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가이드 #2] 다섯 개 도시 여섯 개 국적, 이 회사가 일하는 법
2014년 12월 11일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유진님이 일하고 있는 회사가 어떻게 다양한 곳에 있는 팀 멤버들과 협업을 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 않을까요?"

비석세스 정새롬 에디터님의 조언을 듣고 보니, 바로 지금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노마드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최적의 예 중 하나였다. 어떻게 원격 근무가 가능할 수 있는지, 어떻게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같이 있지 않고도 협업이 가능한지, 속된 말로 다들 땡땡이나 치진 않을런지 석연치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경우 오데스크(oDesk)와 같은 프리랜서들을 위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고, 기존 기업체에서도 원격 근무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 아직까지도, 우리 나라에서 원격근무는 꿈같은 이야기다.

1. 다섯 개의 다른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여섯개 국적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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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코인스는 현재 공동 창업자들과 내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필리핀 마닐라에 있다.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 프로젝트나 시장 조사, 또는 단순히 저렴한 생활비로 더 나은 조건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 등을 기준으로 여행을 다니며 일하고 있고, 다음 행선지는 인도네시아 발리다.

시니어 개발자는 칠레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재택 근무 중이고, 현재 베트남에 있는 러시아 출신 개발자는 연인과 여행을 다니며 일을 하고 있으며(여자친구는 스카이프를 이용하여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개발자가 한 명 더 있고, 곧 합류할 프로덕트 매니저는 현재 독일에서 우리팀을 만나기 위해 발리로 날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합류하기 전 올해 상반기에 37코인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자 유치와 제품 개발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가 투자 유치와 네트워킹에는 최적의 장소였으나 회사 차원에서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공동 창업자들은 시드 라운드를 마무리한 후 곧장 방콕으로 와서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에 머무르며 각지에 퍼져 있는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해나가고 있다.

2. 협업에 사용하는 툴

트렐로(Trello: https://trel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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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인사 등 부서별로 보드가 개설되어 있고, 아이디어/해야 하는 일/진행 중인 일/완료/ 이 네 가지 상태별로 리스트를 만들어 현재 각 부서별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모든 팀원들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각 프로젝트별 팀원 지정 및 파일 첨부, 기한 설정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가능하다(트렐로는 사랑입니다).

스퀴글(Sqwiggle: https://www.sqwig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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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들을 위한 서비스 2편에 소개하려고 아껴 두었던 서비스인데, 37코인스 역시 유용하게 쓰고 있는 서비스이다. 랩탑의 캠을 이용하여 현재 업무 중인 팀원들의 모습을 서로 확인할 수 있다. 매뉴얼/1분/5분 등으로 설정을 달리 할 수 있는데, 시간대를 설정해두면 1분, 5분마다 자동으로 랩탑 앞에 있는 팀원의 모습이 찍혀 공유된다. 화상통화 역시 가능한데, 무료 버전의 경우 그룹 통화는 지원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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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Slack)

이전에 소개했던 디지털 노마드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해시태그 노마드' 역시 슬랙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서비스이다. 37코인스의 개발팀이 사용 중인데 기존 메신저와 흡사한 서비스에 파일 첨부 및 관리, 키워드 검색 및 채널 개설 등의 강력한 기능들이 덧붙여져 협업 도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텔레그램(Telegram)

그 외 기타 모든 소통은 텔레그램을 사용한다. 현재 필리핀 내에 있는 멤버들을 위한 37coins PH, 그리고 전 팀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37coins World 그룹 채팅방을 개설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나누고 있다. 돈독한 팀 만들기에 효과적이다.

스카이프(Skype)

모든 컨퍼런스 콜과 팀 멤버간 통화에 사용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다.

3. 지리적 위치 차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Geo Arbitrage)

지난 기사에서 소개했던,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검색 엔진 '텔레포트'가 최근 '스타트업을 위한 검색 엔진'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실리콘 밸리에서 투자를 받은 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를 허용함으로써 사무실 유지 비용 등에 나가는 투자금을 제품 개발에 투자하는 '똑똑한' 스타트업들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텔레포트의 블로그에서도 37코인스가 지리적 차이로부터 얻는 이익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AN EPIC JOURNEY – 37COINS

4. 정말? 정말 가능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저도 몰랐는데, 밖에 나와 보니 이렇게 일하고 여행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더라고요'라고 대답한다. 37코인스의 경우만 봐도 별다를 거 없이, 큰 불편 없이 각자 업무를 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아직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원격 근무의 사례는 정말 흔하디 흔하다(텔레포트의 경우 전 직원이 원격 근무 중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만족도가 전통적인 9시 - 6시 사무실 근무에 비해(물론 한국은 OECD의 124개 회원 국가 중 연간 근무 시간 항목에서 멕시코와 1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아 9시 - 6시도 근거가 희박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을지 낮을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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