즈니스 로직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정의하는 비즈니스 로직은, 이를테면 '100원을 썼을 때 최소한 101원은 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논리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매년 '아마추어 아티스트'와 그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를 연결하는 것을 중심으로 수많은 창업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있다. 말하자면 "아마추어 음악가(콘텐츠에 대한 음원)와 소비자들 사이의 중계 플랫폼을 만들겠다"라는 식의 아이디어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이때 최소한의 논리를 갖춘 비즈니스 아이디어라 한다면, 음악을 듣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인 소비자들(i.e.,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실제로 하루에 음악을 듣는 데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 저녁 시간 이후 등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은가)이 그처럼 한정적인 자신의 시간을 ‘아마추어 음악가’의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Δ 왜, 그리고 Δ 얼마나 할애를 할 것인지 혹은 Δ 할애를 하도록 만들 것인지, 그리고 만약 내가 일반적인 소비자를 타게팅 하는 것이 아니라 Δ 특정 세그멘트의 소비자를 타게팅 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규모는 얼마나 되고, 또 Δ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과 같이 그 아이디어를 듣는 이들이 던질만한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답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즈니스의 논리가 담겨있는 아이디어라면 최소한 내가 '어떤 음악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해 줄 ‘어떤 소비자를 확보’한 후 그 사이에서 ‘콘텐츠 중개’를 하면서 얼마의 이익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그 실행 과정에 있어 흔히 ‘피봇(Pivot)’이라 부르는 변화와 보완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따라서 그와 같은 초기의 방안들 역시 향후 실행 과정에서 변화되어 가게 되겠지만, 최소한 초기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의 차이는 마치 각기 다른 방향으로 쏘아진 화살처럼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그 차가 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명확히 제시하자.

다시 위의 아마추어 음악가의 음원을 중개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경우로 돌아가, 우리가 그와 같은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우리는 매우 쉽게, 우리가 '음악가'와 “시장”이라는, 우리를 중심으로 가치사슬 상의 양쪽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집단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초기에 공략해야 할 집단을 정하는 데 있어 '아마추어 음악가', '소비자', 혹은 '둘 다'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집단을 노려야 하는가?

만약 우리가 아마추어 음악가를 공략하려 한다고 해도 결국 소비자 없이는 거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필요하며, 반대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소비할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플랫폼으로는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성격이 다른 두 집단 모두를 한꺼번에 공략하려 했다가는 자칫 전략 연구자들이 하는 이야기로 '중간에 끼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stuck in the middle)'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상황은 사실 대부분의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다. 그런데도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그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OO부터 공략함으로써 시장에 진입하려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즉, 닭이냐 달걀이냐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언정 창업자 자신들만의 답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어떤 독자들은 “그래 당신 말은 잘 알겠다. 그래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고 필자에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록 이러한 상황에 정답은 없을지라도 만약 필자가 그와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한다면, 그리고 앞에서 다룬 '비즈니스 로직'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필자는 '아마추어 음악가'를 먼저 공략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콘텐츠 거래 플랫폼이라고 평가되는 아이튠스(iTunes)를 애플이 만들고 있을 때 그들은 소니 등 음반 레이블과의 계약을 통해 음원을 먼저 확보했다. 케이블 TV라는, 거의 기간 산업 가까운 콘텐츠 소비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리는 데까지 이른 넷플릭스(Netflix) 역시 소비할만한 콘텐츠의 확보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등장 이전에 리프트(Lyft) 같은 선발주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 선도적인 위치를 획득한 우버(Uber) 역시 마찬가지로,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마다 그 지역 드라이버를 전부 흡수해 버린 후 사용자들을 모으는 전략을 반복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없이 존재하는 이와 같은 사례들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가치사슬(Value Chain)상 자신의 이전 단계에 존재하는, 즉 소비할만한 재화를 생산하는 '가치생산자'를 공략해 선점함으로써 가치가 제공되는 방식을 혁신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그처럼 명확한 공략 대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한정된 자원을 해당 대상 공략에 집중함으로써 더욱 빠르게 기존 시장에 진입해 그 안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음을 참고할 수 있다.

