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은 아이튠스가 필요하다(Journalism needs an iTunes)
2014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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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발달로 뉴스산업은 소위 ‘밥그릇’을 뺏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IT업계는 끊임없이 뉴스 산업에 관심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즈는 ‘테크 거부와 아이디어가 뉴스 산업에 뛰어들다(Tech Wealth and Ideas Are Heading Into News)’라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베이(eBay)의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어(Pierre Omidyar)가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Glenn Greenwald)가 설립한 뉴스 사이트 인터셉트(The Intercept)에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6억 7천만 원)을 투자했다. 몇 달 전에는 아마존 제프 베조스(Jeff Bezos) CEO가 워싱턴포스트지를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6억 7천만 원)에 인수해 화제였다. 이처럼 바이스복스 미디어, 버즈피드, 그리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같은 차세대 뉴스 회사가 많은 투자를 받았다.

IT업계가 뉴스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한다는 분석이다. 피에르 오미디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은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의 성장에 기여하면서도 상업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해 줄 것(technology could help find a way to actually do important journalism for our democracy [...] that can be commercially sustainable)”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저널리즘의 미래는 IT와 뉴스의 결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7 청년으로부터 엿본 저널리즘의 미래: Ble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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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실리콘 밸리가 아니라 8800km 떨어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바로 2014년에 설립된 뉴스 웹 앱 브렌들(Blendle)이다. 브렌들은 27세 동갑내기 네덜란드 청년 마르텐 블랑켄스테인(Marten Blankesteijn)과 알렉산더 클루핑(Alexander Klupping)이 설립했다. 이들은 세계 최초로 한 가지 웹 앱에서 전국의 모든 신문과 잡지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 6일(목) 알렉산더가 미디움(Medium)에 올린 ‘네덜란드 저널리즘 혁명(The Dutch revolution in journalism: all newspapers behind one paydike)’라는 글이 퍼지면서 브렌들이 화제다. 브렌들은 ‘저널리즘은 아이튠스가 필요하다(Journalism needs an iTunes)’는 생각 하에 뉴스계의 아이튠스(iTunes)를 지향한다. 브렌들은 ‘한 가지 웹 앱에서, 한 가지 지불방식으로, 읽은 기사만큼 돈을 지불하는(be available in one web app, with one pay wall, where users will only have to pay for the articles they read)’ 시스템이다. 그동안 온라인 뉴스를 보려면 뉴스 사이트에 일일이 가입하고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지불했더라도 내가 원하지 않는 뉴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브렌들을 통해 원하는 기사만 읽고, 내가 원하는 신문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브랜들 서비스 소개 영상

동영상브렌들의 기능은 간단하다. 원하는 기사를 읽고, 지불하고, 공유한다. 사용자는 SNS친구들이나 유명인이나 저널리스트, 정치인과 같은 뉴스 큐레이터가 공유한 오늘의 기사를 읽을 수 있다. 현재 사용자 몇 천 명(a few thousand)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 중이며, 15,000여명이 대기 중이다.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는 기사당 10센트부터 90센트(한화 약 150원~1330원)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이마저도 언론사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으며, 독자가 기사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환불이 가능하다.  오는 4월 브렌들의 정식 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포털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환경에서는 어떻게 자리 잡을지 의문을 표한다. 브렌들이 성공 여부에 따라 뉴스 스타트업계 동향에도 변화가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저널리즘의 현재

지난 5일(수) 허핑턴포스트 코리아가 언론계의 관심을 받으며 공식 페이지를 오픈했다. 온라인 저널리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인 허핑턴포스트의 실험이 한국에서도 통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한국에서는 새로운 미디어는 아니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답게 이미 한국에는 2000년 오마이뉴스를 시작으로 2012년 슬로우뉴스,  같은 해 ㅍㅍㅅㅅ 등 다양한 인터넷 미디어가 자리를 잡았다. 각각의 성격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며, 언론의 형태로만 본다면 허핑턴 포스트보다 앞섰다. 이처럼 대안 언론은 성공을 거둔 반면에, 뉴스 앱 관련 스타트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유통되는 뉴스 큐레이션 앱은 비슷한 기능에 디자인만 다를 뿐이다.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하려면

코풀링이 글에서 밝혔듯이 음악과 영화 등 무료로 인식되던 콘텐츠가 유료로 소비될 수 있었던 전환점은 바로 플랫폼이다. 아이튠스(iTunes)와 넷플릭스(Netflix)가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음악과 영상을 소비한다. 이런 변화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돈을 지불하고 듣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물론 아직도 음원시장의 경우 수익 배분 구조가 불균형을 이루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쉽게 소비하고 음원이 유통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뉴스보다 나아 보인다. 그리고 뉴스처럼 두 대형 포털의 점유율이 높은 웹툰의 경우 레진 코믹스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었다. 레진코믹스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콘텐츠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들은 브렌들처럼 독자로 하여금 쉽게 결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성공한 케이스다.

 이처럼 다른 콘텐츠 산업이 소비자의 지갑을 빠르게 공략하는 반면에, 뉴스 유료화는 더딘 편이다. 한국기자협회 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신문사 기획·경영 담당 임원, 국·실장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디지털 콘텐츠 유료서비스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언론사들은 뉴스 유료화에 공감하지만, 어떻게 이미 가파르게 감소세인 독자수를 유지할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유료화를 위해 준비 중인 서비스는 프리미엄 콘텐츠와 종량제 시스템이 대부분이었다. 언론사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포털에 대한 뉴스 공급 중단 및 제한’이 유료화 성공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아직 우리나라 언론의 관심은 포털 대 반(反) 포털에 머물러 있어,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는 관심이 미미해 보인다.

국내에서 뉴스 스타트업은 불가능한 도전인가

국민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사를 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3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55.3%), PC 인터넷(50.7%), 종이신문(33.8%)을 통해서 신문 기사를 읽었다. 지난해 PC 인터넷과 같은 고정형 인터넷을 통한 소비가 절반(57.4%)을 넘었는데, 올해 모바일 기기가 앞질렀다. 흥미로운 점은 종이신문 열독률은 2년 새 10%가 하락한 33.3%로 조사됐지만, 다른 이용 경로들을 모두 합한 ‘결합 열독률’에는 변화가 없었다. 소비 경로만 변했을 뿐, 기사 자체에 대한 소비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뉴스를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소비할 플랫폼이 부재한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이 존재하는 한 소비자는 지갑을 열게 되어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뉴스 유료화 정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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