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방지 팔찌로 글로벌 진출, 인류 보편적 가치 추구하면 마케팅이 필요 없습니다”
2014년 11월 03일

DSC_0291▲리버스 문석민 대표

인류 보편적 가치, 마케팅을 필요없게 하다

“우리의 아이들을 함께 지킵시다”

미아방지 팔찌 리니어블(Lineable)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이 구호는 대륙을 뛰어넘어 북미, 유럽, 중국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지금까지 테크크런치, PSFK 등 300개가 넘는 유명 외신이 리니어블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디고고’에서는 6,500건 정도의 선 구매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해외 마케팅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제로에 가깝다. 이후 ㅍㅍㅅㅅ, 사람 바이러스, 박원순 시장 등 국내 미디어에서도 리니어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얼결에 유튜브 스타가 되어 강제 세계 진출을 당한 싸이의 선례가 떠올랐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비컨 기술. 리니어블을 한국도 아닌 세계가 먼저 알아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리버스의 문석민 대표는 리니어블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좇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는 아이가 없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에요. 세상은 파괴적 혁신에 관해 이야기 하지만 저는 그 이전에 좋은 기술이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피 한 방울로 200여 가지의 의학 검사를 가능하게 만든 기업 ‘테라노스(Theranos)’의 예를 들었다. 테라노스는 일반 검사비의 10분의 1 가격으로 몇 시간 내에 건강 진단이 가능한 기술을 구현했고, 현재 이들의 기업 가치는 90억 달러(한화 약 9조 5천억 원)에 이른다.

“테라노스의 경우 높은 기술력으로, 리니어블은 좋은 메시지와 아이디어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좇고 있어요. 이게 정말 좋은 기술, 좋은 성공이 아닐까요.”

비슷한 이유로 해외의 주목을 먼저 받은 국내 기업이 과거에도 있었다. 작년 8월 킥스타터에서 목표 금액의 15배가 넘는 60만 달러 모금에 성공한 손목시계 더 브래들리(The Bradley)의 이야기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시계이기도 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특이점. 더 브래들리를 제작한 이원(Eone) 역시 별다른 해외 마케팅 전략 없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모두를 위한 시계’라는 메시지에 대중의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는 기술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응할만한 가치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적은 돈으로 세상의 작지만 중요한 문제 하나를 풀어갈 기회를 얻었다고 느낀다.

해외 유명 테크블로그인 앰퍼센트에서는 리니어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리니어블을 이용하는 모든 부모가 당신의 아이를 지켜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다시는 우리의 아이들을 잃어버리지 않으리라는 맹세를 한 부모들의 협회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좋은 브랜딩은 마케팅이 필요 없게 만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기술은 홍보를 위한 마케팅 문구를 필요 없게 만든다. 대중은 이미 하나의 ‘따뜻한 캠페인’으로 이들의 기술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함께하는 미아 찾기, 리니어블

“앱을 설치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질수록, 아이의 위치 정보가 정확해집니다. 그야말로 함께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거죠.”

리니어블은 말 그대로 크라우드 미아 찾기를 가능케 한다. 아이가 없는 사용자들도 기꺼이 앱을 설치할 이유가 여기서 생긴다. 보호자뿐 아니라 주변의 앱 사용자가 함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크라우드소싱 GPS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이미 대중적인 기술이지만, 거기에 아이디어를 올려 가치를 높였다.

리니어블은 기본적으로 실리콘 재질의 팔찌와 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블루투스 기반의 비컨 기술을 사용한다. 블루투스 4.0의 저전력 기술을 통해 1년간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100% 방수도 보장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목욕할 때도, 흙탕물에서 놀 때에도 문제없다. 배터리 교체는 불가능해서, 1년이 지나면 재구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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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능으로는 아이가 부모의 블루투스 반경에서 떨어졌을 때 알람을 울려주는 기능, 한 아이를 여러 사람이 보호하거나 한 사람이 여러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다중 관리 기능,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찾을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미싱 리포트 기능 등이 있다.