  1. '프리-모템'을 해보자.

만약 필자가 만난 창업자가 우리 독자들 가운데 있다면 그중 몇몇 이들은 “다 좋은데, 그래도 만약 지금 생각하는 게 잘 안되었다면 무엇 때문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필자에게서 들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가 사망한 후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시행하는 검시(檢屍)를 우리는 사후(事後, After)를 의미하는 ‘포스트(Post)’를 죽음을 의미하는 ‘모템(Mortem)’과 함께 사용해 '포스트 모템(Post-mortem)'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사전(事前)을 의미하는 ‘프리(Pre)’로 치환된 '프리-모템(Pre-mortem)'은 실제 사망 이전에 사망을 가정하고 과연 무엇이 죽음을 가져오게 했는가를 따져보는 일을 말하게 될 것이다 (사전 등을 찾아보니 '사전부검' 등의 단어로 번역되는 것 같지만, 그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본문에서는 그냥 '프리-모템'이라는 단어로 사용하기로 한다).

스타트업들에게 그런 '프리-모템'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하기 전 혹은 실행하는 과정에서 “그래도 잘 안되었다면 왜일까?”를 미리 자문해 보는 것이 될 것이다.

다시 앞서 생각해 보았던 '아마추어 음악가' 아이디어로 돌아가, 괜찮아 보이는 비즈니스 로직도 발견했고 “닭이냐 달걀이냐”에 대한 스스로의 답도 마련해 초기 시장진입을 노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우리의 '프리-모템'은,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아이디어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면?”을 생각해 보는 것이 될 것이다. 과연 왜 우리의 아이디어는 실패로 돌아갔을까? 그것은 ‘아마추어 음악가’라는 대상이 생각보다 명확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그들이 생각보다 산개해 있어 효과적인 공략이 쉽지 않았을 수도,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공유하려는 의도를 별로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그 이외의 어떤 이유(e.g., 음악가 커뮤니티 공략에 필수적인 핵심 인재가 팀을 이탈한다든지 하는)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유의할 것은, 이와 같은 '프리-모템'의 목적이 “go/no-go test”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설계에 있어 우리가 간과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것을 보완하려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프리-모템'을 통해 우리의 아이디어가 실행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그를 방지하는 방안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정부'에 의한 '지원사업'이기에 발생하는 운영 및 결과상의 의아한 일을 여러 번 보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같은 의아한 일들은 앞으로 우리 생태계가 더욱 큰 역동성을 얻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지원사업은 아무것도 없이 믿음만 가지고 시작하는 창업자들에게는 분명 훌륭한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으며, 그러므로 그 대상인 창업자들의 임무는 지원을 발판으로 훌륭한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창업자들을 만나다 보면 특히 초기의 창업자들일수록, “이것은 내가 해야만 하고, 또 무조건 된다”는 식의, 사명감이나 운명론에 가까운 믿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자신이 하려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필수적이고, 오히려 그것이 없다면 정말로 어려운 '창업'이라는 여정을 애당초 버틸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 중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이는 없으며 그에 앞서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이도 없다.

오늘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 세 가지, '비즈니스 로직'과 '닭이 먼저냐 달걀에 먼저냐에 대한 자신만의 답', 그리고 '프리-모템'이 결코 그 자체로 성공적인 사업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세 가지는 창업자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으며 또 어떤 것을 연구해야 하고, 또 어떤 사람들과 팀을 이뤄야 원하는 바를 실현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첫 번째 시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땅에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서서 시험해 본 믿음과 그냥 허공에 떠 있는 믿음은 그 단단함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사업이라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필요한 것은 그 둘 중 무엇인지는 자명할 것이다.

모쪼록 창업에 막 나서고자 하는 모든 독자가 오늘 함께 생각해 본 세 가지 답을 찾아 더욱 단단한 믿음을 가지고 훌륭한 사업을 만들기 위한 출발선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Value Co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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