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배의 스타트업 PR 전략] 홍보, 첫 발 내딛기
2014년 04월 16일

Editor's Note: 배 대표는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홍보 전문회사 에델만 뉴욕 본사로 파견되었으며, 돌아와 서울 사무소의 최연소 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PR을 담당하였다. 현대에 재직할 당시 배지영 대표는 뉴욕, 런던 등의 대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주재 외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타 기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의 기획기사를 외신에 보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2년 돌연 홀로서기를 다짐하고 국제 홍보 전문 회사 피오나배 주식회사(fionabae Ltd.)를 차렸다. 현재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스파크랩, 미래창조부 산하 스마트콘텐츠센터, 일본 최대 사모펀드인 유니슨 캐피탈(Unison Capital), BMW 본사 등 금융사에서부터 스타트업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배지영 대표 인터뷰

▲글로벌 PR 전문사, '피오나배' 배지영 대표

▲글로벌 PR 전문사, '피오나배' 배지영 대표

광고 = 홍보 vs. 광고 > 홍보?

홍보를 이야기하려면 제일 먼저 구분시켜줘야 하는 한가지 개념이 있다. 바로 ‘광고’. 두 가지 모두 매우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은 광고와 홍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대부분은 ‘광고’라는 개념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홍보를 광고의 개념으로 생각하거나, 그 일부분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광고와 홍보가 엄연히 다른 것임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래도 상관없다.

어찌 보면, ‘홍보’의 개념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광고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와 클라이언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고 직접 보여주는 것이니까. 늘 겉으로 드러나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킨다.

그러나 홍보는 좀 더 은밀하다. PR은 기자에게 보도자료나 기획기사 정보, 인터뷰 등을 제공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직간접적으로 기사를 통해 표출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객관적인 정보’로서 그 기사를 받아들이고 좀 더 신뢰를 가진다. 그래서 홍보는 늘 기사 뒤에 가려져 은근하게 내비쳐진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광고에는 ‘열광’하고 좋은 기사에선 ‘배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신뢰도의 차이가 확실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비단 개념이나 인식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장 실질적이고 중요한 문제 - “비용” - 에서도 광고와 홍보의 차이는 확연하다. 광고는 해당 지면이나 방송의 스팟을 사용하기 위해 혹은 온라인상으로 배너 광고를 띄우기 위해 여러 절차에 걸쳐 비용을 사용하게 된다. 지면 구입 비용, 광고 기획 비용, 광고 집행 비용 등. 만약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지 중 하나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한 지면에 3억 원 이상의 광고비를 요구한다. 그러나 홍보는 좋은 기사를 기획하고 피칭 할 수 있는 인력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물론 홍보에도 커다란 리스크는 존재한다. 광고는 몇 가지 법규만 지키면 마지막 점 하나까지 만드는 사람의 재량에 달려있다. 어떤 문구를 쓸지, 무엇을 이야기할지 모두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홍보의 최종 결과물인 ‘기사’는 완전히 그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달려있다. 그래서 때로 홍보를 하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물들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이야기가 부풀려져 있기도 하고, 쪼그라들어 있기도 하고, 잘못되어 있을 때도 있다. 때로는 아예 안 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홍보를 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끝까지 차분함을 유지하며 끈질기게 따라붙어야 한다. 홍보의 결과물을 받는 상사나 클라이언트들에게도 홍보의 결과물에 “100% 확실”이라는 표현은 없음을 반드시 미리 상기 시켜야 한다.

그 외에도 중간 개념의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광고성 기사)’도 있다. 이 경우는 ‘기사 형식의 광고 글’로 원칙적으로 지면 한 곳에 애드버토리얼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런 경우, 기자가 객관성을 가지고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낸 광고주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쓴 기사를 게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도 면은 광고 수준에 그치기 마련이다.

