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는 OS X의 변화를 겪어야 한다
2013년 04월 16일

iOS는 가장 혁신적인 모바일 운영체제 중 하나입니다. 아이폰의 UI는 기존 스마트폰을 뒤집었고 스마트폰의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냈습니다. 그게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그 변화의 물살에 이제 적응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적응한 것에 반해 그 혁신적이었던 아이폰은 안드로이드나 윈도폰과 같은 새로운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기능들이 추가되었지만 멈춰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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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는 OS X의 변화를 겪어야 한다

2007년으로 돌아갑시다. 잡스는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폰은 다른 휴대폰보다 5년은 앞선 제품이다.' 다시 돌아오죠. 5년 후인 지금입니다. 5년 된 iOS는 여전히 세련되고 딱히 유행에 뒤처진 촌스러운 운영체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5년이라는 세월을 겪으면서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시선은 많아졌습니다. 정확히는 지루해졌죠. 오히려 촌스러웠던 안드로이드는 이제 말끔한 모습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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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에 '복사&붙여넣기' 기능이 들어갔을 때 흥분했던 것을 필자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지금은 별거 아닌 기능이지만, 그때는 '저런 식으로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하구나.'라며 생각했었죠. 그런데 iOS의 변화는 그런 기능들에 여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평준화되었고, 더는 사양이 어떤 특징을 대변하는 것이 되지 못합니다. '좋아지는구나.' 정도죠. 소프트웨어는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다 비슷해지는 겁니다.

iOS 6에 추가된 것만 봅시다. 지도, 페이스북 연동, 시리의 업그레이드, 패스북, 페이스북 연동 정도입니다. 개선되고 추가하긴 했지만, 이미 존재했던 기능들이고 이것이 애플의 스타일로 해석되었을 뿐입니다. iOS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큰 변화는 없었죠. 결과적으로 이런 방식이 계속 이어지면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도 평준화되어 버릴 겁니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iOS의 컨셉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 컨셉이 모두 적용되고 제대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가 평준화된다는 것은 잡스의 말대로 5년밖에 앞서지 못한 제품일 뿐이라는 겁니다. 5년 후인 지금부터는 뒤처지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 가진 못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인터페이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금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OS X에 있습니다.

 

OS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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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가장 힘을 쏟았던 것이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Mac OS 9을 이어가지만, 투박했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앞으로 제시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원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Mac OS X'입니다. 유닉스 기반으로 '아쿠아(Aqua)'라는 이름의 새로운 인터페이스 테마를 가진 운영체제였습니다. 투박했던 버튼들은 세련되게 바뀌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OS X 10.0 치타는 초기 버전이었기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았고, 세련되어졌다는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OS X는 OS 9의 명맥을 이어가지만,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전달했습니다. 완전히 벼랑 끝에서 묵직묵직했던 OS 9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그리고 버전이 올라가면서 기능들이 추가되었고, OS X는 지금도 아름답고 강력한 기능을 두루 갖춘 운영체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나 기능의 추가만이 아닙니다.
PC는 OS X가 등장할 시기 이미 평준화가 진행되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이 형태는 모바일, 그러니까 랩탑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시장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는 운영체제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OS X였습니다. 이 OS X는 iOS를 낳습니다. OS X가 PC 시장에 머무를 수 있게 놔둔 채 OS X를 기반으로 iOS를 제작했고, 모바일 시장에 밀어 넣습니다. 그게 아이폰이고 아이패드입니다.

OS 9에서 OS X로 변한 것은 기반이 바뀌고, 인터페이스가 세련되어진 것 외에 평준화된 PC 시장에 경쟁력 있는 운영체제를 놓아두면서 새로운 모바일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에 있습니다. OS X는 애플의 컴퓨터 라인을 지키고 있으며, iOS는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했습니다. 자, 그다음입니다. 스마트폰은 평준화되었고, 더는 여기서 나아갈 여지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폰의 iOS는 여전히 세련되어있고 이는 크게 변하지 않을 테지만, 복사&붙여넣기 수준의 기능을 넣는 것에 머물러 있을 순 없습니다. 애플은 iOS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라인을 유지면서 그다음의 변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가 적용된 제품을 애플은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프론트 로우 기반이었던 애플TV는 2세대가 되면서 iOS를 기반으로 제작합니다.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를 TV를 위한 운영체제로 맞춘 것입니다. 당연히 애플TV가 그리 많이 팔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iOS가 새로운 변화를 겪었다고 하기엔 모호하지만, iOS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가능성을 보일 수 있다는 언질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언질은 TV 뿐 아니라 더 앞서 간 것, 웨어러블 컴퓨터 등에 적용하는 변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OS X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iOS가 새로운 변화를 겪어내어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던져야 합니다.

iOS가 끝이 아니라 iOS로 하여금 또 다른 미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애플입니다.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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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OS 9의 장례를 치렀던 것을 기억해봅시다. 관에 넣고 매장합니다. 죽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iOS를 죽이라는 건 아닙니다. OS 9은 관에 들어가야 할 만큼 충분히 낡아있었고, OS X의 판짜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윈도우XP를 보세요. 애플은 OS 9을 관에 넣으면서 OS X를 모바일로 향하게 하기 위해 준비를 했던 겁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iOS는 굳이 죽을 필요없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운영체제입니다. MS가 윈도우8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이, 이미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iOS에 OS X와 같은 변화를 주기는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iOS가 애플 5년의 성장을 지탱해줬다면, iOS의 변화가 또 앞으로의 5년을 지탱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폰은 그대로 남을 겁니다. 좀 더 향상되긴 하겠지만, 애플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이폰이 아니라 iOS라는 건 분명하며,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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