아이들 말고도 알츠하이머 환자나 반려 동물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리버스 문석민 대표는 이미 성인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큰 치수의 팔찌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사스키아 할머니 덕분이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 네덜란드의 사스키아 할머니라는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남편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데, 꼭 노인들을 위한 큰 치수의 리니어블을 개발해달라는 메시지였죠. 물론 기꺼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5달러라는 저렴한 가격, 앞으로 수익 창출은 어떻게 낼 예정인 걸까. 애초부터 문석민 대표는 리니어블을 통해 수익을 보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만 개를 공장에서 찍어냈을 때 팔찌 한 개에 드는 제작 비용이 딱 5천 원이다.

“정말 많은 국가에서 연락이 와요. 유럽 대부분 지역 현지 바이어들과 유통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요. 리니어블은 5달러에 저렴하게 판매하되, 다른 수익 모델을 생각해보자고 하는 곳도 많습니다.”

실제 유럽의 한 바이어는 패기 넘치게 직접 현지 사이트를 만들어와 ‘내가 한 번 팔아보겠다’고 나섰다.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기가 지겠다는 약속과 함께. 제품의 시장성에 대해서는 해외 바이어들이 이미 판단을 내려준 셈이다.

내년 목표하고 있는 판매 수량은 천만 개다. 조금 많아 보이긴 하지만, 이미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리니어블 수량이 천만 개를 넘어섰다. 하룻밤 꿈같은 일들이 리버스에서는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3년의 헝그리 시절, 엔젤다운 엔젤을 만나 기사회생하다

“투자자와 앉아서 딱 2시간을 이야기했어요. 프로덕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없는 상태였죠. 며칠 뒤에 초기 자금치고 많은 돈의 투자를 결정해주셨어요. 세상에 진짜 엔젤도 있더라고요.”

문석민 대표는 운이 터졌다고 표현했다. 3개월간 국내 엔젤 투자자란 투자자 전화번호는 다 조사해 쫓아다녀 얻은 성과였다. 처음 해당 투자자도 그의 방문을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산까지 찾아가 맨몸으로 부딪혔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지만,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에게도 남 못지않은 진한 고생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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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삼성 엔지니어로 3년을 일했던 그는 부품 같은 일상에 지쳐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패기로 30이 되던 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옥션, SK텔레콤에서 브랜드 유통,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0년 리버스를 창업했다.

“컨설팅으로 시작해 디자인부터 사업까지 돈 되는 건 다했던 시절이었어요. 어느 순간 회사 이름인 ‘리버스(Reverth)’ 한 창의적인 생각이 우리에겐 없다는 걸 느꼈죠. 클라이언트 입맛에 맞추는 데에 급급했으니까요. 이후 회사 재정이 무너지고, 직원들은 다 나가고, 사무실도 없고. 모두 리버스를 접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라고 했지만, 리버스가 없어지면 저도 죽는 것 같더라고요.”

3년을 고생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엔젤 투자를 받은 것이 올해 3월. 거친 파도에 맥을 못추리던 서퍼는 3년이 지나서야 파도의 흐름을 타는 법을 배웠다. 이후 유능한 팀원들을 채용하며 리니어블을 완성해 왔다.

팀원 중에는 그의 과거 상사도 포함되어 있다. 그가 믿음직한 후임이었는지, 1억이 넘는 연봉을 포기하고 팀에 합류했다. 킥스타터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성공해본 이력이 있는 팀원도 있다. 10명이 소규모 인원이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애초 저희 팀이 세운 계획과 다르게 모든 것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하루하루 놀라워요. 리니어블은 기술적인 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아예 새로운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희가 가진 최대 강점은 진정성이죠. 그걸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엄마를 찾아 우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작은 진심으로부터 시작한 리니어블. 리버스 팀과 그의 팬들이 만들어 갈 ‘웃는 아이들의 세상'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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