애드버토리얼이 아니라, 조금은 씁쓸한 상황도 왕왕 있다. 주변에 “기사를 내는 데 돈과 상관이 없다고? 돈을 받고 기사를 받아주는 매체들을 수없이 봤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 매체의 경우, 광고비나 해외 출장을 포함한 특집기사 혹은 후원의 형태로 돈을 들여 해당 기업에 긍정적인 기사를 게재하거나 부정적인 기사를 삭제 혹은 수정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또한 한국에서는 특히 온라인을 통해 이런 기사들을 수없이 접할 수 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늘여놓고 구매 경로까지 친절히 밝혀두고 있다면, 거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프로페셔널하고 영향력이 큰 매체일수록 이런 일은 드물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글로벌 매체의 경우에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한국의 몇몇 PR 임원들이 글로벌 매체를 찾아가 ‘큰 광고를 낼 테니 좋은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 외국 기자들의 경험담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걱정하기는 이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주어진 예산과 회사의 규모, 스테이지에 따라 광고나 홍보 혹은 애드버토리얼 중 적절한 도구를 택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또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적어도 홍보는 꾸준히 투자해둘수록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해외에서 광고 집행을 통해 ‘마켓 다운로드 1위’ 등의 성과를 낸 스타트업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대부분의 기업 대표들은 “광고를 멈추는 순간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해, 성과 유지 기간이 너무 짧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광고로 잠깐 끌어올린 성과니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라며 비웃는 업계 관계자들도 많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의 원인은 ‘꾸준한 홍보 활동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성과가 나기 이전부터 꾸준히 홍보에 투자했다면, 광고를 통해 일종의 붐이 일었을 때 이미 게재된 기사나 추가적인 기사 게재 통해 그 성과의 지속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러분의 홈페이지나 회사 설명서에 레퍼런스로 붙여진 기사 링크를 잠재 고객이 클릭하는 순간, 그 잠재 고객이 실제 유저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스타트업계에서 CPI와 같은 광고는 단기간의 큰 효과를 내지만,그 지속력은 짧다. 그러나 홍보는 초반부터 꾸준히 투자해두면, 기사 게재 직후는 물론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일들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좋은 무기로 삼을 수 있다.

본격, PR의 정의

PublicRelations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내리는 일일 것이다. 여러분이 정한 ‘정의’로 기업의 행동과 전략들을 움직여왔을 것이다. PR 분야도 마찬가지다. PR이라는 단어 역시, 사람이나 기업마다 수 없이 많은 정의를 가지고 있고, 그 정의에 따라 행동과 전략들이 결정된다.

필자에게 있어 PR의 정의는 “’프로모션(Promotion)’과 ‘프로텍션(Protection)’을 위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다. 프로모션(Promotion)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위한 마케팅적 PR을 의미하고, 프로텍션(Protection)은 부정적인 사고, 이슈가 있을 때 회사와 CEO의 명성을 보호하는 이슈 관리를 의미한다. 나는 이를 위해 기자들을 만나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한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의 경우, Promotional PR을 통해 회사의 영업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 “Protection”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회사가 성장해 가면서 회사의 지속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슈관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자주 접하는 ‘개인정보누출사건’과 같이 소비자가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며 여러분의 기업을 고발했고 여기에 관련된 뉴스들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더더군다나 여기는 대한민국, 수많은 이야기가 SNS 통해 확산되고 수백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이야기들은 점점 과장되고 왜곡되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문인지를 알 수 없는 수준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바로 이럴 때 제일 앞으로 나오게 되는 인력 중 하나가 바로 홍보인력이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회사를 한순간에 무너트려 버릴 것처럼 부정적인 뉴스들이 쏟아지는 그 순간, 회사의 모든 시선이 홍보팀에 쏠린다.

홍보 담당자는 이슈의 수준에 따라 최고경영진에 이슈를 재빨리 공유하고, 실무자와 함께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회사의 입장에 대한 성명서, 기자 문의에 대해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명확한 질의응답 (Q&A)를 준비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나 포스팅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정을 해 나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능동적으로 이슈에 대처하여 돌파구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회사에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인 기자와 매체를 파악한 후, 임원과의 인터뷰나 추가적인 사실 제공을 통해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줄 수 있을만한 심층 기사를 게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에는 위험이 수반되며 매우 신중한 동시에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 글로벌 PR을 담당하던 당시, 현대캐피탈이 금융사 최대 해킹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진황을 파악한 즉시 회사는 일요일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장님께서 직접 사과를 하며 전면대응에 나섰다. 부정적 이슈가 터졌을 때,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말고 투명성과 진정성을 보이며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이슈 관리의 원칙을 잘 지켰던 것이다.

