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공정훈 위원이 말하는 스타트업 해외 진출 6가지 단계 :: 알렉상드르 인턴기 #6
2014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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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청년들이 IT 벤처를 시작하기에 좋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적어도, 현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 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피플게이트도 초기 몇 차례 투자에 대한 유혹도 있었지만, 우선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위해 자체적인 BM마련과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식경제부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진흥공단, 무역협회, 창업진흥원, 코트라 등 다양한 정부의 기관 역시도 한국의 중소기업/벤처들을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상당히 놀라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한국 벤처들은 안타깝게도 그러한 다양한 지원 정책과 컨설팅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만나본 코트라의 공정훈 위원님은 삼성과 SK 등에서 약 24년간 IT 분야 글로벌 사업의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코트라 ICT-SW 중소기업 수출지원센터에서 국내 IT 기업들의 전략적 해외 진출 상담/컨설팅 및 해외에서 발주되는 각종 IT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적합한 국내 기업을 발굴해 연결해주는 전문가다. 약 3시간의 컨설팅을 통해 국내 벤처들이 해외 진출 시 놓치지 말아야 할 내용들을 그에게 들어보았다.

unnamed▲코트라 ICT-SW 중소기업 수출지원센터 공정훈 위원

"한국에는 다양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여러분이라면 코트라(KOTRA) 등의 도움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공정훈 위원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벤처들이 점점 더 글로벌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 의지에 비해 충분한 '준비'와 '컨설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있고, 벤처들은 글로벌 진출에 앞서 충분한 사전 준비와 계획을 해야함을 강조했다.

"해외 진출이 절실하다면, 명함 한 장이라도 더 확보하세요."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비즈니스에도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바이어나 해외 VC 등을 만나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비행기 표를 끊고 해외를 나가는 것은 중소, 벤처기업에게는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해외 기업의 홈페이지를 뒤져 메일을 보내거나 대뜸 전화(Cold Call)를 통해 사업이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트라에서는 자신들의 사업품목과 희망하는 바이어 혹은 협력 파트너를 요청하면 국내에서 미팅을 전개할 수 있는 Global Smart SOC, LED & OLED Expo, Global Mobile Vision, 나는 글로벌 벤처다, IT Focus 등 다양한 '수출상담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출상담회의 참가 비용은 상당히 저렴하거나 무료이며 무엇보다 코트라의 신뢰성 평가가 완료된 '검증된' 해외 업체들과의 미팅이라는 점에서 보다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

또한, 해외 현지에 나가 상담을 원하는 한국의 벤처나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K-Tech, Smart Korea in Japan, IT Inside China 등과 같은 ‘무역사절단’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바이어를 만나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수출계약까지 체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기타, 상시 사업으로는 특정 국가의 특정 산업분야를 타겟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IT 수출망 구축사업’ 을 통해 마케팅 자금 등을 지원받고 코트라의 전세계 84개국에 122개의 해외 무역관을 통해서도 현지와 밀착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국내 또는 현지의 전시나상담회를 통해 얻은 한 장의 명함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메일, 전화보다 수 십, 수 백배의 가치와 효과를 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IT 기업이 해외 진출을 염원할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할 6가지 단계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1단계 : 계획 수립 단계

최근에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해외 진출 시, 젊은 혈기로 글로벌 플랫폼의 '꿈' 만을 가지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공 위원은 이렇게 단순히 '남이 하니까 나도' 와 같은 글로벌 진출 희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정말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필요하고 잘 맞을지?' 등에 대한 명확한 리서치와 '국내 사업의 안정화'다. 또한 초기부터 해외 지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고정비용이 필요하며 한국 본사에서 조차 안정적 수익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해외 지사에서의 비용을 충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비즈니스 안정이 꼭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해외 진출 시, C-Level (CEO, CTO, CFO)이 직접 현장에 나아가서 대응하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지에서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너무나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2단계 : 제품/기술 안정화 단계

제품과 기술의 완성도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제품의 완성도에 대한 검증이 매우 철저하기 때문에 일본 진출에 관심있는 사업자라면 특히나 디테일에 신경써야 한다. 버튼의 크기와 픽셀의 각도까지 따진다고 하니 그 세밀한 검증은 까다롭기만 하다. 그러나 한번 그 신뢰성을 인정받으면 이후에 현지 파트너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사업을 해주어 수월해지는 면이 있기도 하다.

