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억 원을 투자받은 미디어, 기가옴(GIGAOM)이 문을 닫은 이유
2015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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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지난 9일 기가옴(GIGAOM)이 공식 폐쇄됐다고 전했다.

2006년, ‘비즈니스 2.0’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던 옴 말릭이 자신이 운영하던 ‘기가옴’이라는 블로그를 IT 전문 뉴스 사이트로 확대, 개편하며 기가옴을 탄생시킨 지 약 10년 만의 일이다.

기가옴은 버즈피드나 복스와 같이 폭발적인 트래픽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실 있고 깊이 있는 기사로 매달 600만여 명이 방문하는 서비스로 성장했고, 컨퍼런스 및 전문지식 리서치 분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며 2014년 트루벤처스(True Ventures)로 부터, 800만 달러(한화 약 8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까지 이른다.

그러나 옴 말릭 기가옴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5시 57분(태평양시각) 채권상환 불이행으로 조업정지를 결정했다. 테크 크런치, 매셔블 등과 함께 미국의 IT 저널리즘의 한 축을 담당했던 기가옴의 몰락은 많은 팬에게 충격을 가져왔다. 기가옴의 대표적인 기자 매튜 잉그램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될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라며, “굉장히 작은 조직으로 틈새 영역에 완전히 집중하게 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엄청나게 크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에서 어정쩡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가옴의 실패 원인을 명확하지 않은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오늘은 기가옴에서 리서처로 활동한 바 있는 마이클 울프(Michael Wolf)의 <기가옴 : 벤처 투자를 받은 미디어 스타트업의 탄생과 죽음(Gigaom: The Life and Death of a Venture Funded Media Startup)>이란 기고문의 주요 논점을 기반으로, 기가옴이 몰락해 간 요인들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무리한 투자 유치에 의한 수익 창출의 압박

마이클 울프에 따르면 2009년 기가옴은 3가지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하여 사업을 성장시켰다. 기가옴 미디어의 콘텐츠, 컨퍼런스 운영 그리고 저문 지식 리서치 분야의 유료 콘텐츠 영역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기가옴은 약 45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력 구성은 여전히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자본금이 대부분 투자금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기가옴의 경영진은 단기간 내에 수익을 급격히 신장시켜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2009년 당시 매월 200~300만 UV를 보유하고 있었던 기가옴은 트래픽을 높이고 유료 콘텐츠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하여 조직을 확대하기 시작한다. 미디어 및 편집 영역에 집중된 인력 구성을 재편하고, 마케팅 및 세일즈 인력의 보강이 진행됐다.

마이클 울프는 기가옴이 단기간의 수익 창출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구독층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기가옴 만의 가치가 희석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기가옴의 핵심 고객이 테크에 관심 있는 일반 구독자에서, 수익 창출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벤처 투자자로 전환된 것이다.

또한 2011년 페이드콘텐츠(Paid Content)를 인수하며 발생한 인수대금과 사무실 운영비, 부동산 운영을 위한 고정비 및 간접비로 환원되는 이벤트 인력 운영비 등이 비용구조를 악화하는 데에 기여했다.

비즈니스 모델 발굴의 실패

한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대부분 테크 및 스타트업 미디어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벤처 언론에서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 좋은 예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일보 기자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경제 매체 머니 투데이는 10년이 지난 지금 매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머니투데이는 2013년 연결 매출 기준 700억 원대를 기록하는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하였다.

미디어 스타트업으로서의 성장 및 도약의 시기에 전문분야의 리서치 영역에 첨착한 기가옴과는 달리 머니투데이는 전통적인 광고전략에 기반하여, 연예(스타뉴스), 방송(MTN), 유료콘텐츠(더벨), 잡지(머니위크), 뉴스통신(뉴스원), IT전문지(지디넷코리아) 등을 신설 및 인수하며 미디어의 매체력을 확보하는 데에 주력했다. 

또한, 기존의 CPM기반의 베너 광고 클릭율이 떨어져 가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광고전략을 심화 발전 시켜나가기 보다는 섣불리 B2C기반의 유료 광고 모델로 전환하고자 했던 전략 실패 역시 기가옴에게 치명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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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옴이 클린테크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버티컬 영역을 분류하고 이를 위한 전문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민하던 시절, 버즈피드(Buzz feed)는 새롭게 열리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에 주목했고 동영상에 기반한 네이티브 광고(Native Ad)라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버즈피드는 전 세계에서 111번째로 트래픽이 높은 서비스로 성장하게 되었다. 

옴 말릭은 왜 트루벤처스로 떠났는가?

개인적으로 기가옴이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지점은 창립자인 '옴 말릭의 부재'다.

기가옴은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중단하기까지 총 2,230만 달러(한화 246억5,488만 원)를 투자받은 바 있는 데, 지난 해 2월 기가옴이 트루벤처스 및 컨소시엄으로부터 8만 달러를 투자 받을 당시 옴 말릭은 트루벤처스에 합류하게 된다.

즉 지난 8개월 동안 기가옴은 피털리스트들의 논리로 운영되어 온 것이다. 머니투데이의 홍선근 회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언론 활동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기업으로 자립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실제 홍선근 대표는 머니투데이의 매체력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악착같이 광고 매출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집중했다고 한다. 때론 자본과 상식의 논리를 조소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외치는 것, 모두가 떠나더라도 자신이 확장시켜 나아갈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과 진정성을 지켜갈 수 있는 것 또한 벤처 CEO의 주요한 덕목임에도 불구하고, 옴 말릭은 너무나 쉽게 자본의 논리에 손을 들어 준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6년, Web 2.0 정신을 계승하며 새롭게 런칭된 옴 말릭의 기가옴과 요나 페레티의 버즈피드의 성공과 몰락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버즈피드의 요나 페레티는 1979년에 출간된 데이빗 헬버스템의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들(The Powers That be)’의 경구들을 인용하며 타임, CBS,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사가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전통적인 미디어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과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언론사들의 몰락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로서 구현해야 할 변하지 않는 가치와 혁신해야 할 요인들에 대해 열거하기도 했다. 버즈피드는 현재 약 9,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기록하며 기술 기반의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기가옴이 몰락해 간 요인들을 분석해 보았다. 기가옴의 몰락 스토리는 비단 미디어라는 버티컬 영역뿐 아니라, 스타트업들 모두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무리한 투자 혹은 숫자에 현혹되지 말 것. 명확하고 확장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위한 핵심 역량을 쌓아갈 것. 너무나 당연하지만 긴 호흡과 배짱이 필요한,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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