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창조가 아닌 비용 절감에서 나온다 : 정보 비대칭과 대리인비용
2015년 02월 25일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들은 늘 고민이다. 어디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지, 소위 말하는 Next Big Thing은 무엇일지 늘 생각하며 연구하는 것이 일상인 것이다. 나 역시 늘 이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그러다 떠오른 것이 바로 대리인비용(Agency Cost)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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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학이나 경제학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에이전시 코스트(Agency Cost)다. 대리인비용이란 주인이 대리인에게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을 재량껏 처리해 줄 것을 부탁하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대리인 관계에서는 대리인과 주인의 취향, 관심의 간극이 있고 주인이 대리인에 비해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해 확보하지 못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는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발생한다. 비교적 정보에 취약한 구매자는 항상 판매자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다. 판매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에도 결과적으로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대리인비용의 종류로는 위임자가 대리인이 계약대로 행동하는지 감시하는데 드는 비용인 모니터 비용(Monitor Cost), 대리인이 위임자가 계약대로 행동하고 있음을 확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복종 비용(Bending cost), 그리고 대리인 문제 때문에 최적의 대안을 택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인 잔여 손실(Residual Cost)가 있다. 만약 스타트업들이 이런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대리인비용을 줄여준다면 어떨까?

 

대리인비용을 해결한 서비스

실제로 많은 산업군에서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상당수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 대리인비용을 해결한 사례는 대리인비용의 대표적인 시장인 중고차 거래시장, 부동산 중개업 등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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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고차시장: SK엔카

SK엔카는 중고차시장에 고객과 딜러 간에 존재하는 대리인비용을 최소화한 서비스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에는 여러 결함이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SK엔카에서는 이 문제를 실제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점검을 해서 고객한테 전달한다. 이렇게 되면 딜러와 고객 사이에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며 고객은 좀 더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고객의 입장에서 monitoring cost가 크게 줄어들게 되며 그러므로 고객이 지불해야 할 대리인비용이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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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동산 중개업: 레드핀(REDFIN)

부동산 중개업에 존재하는 대리인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로 미국의 레드핀이 있다. 레드핀은 SK엔카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업자가 집을 하나하나 자세히 따져보고 점검해 고객에게 알려주며 3D 지도를 통하여 매물을 확인시켜준다. 이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 문제가 사라지게 되며 고객은 집을 구입할 때 좋은 조건의 집을 구매하기가 수월해진다. 국내에서는 직방이 부동산 중개시장의 대리인비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던 시장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캡처

3. 법률 시장: 렉수(LEXOO)

위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렉수도 법률 시장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와 대리인비용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이다. 영국 서비스인 렉수는 법률상담을 원하는 고객이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기재하면 어떠한 법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에 맞게 변호사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어필 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이다. 여러 변호사의 의견을 동시에 들어볼 수 있으므로 고객 입장에서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법조인과 고객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줄어든다. 실제로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지 않는 렉수는 세계 최대의 “사실상 택시 회사(Virtual Company)” 가 된 우버처럼 “사실상 로펌”을 꿈꾸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이 서비스의 경우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국내에서는 로펌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변호사가 많아질 것이고 필연적으로 법률서비스 중개업도 합법화될 수 있겠다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대리인비용과 정보의 효율성

대리인비용을 줄이는 것의 핵심은 대리인 문제가 기인한 이유인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는 것이다. 정보의 효율성은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주어진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즉, 시장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에 근거한 기대가격과 평균적으로 일치할 때 정보 효율성은 높아진다. 앞서 말한 서비스들은 시장의 정보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완벽한 시장 효율성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나 지금 현존하는 판매자와 고객 간의 비효율성과 비효율성을 상당 부분 해소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하고 있는 서비스인 마이리얼플랜 역시 대리인비용을 낮추고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다. 보험시장에서는 설계사와 고객 간에 필연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생긴다. 당연하게도 전문가인 설계사가 보험 상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리얼플랜은 이런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 알고리즘을 사용해 사용자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보험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보험설계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보험시장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설계사와 고객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 대리인비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보험시장의 정보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좋은 플랜이지만 현존하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대리인비용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해 줄 솔루션이 시장에 제시될 때 반드시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의 부의 분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창업을 하며 좋은 아이템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생각이지만 비효율적인 시장을 찾아내어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더 빨리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알리바바의 잭 마(Jack Ma) 회장도 최근 연설 중 창업에 있어서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떠한 사업을 할지를 찾는 것은 모든 창업자가 필수적으로 겪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이 낮은 시장을 찾아 이 시장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진 출처 :  birdgeable, SK encarredfin blog, lex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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