또한 특허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도 조언을 하였는데, 많은 스타트업이 자사의 기술을 지키는 것에는 관심이 있지만 자사의 기술이 해외 타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에 대한 주의는 부족하다고 하였다. 자신들의 특허와 기술적 부분들이 현지 타사의 지적재산권이나 법률망에 걸리는 부분이 없는지에 대한 확인이 꼭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소프트웨어 에스크로우(Software Escrow)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는데, 이것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 후, 회사가 불가피하게 폐업 또는 파산 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유저나 소비자들을 위해 소프트웨어의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소스코드를 보관 및 사용권을 주는 제도이다. 이런 지원을 받게 된다면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사업 영속성을 우려하는 외국기업들과 비즈니스 계약 및 파트너십을 맺을 때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3단계 : 고객 명확화 단계

명확한 고객 타겟팅은 그 다음 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공 위원이 계속해서 강조한 부분은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시 다양한 변수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많은 타겟국가를 택한다는 것은 마케팅 및 사업수행 단계에서 많은 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레퍼런스로 브랜드 가치를 재고한 후 점차 주변국가 등으로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국가의 언어, 문화, 상 관행 등 현지의 사소한 문화에도 신경 쓸 수 있어야 한다. 한 예로 회교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눈만 내놓고 지나가는 여자를 유심히 쳐다보던 한국 사업자가 현지에서 체포된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소한 문제도 얼마나 우리가 세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국가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비즈니스 관행 등과 관련된 상세정보 또한 코트라에서 제공하는 전 세계 국가정보 자료를 사전에 습득하고 진행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다.

 4단계 : 마케팅 단계

기본적인 홈페이지, 브로셔 등의 준비부터 신경을 써야한다. 한국의 홈페이지는 특히 너무나 많은 내용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영문화하는 홈페이지도 많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너무 많은 정보가 수록되어 있는 홈페이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명확한 데이터와 정보 중심으로 짧지만 강렬한 홈페이지의 구성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홈페이지가 완성된 이후 현지인에게 언어적, 문화적인 어색함이 없는지 확인 받는 작업도 중요하다. 마케팅 전담인력의 경우 공 위원은 프레젠터의 인간적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품에는 신경을 쓰지만, 그것을 발표하고 소개하는 프레젠터 역시 상품 못지 않게 중요하다" 며 영업 담당자의 외모, 제스처, 보이스 등의 요소도 잘 가꾸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대부분의 상담자가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에 비해 실무를 많이 겪은 공 위원의 조언은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 왔다.

5단계 : 영업 단계

현지 영업의 경우 한국 기업이 직접 현지고객에 영업을 하고 수출계약까지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지 파트너 또는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만,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몇몇 부패지수가 높은 국가는 에이전트들의 신뢰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역별 적정 기준 수수료도 있으니 사전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코트라에서는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에이전트의 블랙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만일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현지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있다면 해당 에이전트의 신뢰성을 코트라에 문의해 보기를 바란다.

6단계 : 계약/수출 단계

마지막 단계인 계약/수출 단계에서는 우선 각종 표준 문서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만약 상대방 고객사가 제안하는 계약서를 받는 입장이 된다면, 그것을 이해하고 자사의 희망 사항을 반영하여 수정하고 조정하는데 있어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므로, 초기에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자사 측에 유리하게 준비한 표준계약서를 상대방에게 먼저 보내는 '선공'이 비즈니스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코트라에서 이러한 조건에 맞는 표준 계약서도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은 문의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해당 국가의 언어, 그리고 한글로 각각 쓰고 '계약서의 해석에 문제가 발생할 시 현지 계약서에 따른다.' 와 같은 조항이 있다면 경우에 따라 미묘한 해석상의 차이로 한국 계약서가 그 효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제3국 언어로 계약을 할 때는 각각의 언어 계약서 이외에 영문 계약서를 만들어 놓고 해석 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는 영문계약서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완성된 계약서 초안은 국제 변호사 등을 통해 최종적인 검토를 받는 것도 중요하고, 이 부분 역시 코트라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니 요청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끝으로 수출 실무에서는 각 국가별 조세/관세의 파악하여 납부 주체를 계약서에 명기하고, 대금지불 방법 및 환차손 방지를 위한 선물환거래, 불가피한 상황에 대금회수의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무역보험 가입 등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임을 거듭 강조하였다.

모든 내용을 간추리자면,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시 현지화에 충실해야 하며, 충분한 전략, 자금적 준비와 함께 해외사업 추진 시 불확실성의 리스크에도 충분히사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수출 단계에서는 코트라나 기타 중소기업 지원 관련 기관 등에 상세한 검토 및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오늘 공정훈 위원님을 만나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들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한국의 공기업에서 이렇게 전문적인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것과, 한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발생이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한 상당한 솔루션을 이미 갖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공 위원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이 인상에 남는다.

"마치 장거리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사전 점검을 받는 자동차 정비소와 같이, 계획대로 안전하게 해외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전에 컨설팅을 받고 코트라 현지 무역관 등과 함께 해외로 나갑시다."

더불어, 코트라 ICT-SW 수출지원센터가 일방적인 가이드가 아닌 ICT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나누는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활성화 되길 희망한다는 말씀도 가슴에 와 닿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해외 진출 서포팅(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디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진출에 앞서 이런 전문기관들과 함께 충분한 준비를 갖출 수 있기를 기원한다.

피플게이트에서도 작게나마 많은 스타트업들을 위해 앱 내 무료 배너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협업을 요청하여도 좋을 것 같다.

Editor’s Note: ‘알렉상드르의 한국 스타트업 인턴기’는 매주 월요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프랑스 학생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프랑스 스타트업 환경과의 차이점, 국내 흥미로운 스타트업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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