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머니 비트코인 이야기 -#5 비즈니스
2013년 10월 10일

앞서 네 차례에 걸쳐 살펴보았듯이, 비트코인은 엄청난 가능성과 함께 많은 논란 또한 불러일으키며 성장하고 있는 뜨거운 혁신의 실험장이다. 비트코인은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글로벌 금융네트워크이자 가상화폐라는 평가를 얻고 있지만, 그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는 어느 격언처럼, 비트코인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로 비트코인 기업가들이다. 모든 영역에서 그러했듯이 비트코인이라는 생태계의 미래가 밝고 풍부해질 수 있을지 여부는 이들 도전적인 기업가들의 어깨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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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2013 비트코인 컨퍼런스. ‘페이먼트의 미래’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 행사는 1994년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최초의 인터넷 컨퍼런스를 연상시켰다]

 

지난 5월 17일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의 산호세 컨벤션센터에서 비트코인 2013 컨퍼런스가 열렸다. ‘페이먼트의 미래’라는 타이틀을 단 이 행사 참석자 가운데 유독 마이클 테르핀만 어떤 감회에 젖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1994년 열린 인터넷 분야의 첫번째 메이저 컨퍼런스였던 ‘인터넷 월드'와 (이 행사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같은 규모 (대략 1천명의 참여자), 같은 장소 그리고 심지어 컨퍼런스룸조차 같았던 같다. 10X10 사이즈의 부스도 똑같았고, 이상한 회사명들, 그러니까 올해의 경우 Gliph나 Kipochi, 94년엔 야후나 라이코스 같은 특이한 상호를 가졌다는 점까지 흡사했다."

 

그의 회상은 외적인 인상에만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1994년엔 인터넷에 대한 엄청난 비관론이 팽배해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인터넷 사용자가 2천만명이 되었을 때도 그것을 비웃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로 어느 방송사 임원은 “그 중 1900만명은 학생이거나 외국의 학자들일 것"이라고 콧웃음을 쳤다. 전화기, 텔레비전, 자동차 심지어 전기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웨스턴 유니온의 CEO는 전화기를 장난감으로 취급할 정도였다. 막 부상하기 시작한 이 놀라운 거품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이자 소셜미디어 마케팅 컨설턴트이기도 한 마이클은 이 행사에 참석한 후 비트앤젤스(BitAngels.co)라는 앤젤투자그룹을 설립했다. 30명 정도의 창립 멤버를 금세 모을 수 있었는데 한 달 후가 되자 투자자 규모가 120명으로 커졌다. 이들은 18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비트코인 관련 초기 기업에 투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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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비트코인 컨퍼런스 관련 기업들의 부스]

 

비트코인 생태계의 모습을 보며 90년대 말의 인터넷 생태계를 떠올리는 건 마이클 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고의 벤처 인큐베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파트너 폴 그레엄은 “비트코인은 매우 흥미롭다. (기대되는) 모든 신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전환적이며, 해커들이 좋아한다.”라며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마이크로 컴퓨터가 등장하던 때와의 유사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컨퍼런스를 둘러 본 또 다른 참석자인 조지매이슨 대학의 제리 브리토 역시 “프로페셔널 기업가들이 생태계로 몰려드는 모양새가 흡사 90년대 후반 인터넷의 그것과 똑같다"고 얘기한다. “인터넷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알아차린 기업가들이 그것을 상업화 하기 위해” 몰려들었는데, 비트코인 생태계 역시 그런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90년대 후반에도 인터넷의 얼리 아답터들은 (상업화로 인한) 계급상승을 좋아하지만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생태계의 기초는 인터넷이나 리눅스와 마찬가지로 우선 초기 이용자들과 개발자들에 의해 형성됐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경우 여기에 마이너들이 다음 층을 차지한다. 그리고 시스템의 안정성과 투명한 정보 공유를 위해 존재하는 정보제공 서비스들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거래 정보 등의 원천 데이터는 개발자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그런 원천데이터를 가공해서 깔끔한 그래프나 알기 쉬운 도표로 보여주는 역할을 이들이 담당한다. 여기까지만 구성이 되면 기본은 갖춘 셈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참여해서 비트코인을 주고 받으며 정보공유를 통해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사실 더이상 번성하기는 어려운 불모의 땅, 황무지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코인을 보유한 이용자들이 실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용처, 신용카드로 치자면 가맹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부터 이용 가능한 상점 수가 충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또 필요한 게 기존 화폐와의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거래소 시스템이다. 거래소를 통해서 비트코인을 새로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구매를 하고, 반대로 수중에 있는 코인을 편하게 사용하고 싶은 사람은 기존 화폐를 받고 판매를 하면 된다. 이 판매수요와 구매수요를 중개해주는 거래소가 등장하고 나라 마다 하나씩 늘어가기 시작한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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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한화-비트코인 거래소 Korbit. 지난 4월말 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거래소가 생긴 이후 한국의 비트코인 다운로드 순위도 60위권에서 19위까지 상승, 거래소가 왜 생태계의 기초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성장과정에서 이 거래소 비즈니스는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앞서 잠시 지적했듯이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라고는 해도 특정 거래소로 너무 주문이 몰리는 현상이 드러났다. 2010년 일본 도쿄에 문을 연 글로벌 거래소인 마운틴곡스는 현재 전체 거래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이 같은 거래소들이 웹기반의 중앙집중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안정성이 분산컴퓨팅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걸 감안하면 꽤나 어색한 모양새인 건 분명해 보인다. 양적으로 한 곳에 집중되고 또 그것의 구조마저 중앙집중적이라면 비트코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어울리지 않는 것을 넘어 실제 이런 구조 때문에 몇 차례 큰 사고들이 발생했다는 점 또한 이미 살펴 본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또 다른 형태, 즉 P2P 기반의 분산형 거래소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미 등장한 리플(ripple)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 정도의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소만큼이나 핵심적인 영역으로 웹지갑을 들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기 위해서는 피씨환경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영역이었다. 핵심은 간단하다.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 중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금액만큼을 자신의 데스크탑이 아닌 웹상의 지갑서비스에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웹상에 보관돼 있으므로 노트북 심지어 스마트폰으로도 언제든 접속해서 돈을 보낼 수 있다. 처음에는 이 역시 웹을 이용하다보니 여러 보안상의 문제가 발견되었으나, 지금은 중요한 정보는 자신의 기기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서버에 정보를 보내는 방식으로 보안성이 개선되었다. 비트코인 관련 통계와 정보를 보기 좋게 그래픽으로 제공하면서 동시에 웹지갑 서비스도 제공하는 블럭체인(blockchain.info)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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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공개된 비트코인 ATM 시제품. 현금을 넣을 수 있는 슬롯과 스마트트폰 인터페이스 그리고 모니터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외양을 하고 있다. 가격도 5,000 달러로 비교적 저렴하다.]

