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더 파운더스] 애니팡 이정웅, 큰 그릇을 빚다.
2013년 10월 24일

기자가 배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엔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이 실려있었다. '어니스트'라는 한 소년이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과 닮은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는데, 결국 나이 든 어니스트의 얼굴이 큰 바위 얼굴과 닮아 있었다는 이야기다. 노인이 된 어니스트가 연단에 선 순간 장엄한 표정을 짓자, 누군가가 "보시오! 보시오! 어니스트야말로 저 큰 바위 얼굴과 똑같습니다."라고 외친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사람이 가진 그릇의 크기는 당사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에 더 정확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비석세스가 주최한 제5회 INSIDE THE FOUNDERS(이하 인사파)가 지난 22일 D.CAMP에서 열렸다. 이날 인사파에는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가 게스트로 참석했다. 바른(?) 말투를 구사하는 이정웅 대표는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노하우를 말하는게 부담스럽다."며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경험을 차분하게 전했다. 이정웅 대표는 CEO를 하면서부터 자신이 가진 그릇의 크기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 생각을 확장하여 회사가 성장하려면 돈이나 사람을 담을 수 있는 회사의 그릇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생각을 빌린다면, 이번 인터뷰가 선데이토즈의 그릇 크기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이정웅 대표가 가진 그릇의 크기로 선데이토즈의 글로벌 진출 성공 여부를  조심스레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우리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어떻게 늘려야 할지, 이정웅 대표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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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어댑터를 녹여버린 열혈 게임 소년

이정웅 대표의 게임 역사는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로부터 생일 선물로 받은 팩 게임기를 게임기 어댑터가 방바닥에 녹아버릴 정도 빠져들었었다는 그는, 특이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 영화 등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그는 코딩을 독학으로 배워 고등학교 때 친구와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정웅 대표에게 동기부여란 "게임을 만드는 과정 자체"였다.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 데 내가 이런 게임을 만들 수도 있구나."하는 즐거움이 그의 시발점이었다. 또한, 그것이 이정웅 대표의 본질이고 그가 창업 초창기 3년을 버티는 힘이 되었다. 다른 업체들이 망하는 이유는 창업자 스스로 번아웃(burnout)되는 경우가 많았다. 돈을 쫓다 보면 조급해지고 인내력을 가지기 어려워진다. 이정웅 대표는 "게임 개발이라는 본질이 아닌 다른 기회에 눈을 돌렸다면 3년을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한다.

CEO의 역할; 이사회 매니지먼트, 미래에 대한 고민

창업을 한 후 평소 잡무라고 생각했던 재무 따위의 게임개발 외 업무를 경험하면서, 이정웅 대표는 그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절실하지 않았던 투자를 일부러 받았다. "큰돈을 투자받아 무섭기도 했지만, 그것이 경험을 가져다 줄거라고 믿었다." 투자를 받고 나서 한 달에 한 번씩 이사회를 해야 했다. 3년간 총 36번의 이사회를 빠지지 않고 했다. "CEO의 역할 중 하나가 이사회 매니지먼트다. 이사회는 보고가 아니라 서로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정웅 대표는 이사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CEO의 두 번째 역할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사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이전에 싸이월드 소셜게임 아쿠아스토리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초 싸이월드 해킹사건이 터지면서 매출이 10분의 1로 감소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땐 싸이월드 해킹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모바일 시대가 다가오는 것을 깨닫고 2년 동안 해왔던 걸 다 접고 모바일로 전환했다." 보통 사업이 잘 되고 바쁘다 보면 회사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다. 그래서 CEO는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쁘다는 것은 현재에 포커스가 되어 있는 것인데, 미래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CEO는 여유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 공감 가기 시작했다."

애니팡; 백조가 된 미운 오리새끼

선데이토즈가 모바일로 전환하고 처음 만든 게임은 아쿠아스토리의 모바일 버전이었다. 그리고 미니게임으로 애니팡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애니팡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퍼블리셔(publisher)에게 "장난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캐주얼 미니게임은 돈 벌기 어렵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카카오가 게임사업을 하면서 많은 가능성이 생겼다. 이정웅 대표가 생각하기에 카카오는 많은 유저와 소셜 그래프가 있지만 카카오 유저는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아쿠아스토리 같은 게임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게임이고, 카카오톡는 국민메신저라 그런 분들에게 어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설명서가 필요 없고 1분 만에 끝나는 게임에 대해 카카오의 반응도 좋아 이후의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만 게임을 안 하던 중장년층의 인기는 의외였는데, 국회의원이 애니팡을 하는 모습이 신문 기사화되면서 트래픽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애니팡을 유지해주는 주 고객층이다.

IPO; 또 다른 시작

IPO를 선택한 계기에 대하여 이정웅 대표는 "매각을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지, 매각 이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주변의 고민 없이 매각하신 분들이 후회했고, 나 또한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조언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선데이토즈와 자신의 상황을 영화 '머니볼'에 비유했다. 머니볼은 만년 하위 팀 오클랜드가 데이터 야구를 하며 리그 20연승을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20연승과 21연승 펀더멘털 차이다. 좋은 선수로 잘 훈련된 팀에게 결국 깨지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정웅 대표에게 IPO는 애니팡의 21번째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이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상장을 통한 추가적 자금 조달로 회사를 메이저 구단처럼 업그레이드하는 게 IPO를 하게 된 이유다. "선데이토즈의 두 가지 키워드는 소셜게임, 다른 하나가 글로벌이다. 돌아보면 소셜게임은 반 정도는 한 거 같다. 하지만 글로벌은 여전히 제로(Zero)상태다. 그 과제를 풀어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정웅 대표의 최종 목표는 선데이토즈를 픽사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유니크한 회사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인터뷰 영상은 추후 BeSUCCESS의 INSIDE THE FOUNDERS 페이지에 업로드 될 예정이다. 영상에서는 기사의 흐름상 빠지게 된  '토즈데이'로 대표되는 선데이토즈 기업문화를 비롯한 그 밖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ditor's note : 기업공개 (IPO, Initial public offering)는 기업 설립 후 처음으로 외부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이를 매도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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