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과 해쉬태그로 투자하는 ‘사소한 투자자들’의 등장, 핀테크가 바꾸는 투자 지형
2015년 02월 11일

국내 핀테크 담론은 '결제'와 '크라우드펀딩'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핀테크가 적용될 수 있는 금융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영국을 필두로 한 해외에서는 대출은 물론 보험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핀테크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투자 분야에서도 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누구나 거스름돈과 같은 극소액으로 모바일 투자를 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런 투자 모델이 등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로 계속해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모바일 결제의 경우 기본 지출 단위가 소액이기 때문에 투자 플랫폼이 이 모바일 위에 앉기 위해서는 소액 투자 중심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또 온-오프라인과 디바이스 간 경계를 허무는 매끄러운(seamless) 쇼핑 경험에 익숙한 사람들은, 한 번의 클릭(one touch)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에 길들여 있다. 이러한 금융 트렌드를 통해 대중은 이제 투자 역시 한결 가볍고 간단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에 따라 이제는 거스름돈이나 낭비될 수 있는 적은 돈을 저금하는 개념으로 가볍게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이 경우 투자를 통한 일확천금은 기대할 수 없지만 적금보다는 조금 높은 이율과, 규모는 작지만 생산적인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투자 서비스는 그동안 투자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10대 후반에서 20대 중후반까지를 포함할 수 있다. 다음의 두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속담 중 “거대한 오크 나무도 작은 도토리에서 나온다(Tall oaks from little acorns)”는 말이 있다. 바로 이 ‘도토리’를 뜻하는 에이콘스는 신용카드 계좌를 연동해두면, 결제 후 남은 거스름돈을 투자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2.75달러 짜리 타코를 결제하면 나머지 25센트를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해주는 식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보수적, 공격적)과 선호하는 투자 스타일을 입력하면, 에이콘스는 이를 기반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관리해준다. 투자금 회수는 언제나 가능하며 취소 수수료는 없다.

  •  해쉬태그를 달 때마다 작은 투자가 시작된다 , 섬데이(Sumday)

섬데이는 최소 1달러(한화 1,033원)부터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인스턴트 인베스트먼트 플랫폼이다. 처음 섬데이를 시작하면 초기 설정에서 계좌를 신용카드와 연동한다. 이후 개인 계정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게시물을 올릴 때 해쉬태그(#Sumday)를 붙이면 자동으로 일정량의 소액이 투자된다. 회 마다의 투자 금액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해쉬태그를 통한 즉각적 투자 뿐 아니라 월 단위 정액 투자, 상시적 투자 역시 가능하다. 한 달에 최대 2,500달러(한화 약 258만 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밌다. 본인의 섬데이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언제 어디서나 투자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한 투자금을 회수할 때는 취소 수수료 없이 6일 안에 계좌로 돈이 입금된다. 섬데이는 설립된 지 230년이 넘은 비엔와이 멜론(BNY Mellon) 은행이 시장에 내놓은 색다른 시도다. 다만 아직 섬데이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두 투자 서비스의 공통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극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 신용카드와의 연동으로 실시간 투자가 가능하다.
  • 일상적 행동 방식 위에 투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 언제 어디서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취소 수수료가 없다.
  • 투자의 전 과정이 모바일 앱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에이콘스는 “우리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에 투자를 얹어놓을 뿐, 행동 자체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이콘스와 섬데이의 사용자들은 투자를 위한 추가적인 행동이나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 늘상 하듯이, 모바일 결제로 물건을 사고 SNS에 포스팅을 올리다 보면 어느새 소액의 투자금들이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오크 나무, 즉 태산을 이루게 된다. 투자를 일상의 경험과 연결한다는 점은, 최소한의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10대마저도 투자의 세계로 끌어올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유대인의 사업가 DNA는 열 세 살 때부터 심어진다. 성인식 이후로 축하금을 가지고 스스로 주식 투자를 하면서 ‘돈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 때문이다. 핀테크를 통해 투자 허들이 낮아진다는 것은, 청년층의 경제 교육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아무리 벼룩 크기로 시작한다 해도,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는 투자 산업 지형 자체를 바꾸는 거대 비즈니스로의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조속히 '결제'를 넘어선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들이 등장하기를 바라본다.

참고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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