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타트업 대표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 스타트업과 자살(2)
2014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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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은석 대표(1973 ~ 2012)의 죽음

2년전, 3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故 최은석 대표(1973 ~ 2012)의 죽음은, 한국의 스타트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된다.  2000년, 삼성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3D)에 네 번째 차원, 즉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입히는 4D와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비전으로 승승장구하던 故 최은석 대표는 3D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건물 벽면을 다양한 이미지를 투사해 변형시키는 미디어 파사드(Meida Facades)사업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故 최은석 대표(1973 ~ 2012)는 2008년, 30억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며 2011년 150억원 규모의 세계 최초의 4D 테마파크인 라이브 파크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건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故 최은석 대표(1973 ~ 2012)는 2012년 2월, LA 인근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최은석 대표의 지인들에 따르면, 라이브파크에 기대만큼 관객이 들지 않아 최은석 대표의 심적인 부담이 컸다고 한다. 당시, 故 최은석 대표(1973 ~ 2012)의 자살 소식은, 대학 중퇴 이후, 한국 멀티미디어 디자인의 일인자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의 죽음이라는 점에 주위의 많은 안타까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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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기업이 지역의 혁신과 재생을 이끄는 주체로서 작용하게 한다는 토니쉐이(자포스 CEO)의 라스베가스 다운타운프로젝트(Downtown Project,이하 'DTP'라고 한다)라는 실험 역시, 최근 프로젝트 참가자 1명과 테크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2명의 기업가의 자살로 업계 호사가들의 입담에 오르내리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함께 배우고(Co-learning),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충돌하며(Collision) 소속감(Connectedness)을 가지게 함으로써 라스베가스 다운타운을 영감과 기업가적 에너지, 창의성, 혁신, 계층간 자유로운 이동, 새로운 발견이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것을 돕는다."라는 비전으로 시작된 토니쉐이의 DTP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3분의 1 이상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라스베가스라는 지역을 혁신하기 위하여 정부, 혹은 시민사회가 아닌 벤처기업이 주체가 되어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도시를 재생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필자는 최근, 또 한 명의 전도유망한 한국의 스타트업 CEO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한국사회에, 2012년부터 보상형 및 지분형을 포함하는 종합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지향하며 문화 예술과 창업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비전을 실천해 왔던 이라, 안타까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명복을 빌며, 그의 이름이 한국의 스타트업계에서 결코 헛되이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필자는 비석세스 독자 여러분들과 회복탄력성(resilience), 끈기와 침착성(tenacity)이라는 가치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끈기와 침착성(tenacity)

미국 최대 전자결제서비스기업인 페이팔(PayPal)의 핵심 창업 멤버들로 구성된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자, 링크드인의 창업자이기도한 리드 호프먼은 <The Start up of you>라는 저서를 통해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침착성, 끈기(tenacity)를 제시한 바 있다. 리드호프먼은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200여 차례 투자 제안을 거절 받으면서도, 지향하고자 했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던 예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판도라가 10여년에 걸친 끈기로 IPO에 성공한 예를 들며, 성공하는 벤처 C.E.O의 덕목으로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끈기, 침착성(tenacity)을 강조했다.

필자는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끈기, 침착성(tenacity)이라는 덕목을 숙고하다보면, 떠오르는 지인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한 기업가정신 교육과정을 함께 6개월동안 수료하며, 룸메이트로 지냈던 분인데 마침 교육이 지방에서 진행되어, 교육을 마치면 함께 사우나도 가고, 맥주도 한 잔씩 기울이며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곤 했다. 그야말로 인생의 파도가 많은 영화와 같은 삶을 살아오신 벤처 1세대였다.

이 대표님은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던 대학시절, 학원 겸 교육기업 ‘에디슨진학연구소’를 세웠다고 한다. 1994년에는 큐뱅크라는 문제은행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학원 수강생이 절반으로 줄었다. 첫 시련이었다. 힘들었지만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일자 그는 다시 도전했다. 인터넷 생활정보 서비스업체 ‘인포라이프’를 차려 10억 원을 투자받았다. 29세의 나이에 벤처기업 대표가 되었지만 경영에는 문외한이었다. 사무실 인테리어에 돈이 줄줄 샜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경영진은 감당이 안 되었고, 2년여 만에 자본금 10억 원은 사라졌다. 회사가 망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4년간의 도피생활이 시작되며, 공사판 막일을 하며 자살도 여러 번 생각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차라리 사형시켜 달라”고 했다고 한다. 40일 동안 교도소 생활도 해봤다. 우여곡절 끝에 2008년 파산면책을 받았지만, ‘낙오자’라는 낙인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고 한다. 그는 “나를 아는 이들 모두가 내가 또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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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실패, 가족과 지인들의 외면, 자살 시도, 수감생활은 그를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지만 현재 그는 클래스베리 라는 아이디어로 학생들의 출석 여부를 학부모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출석관리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500여 개 초등학교, 2000여 명의 교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님은 한국방과후교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으며 훗날 본인의 실패에 대한 경험과 자산들을 기반으로, 후배들을 키워내며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최근 뉴욕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이끈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역시, 세 번의 창업과 연이은 실패를 통해 연마한 서비스의 핵심들을 녹여내어,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마윈 회장의 첫 번째 창업 아이템은 ‘영어 번역 서비스’였다. 그는 영어 교사와 영어 번역 수요 시장의 간극을 메우는 지점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이후 미국 방문 후 중국판 옐로페이지 콤퍼니(Yellowpages company)를 창업하여 차이나 텔레콤(China Telecom)과 합작 회사를 만들었지만 이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창업한 IT 회사 사업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렸지만, 공동창업자와 비전 공유 실패로 네 번째 창업을 결심한다.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알리바바이다. 잭 마는 알리바바의 서비스에 세 번의 창업을 통해 연마한 서비스의 핵심들을 녹여 내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신임을 얻어내게 된다.

필자는 스타트업이란 “프로덕트를 생산해 내는 최소단위”라는 정의를 넘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끊임 없이 소통하며 진화하는 삶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끈기, 침착성(tenacity)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확신과 스스로의 경향성에 대한 겸허한 수용에 기반해 있는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열정은 때론 휘발유처럼 증발될 때가 있다. 하지만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깊고 견고한 확신은, 실패의 미학을 완성하며 묵묵히 한 걸음씩 걸어가는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비추어 주는 등대가 되기도 한다.

 

[관련기사]
스타트업과 포티나이너, 그리고 자살
故 최은석(1973~2012)

[참고기사]
벤처 C.E.O의 덕목, 회복탄력성(resilience),끈기와 침착성(tenacity)
[PEOPLE] 중국 알리바바의 잭 마(Jack Ma), 그가 만든 127조원 마술의 비결
토니 셰이의 사임과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미래, 사회적 경제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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