 

곧 다가올 미래를 위한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ATM 기기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번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로보코인은 휴대폰에 보관된 큐알코드를 대면 지갑을 인식한다. 이후 이용자는 현찰을 집어넣고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반대로 비트코인을 기기로 보내고 현찰을 인출할 수 있다. 로보코인 외에도 비슷한 방식의 ATM 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허가 등 법적인 문제에 걸려 실제 이용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보관용 금고 역시 큰 관심을 끄는 하드웨어다. 비트코인 초창기 마이너이자 최초의 마이닝풀을 설립했던 체코의 마렉 팔라티누스(Marek Palatinus, 닉네임 slush) 가 개발한 트레조(Trezor)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쓸 때도 컴퓨터에 바로 연결해 쉽게 사용할 수 있어 그동안 보안기능이 탑재된 USB저장장치 등을 사용해오며 불안함 또는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11월 정식 출시될 이 제품은 현재 예약 판매 중이며 가격은 1BTC 다.

 

이 밖에도 많은 아이디어들이 비즈니스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상황도 좋다. 처음부터 기업을 만들지 않고도 아이디어를 현실에 옮길 방법들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버티시티 벤처스는 1,500만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면서 뉴욕 맨해튼에 사무공간과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큐베이터 또한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좋은 아이디어와 그것을 구현할 기술력만 갖고 있으면 바로 시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터넷 초창기에도 그랬듯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예컨대 현재 금융시장에서 이미 돌아가고 있는 거래 관련 보험, 에스크로 등의 이미 검증된 서비스들도 비트코인 생태계를 위한 특화서비스로 재탄생 될 수 있다. 근거리 무선통신(NFC)처럼 휴대폰 등 하드웨어의 혁신에 따라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겨날 수도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에는 생각지도 못할 수준의 숨겨진 기능들이 여전히 많이 감추어져 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화폐시스템 이상으로 작동하게 해주는 여러 스마트 기능들이 탑재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자면 비트코인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요즘 각광받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시스템이 쉽게 구현될 수 있다. 얼마의 기간동안 얼마의 금액이 모여야 한다는 조건 자체를 비트코인 거래에 스크립트로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펀딩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개인 간, 소그룹 내에서 돈을 걷고 투명하게 사용하는 게 보다 쉬워진다. 요즘 인기를 끄는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와 결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확장성은 금융거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자투표, 부동산 계약 등 기존에 보안 이슈 등으로 쉽게 온라인화 되지 못했던 영역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거듭날 수 있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해결책을 제시한 분산컴퓨팅 네트워크 상의 동의와 확인 메커니즘이 이를 가능케 한다. 이쯤되면 왜 그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에서 인터넷과 같은 엄청난 변화의 조짐을 보았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고 있는 지 조금은 감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 드레이퍼 가문의 영건, 아담 드레이퍼가 설립한 엑셀러레이터 부스트(Boost)는 비트코인에 포커스된 기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스트에서 비트코인의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다음과 같다.

BITWALL

디지털 컨텐츠 제공자들을 위한 마이크로페이먼트 솔루션 제공 (비트코인 기반 페이월 서비스)

BITBOX

보다 쉽고 통합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비트코인 거래소

BITPAGOS

라틴아메리카 시장을 겨냥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 아르헨티나의 호텔들이 외국인으로부터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은 후 달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가 대표적

ARBITER

게임회사 또는 개인들이 자신의 게임에 비트코인을 이용한 베팅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VERIFYBTC

IT에 익숙치않은 일반적인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이용할 때 겪을 수 있는 보안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술기반 서비스

VAURUM

애플 출신의 개발자 CEO가 만든 비트코인 거래소

GLIPH

비트코인의 암호학 기술을 응용한 커뮤니케이션 툴로, 비트코인 거래는 물론 보안성이 향상된 일반적인 텍스트 메시징,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하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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