하지만 그간 농협 정보 유출 사건 등을 비추어 봤을 때, 이슈 관리는 열명 이상의 홍보인력을 갖춘 대기업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업무 자체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법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손해 또는 배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의 경우 회사가 ‘정직’하게 일을 돌파해내겠다는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팀, 이사회 등 각종 이해관계자가 모여 싸우며 의사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사태는 더 심각해지기만 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이 상대적으로 작아 의사 결정 과정이 비교적 간결할 수는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홍보 인력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표와 기업을 설득하고, 대표도 한순간의 사태 진화가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이슈를 바라본다면 그런 위기들은 오히려 기업의 좋은 자양분으로 남을 수 있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캡처

 ’Promotion’이든 ‘Protection’이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이다. 다소 부정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PR에서 중요한 기술로 ‘스핀(spin)’을 꼽는다. 부정적인 이야기도 중립적,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이야기를 조금 비트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스토리 텔링은 더 전략적인 개념으로, 그야말로 기승전결을 가지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 주는 것을 말한다.

수많은 스타트업의 데모 발표나 인터뷰를 보며 안타까웠던 한가지는 흥미를 돋우는 스토리의 부재였다. 스토리텔링은 영화나 소설처럼 큰 이야기를 쓸 필요는 없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더 하기로 하고,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아주 간단한 팁 한 가지만 전하고자 한다.

수많은 외신기사를 보면 도입이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다니던 다니엘(Daniel)은 최근 과감히 일을 그만두었다” 혹은 “뉴욕에 사는 28살 클레어(Claire)는 요즘 고민이 많다”

그저 “최근 대기업 직장인이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많다”라거나 “20대 여성들이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가 아니다. 일정한 인물 혹은 구체적인 캐릭터를 제시함으로써 이야기를 보다 더 현실적으로 만들고, 하나의 상황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한 명의 인물이 겪은 경험담으로 만들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며 몰입이 되는 것 또한, 하나의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몰입도와 현실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맛집 추천 어플리케이션인 ‘망고 플레이트’의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한다고 가정해보자. 본래 망고 플레이트의 대표인 버나드는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한국에 외국인들이 오면 별로 갈만한 레스토랑을 찾을 수가 없잖아요. 레스토랑을 추천해주려고 해도,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직접 만들어봤어요.”

그럼 똑같은 이 이야기를 이렇게 보자.

“제가 외국에 있을 때 같이 살던 제임스(James)라는 친구가 지난 겨울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인터넷으로 찾아서 가보면 다들 광고글 같고 좌식에, 우중충하고.. 그 겨울에 이 가게 저 가게 다 들어가 볼 수도 없고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런식으로 몇 번 같은 일이 반복됐는데, 어느 날 제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단박에 추천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왜 이렇게 물어볼 생각을 못 했을까? 친구들한테 이미 검증된 레스토랑들을 볼 수 있는 서비스는 없나?”

똑같은 이야기도 실제적인 인물과 상황, 감정 등을 더하면 훨씬 더 풍성해진다.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자신의 의지나 행동에 더 큰 타당성을 부여한다. 아주 간단하지만 즉시 실행 할 수 있는 이 방법이 진짜 하고 싶었던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첫 번째 계단이 된다. 그리고 이런 아주 기초적인 팁 이후에는 앵글 다각화하기트렌드와 부합하는 앵글 찾기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들을 통해, 진짜 기사가 될 만한 앵글들을 개발하고 기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첫 기고를 마치며

기자와 홍보담당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중들이 원하는 바는 기자들이 보다 명확히 알고 고민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눈에 좋은 것이 아니라 ‘그들’ 귀에 좋은 이야기를 들고 가야 한다. 오늘은 이 글을 통해 PR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마무리 짓기로 하고, 앞으로의 글을 통해 특히 스타트업으로서 ‘그들’ 귀에도 좋고 ‘우리’ 일에도 좋은 앵글을 찾아내고 피칭하고 성사시키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아는 한 홍보는 ‘가장 상식적인 일’이므로,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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