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지분제공비율,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2014년 09월 24일

ESOP

필자가 연세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업들에서 전략의 내용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다루고 있는 것은 어떻게 조직 내에 공유된 가치(Shared Value)를 뿌리내릴 수 있는가 대한 것이며, 동시에 그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어떻게 조직원들에게 내재적 보상(Intrinsic Reward)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과 수많은 연구결과들, 그리고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많은 사례들에 따르면, 팀 내에서 공유된 가치와 그를 공통의 목표로 하여 성장하며 발생하는 내재적 보상감은 기업의 크기를 막론하고 그 인재의 자질이 훌륭할수록 그들을 조직으로 유인하고 유지하는데 있어 외재적 보상(Intrinsic Reward, 일반적으로 보수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보다 강력한 기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팀원들에게 제공할 것이 많지 않으나, 그러나 오히려 뛰어난 인재에 대해 기존 기업보다 훨씬 큰 필요성을 가지는 창업 초기의 기업들이라면, 공유된 가치와 내재적 보상감의 제공이 그와 같은 훌륭한 인재를 팀 안으로 유인하고 유지하는데 거의 유일한 무기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훌륭한 인재들이라면 그만큼 훌륭한 보수를 약속하는 선택지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이를 만회하고자 많은 초기 기업들은 그들에게 회사의 일부를 구성원 지분(Employee Equity)이나 스톡옵션(Stock Option)의 형태로 제공하곤 한다.

따라서, 이번 주에는 과연 어떠한 기준에 따라 구성원 지분이나 스톡 옵션의 규모를 결정할 수 있을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다만, 그에 앞서 다음의 두 가지를 미리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것은 공동창업의 경우에서의 지분배분이 아니라 '고용' 시 제공하는 지분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 명의 핵심 창업자가 함께 할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지분을 나누어 주면서 공동창업이라 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만약 제대로 된 공동창업이 되려면 공동창업자들은 함께 출자를 하고 그 비율에 따라 지분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맞다. 두 번째로 앞의 경우와 같이 한 명의 창업자가 임의로 지분을 나누어주는 경우, 그것은 공동창업이 아니라 창업 이후 최초 핵심 인력의 '고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 즉 아직 기업으로서 형태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아이디어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그 지분 배분에 있어 특별한 기준이 적용되기 매우 힘들며, 따라서 창업자와 핵심인력간의 협상과 조율에 의해 그 비율이 정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경우는 본문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다.

창업자(혹은 공동창업자들)과 그 핵심인력이 구성되면, 초기기업은 최초의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하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고용은 이처럼 초기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후 해당 제품을 토대로 시장 내에서의 포지션을 획득하려 할 때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마케터가 되었든, 세일즈인력이 되었든, 혹은 제품의 개발인력이 되었든, 이 단계에서부터의 고용은 회사가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는 공식적인 형태가 될 것이고, 따라서 기업은 그 보수 및 지분의 제공에 있어 하나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준과 마찬가지로 초기기업의 지분 배분에 대한 기준 역시 기업에 따라, 산업에 따라, 그리고 비즈니스에 따라 상이할 것이며, 따라서 하나의 황금률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각 고용 단계에서의 기업의 가치와 각 구성원에게 기대되는 기여의 비율을 고려함으로써 우리는 지분 배분 시 적용될 수 있는 접근법을 그려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기업의 가치를 산정해 보아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만약 기존에 투자를 받은 기업이라면, 그 Post-money Valuation의 규모를 차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혹은 기업이 앞으로 일정기간 동안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매출액을 현재가치로 할인(Discounted Cash Flow)하여 기업의 가치를 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들이 존재할 것이나, 어쨌든 이와 같은 기업가치의 산정은 고용되는 구성원에게 기대되는 기여의 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함임에 대한 이해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가치 산정의 결과, 현재 A 사의 가치가 100억 원으로 결정되었고, 현재 1000만 주의 주식이 발행되었음(따라서 1 주당 가격은 1,000 원)을 가정하자. 그리고 나면 다음 단계는 특정 고용에 기대되는 기여의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때 주지할 점은 이 비율의 결정에 하나의 확고한 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가치나 보수의 높고 낮음, 혹은 현 시점에서 1 주당 가격 등에 의해 얼마든지 상이해 질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의 유력 VC Firm인 유니온스퀘어벤처스(Union Square Ventures)의 공동창업자인 프레드 윌슨(Fred Wilson)은 이와 같은 비율의 설정에 있어 고용되는 구성원의 직급을 기준으로 각기 다른 비율을 적용할 것을 제시한다. 이 때 윌슨은, 직급을 Senior Management, Director, Key Function, 그리고 기타의 네 가지로 구분한 후, 각 직급에 따라 기본 임금에 0.5, 0.25, 0.1, 0.05의 승수를 곱할 것을 제안한다.

이 경우, 만약 연봉 1 억 원의 디렉터 급 인재가 고용되는 경우, 해당 인재는 [1 억 X 0.25]의 공식에 따라 2,500백만 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배정받을 것이며, 이는 [2,500만 원/(기업가치)]의 공식에 따라 0.25%의 지분, 혹은 [2,500만 원/(1 주당 가격)]의 공식에 따라 25,000 주를 배정받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윌슨이 제안한 승수에 따른 것이며 각 기업은 얼마든지 자신들만의 승수, 혹은 완전히 새로운 비율계산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이 때의 핵심은, 각 고용이 기업의 가치 변동에 대한 가치를 금전적 비율로 가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있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기업의 경영이 기예(Art)인가 아니면 과학인가라는 질문은 지난 수십 년간이나 이어져온 것이다. 그리고 아직 경험이 일천한 필자가 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물음에 둘 중 하나를 골라 답을 할 수 있을리 없다. 그러나 다만 그 일천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모두 발생함은 이제 충분히 알고 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 및 과학사상가로 평가받는 칼 포퍼(Karl Popper)에 따르면, 과학은 검증가능성 보다는 반증가능성(Falsifiability)에 의해 과학으로서 성립된다. 필자가 윌슨의 제안과 더불어 오늘 제시한 지분 배분에 대한 기준은, 개인의 기여에 대한 기대치를 가시화하고, 해당 기여에 대한 보상 및 동기부여 수단으로서의 지분배분을 기업의 가치에 따른 비율로 구체화한다. 이로써 고용자 및 피고용자 모두에게 반증가능성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칫 관리적 접근법(Managerial Approach)이 간과되기 쉬운 초기기업의 의사결정 영역에 과학적 시각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초기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보다 몇 배나 더 훌륭한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모쪼록 오늘 필자와 함께 살펴본 가시적인 지분배분 기준의 설정에 대한 과학적 시각이 보다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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